극장 개봉 영화 OTT행에 주목받는 ‘홀드백 제도’
넷플릭스, 유연한 파트너십 강조…하반기 ‘가능한 사랑’에 사활
[헤럴드뮤즈=김민지 기자] “벌써 넷플에 올라왔다고?”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휴민트’와 6월 개봉한 ‘와일드씽’은 극장 상영을 마친 지 불과 두 달 만에 넷플릭스행을 선택했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등장으로 극장과 안방의 경계가 무너진 지는 오래다. 주목할 점은 OTT의 본격 전략 변화다. 과거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에 사활을 걸었던 OTT는 이제 방송사와 극장 영화까지 흡수하며 그야말로 거대한 ‘콘텐츠 놀이터’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올 상반기 넷플릭스에서는 드라마가 유독 강세를 보인 반면, 오리지널 영화는 상대적으로 미적지근한 성과를 거뒀다. 로맨스 영화 ‘파반느’와 코미디 영화 ‘남편들’은 비슷한 시기 공개된 예능 및 시리즈물에 비해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10부작 시리즈 ‘참교육’이 글로벌 흥행을 거둘 때, 영화 ‘남편들’은 조용히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반면, 최근 넷플릭스 영화 부문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낸 것은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들이었다.
영화 ‘휴민트’와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이하 ‘오세이사’)’는 극장 흥행 실패의 쓴맛을 뒤로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시청자와 만나며 ‘제2의 부활’을 이뤄냈다.
‘휴민트’는 극장 관객 수 198만명에 그치며 손익분기점 달성에는 실패했으나, 넷플릭스 공개 직후 글로벌 톱10 영화(비영어) 부문 1위에 올랐고, 한국을 비롯해 루마니아·필리핀·홍콩 등 14개국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오세이사’ 또한 글로벌 순위 1위를 기록하며 뒤늦게 빛을 봤다.
위기감 느낀 극장가, 다시 불붙은 ‘홀드백’ 논란
하지만 극장가에서는 이 소식이 달갑지 않은 모양이다.
극장 관객 유출과 OTT 쏠림 현상을 우려해, 영화의 극장 개봉 후 OTT 공개까지 일정 유예기간을 두는 ‘홀드백(Holdback) 제도’ 도입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헤럴드뮤즈와의 인터뷰에서 극장가의 입장에 공감하지만, 제작 환경의 현실을 감안할 때, OTT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유통 창구”라고 짚었다.
관계자는 “OTT가 기존 시장을 얼마나 잠식하고 있는지, 그리고 홀드백 제도가 관객을 극장으로 유인하는 물리적 효과가 얼마나 큰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솔직히 수익을 남겨야 하는 투자배급사 입장을 고려했을 때 OTT 유통을 더 활발히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반면 극장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콘텐츠가 빠르게 OTT로 넘어가면 극장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결국 극장 산업 전체가 하향세를 탈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정치권도 영화 산업 보호를 위해 목소리를 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극장 개봉 영화의 OTT 공개를 최소 6개월간 유예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당시 임 의원 측은 “영화 산업의 건전한 상생 발전을 도모하기 위함”이라며, OTT가 압도적인 자본력으로 지적재산권(IP)을 독식하는 구조에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업계 내부에서는 이견도 만만치 않다. 한 관계자는 “극장 영화의 OTT행은 양측 모두에게 이득인 전략”이라며 “넷플릭스를 통해 제작비를 회수하고 글로벌 인지도를 높인다면, 이는 곧 다음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고 홀드백 법안에 의문을 제기했다. 오히려 오르지 않는 관객수보다 대작 중심의 ‘스크린 독점’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유연한 파트너십 강조하는 넷플릭스… 하반기 카드는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
이러한 논란 속에서 넷플릭스는 “(유통) 수익 모델을 확대해 주는 유연한 파트너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 측은 “감독을 비롯한 다양한 창작자들을 위해 영화, 시리즈, 예능을 가리지 않고 전폭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강동한 넷플릭스 콘텐츠 VP 역시 지난 1월 열린 ‘2026 넥스트 온 넷플릭스’ 행사에서 “제작 스케줄과 주기 문제로 연간 공개 작품 수에 미세한 변동은 있을 수 있지만, 한국 시장과 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오리지널 제작은 물론 라이선싱 협업 모델까지, 한국 콘텐츠 생태계 전반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넷플릭스가 올 하반기 선보일 한국 오리지널 영화는 ‘크로스2’와 ‘가능한 사랑’ 두 편이다.
특히 한국 영화계의 거장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은 일찍부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작품은 오는 9월 열리는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가능한 사랑’은 오는 9월 극장에서 먼저 개봉한 뒤, 4분기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극장 선개봉은 2027년 열리는 제99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출품 자격을 얻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아카데미 규정상 출품작은 상업 영화관에서 최소 7일 이상 연속 상영되어야 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가능한 사랑’은 이미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 한국 대표 출품작 접수를 마친 상태다.
K콘텐츠가 새로운 생존법을 모색하는 가운데, 극장과 OTT의 교류가 유연한 선순환 생태계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오는 8월 문체부 주도로 추진되는 ‘한국 영화 상생을 위한 홀드백 자율 협약’을 앞두고 영화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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