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건 전설 속의 유니콘만이 아니다. 동네마다 하나씩 있는 게 극장이라지만, 큰 결심을 해야 볼 수 있는 영화도 있다. 독립영화계의 기대작 중 하나였던 '범죄의 여왕'이다.
지난달 25일 개봉한 영화 '범죄의 여왕'(감독 이요섭/제작 광화문시네마)은 아들이 사는 고시원에서 수도요금 120만 원이 나오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가 또 다른 사건을 감지한 '촉' 좋은 아줌마 미경의 활약을 그린 스릴러이다.
'범죄의 여왕'은 '1999, 면회' '족구왕' 등으로 입소문을 탄 영화창작집단 광화문시네마의 세 번째 작품. 덕분에 개봉 전부터 영화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독립영화로서는 꽤 많은 숫자인 230여개의 스크린을 배정받은 것 역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손익분기점 20만 명을 향한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지난 4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범죄의 여왕' 25일 개봉 이후 11일 만에 누적 관객 4만 명을 돌파했다. 독립영화로서는 '대박'에 해당하지만, 제작비가 4억여 원인 탓에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다.
대부분의 경우 영화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재미와 호평 여부다. 실제로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의 입소문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범죄의 여왕'을 향한 반응은 어떨까. 7일 기준 관람객은 8.19, 기자와 평론가는 6.28의 별점을 줬다. 호평이 압도적이다.
그런데 이 입소문은 실제 흥행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접근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탓이다. '범죄의 여왕'이 처음 배정받았던 230여 개의 스크린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관람객들이 많이 찾는 시간대에 상영되는 경우가 적기 때문이다. 너무 이르거나 늦은 시간에 배치가 된 것.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 개봉 3일 안에 승부를 봐야하는 최근 영화들의 경쟁구도 속에서 '범죄의 여왕'이 힘을 쓰지 못한 이유다.
'범죄의 여왕' 배급사 콘텐츠 판다 측의 관계자 역시 헤럴드POP에 "홍보나 마케팅의 여건이 어렵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상영관 확보가 쉽지 않았다"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이요섭 감독은 지난 3일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일부러 찾아봐야 하는 영화를 보러 와주셔서 고맙다"라며 남다른 의미가 담긴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더욱이 '범죄의 여왕'의 경우 다양성 영화나 독립영화라는 범주에 얽매이지 않아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콘텐츠라는 점이 아쉬움을 더한다. 스릴러에 유머를 더한, 부담감이나 의무감을 갖고 보지 않아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대중성이 강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영화는 시나리오만으로 일본과 대만,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6개국에 선판매된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범죄의 여왕'의 누적 관객 수 4만 명 돌파는 블록버스터의 400만 명 돌파만큼이나 값진 성과다. 무려 4만 명의 관객들이 시간을 쪼개고, 발품을 팔아 극장을 찾아가서 이뤄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범죄의 여왕' 측은 "향후 예술영화관을 중심으로 장기 상영을 계획하고 있다"라며, 꾸준히 찾아드는 관객들에게 보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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