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정' 송강호/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밀정' 송강호/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헤럴드POP=이소담 기자]‘밀정’ 송강호에게 일제강점기란 어떤 의미일까.

배우 송강호는 최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영화 ‘밀정’(감독 김지운/제작 영화사 그림) 홍보 인터뷰를 갖고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 출연한 소감을 밝혔다.

‘밀정’은 1920년대 말, 일제 주요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그린다. 김지운 감독의 6년 만의 한국 영화 연출작으로 조선인 일본 경찰 이정출 역 송강호,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 역 공유의 대립을 중심으로 한지민, 엄태구, 신성록이 출연하며 이병헌, 박희순이 특별출연에 나섰다.

이날 송강호는 “영화는 잘 봤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가 그전에 없었던 건 아니잖나. 그래서 촬영할 때도 그렇고 영화를 볼 때도 그렇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기보다는 김지운이란 사람이 어떤 시선을 가지고 그 시대를 바라보고 있는지, 그 점이 차별화되고 새로운 시점이 아닐까 싶다. 그 것이 바로 ‘밀정’의 매력이자 독창성이란 생각을 했다”고 운을 뗐다.

‘YMCA야구단’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이어 ‘밀정’까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 출연하게 된 송강호는 “일제강점기는 흔히 이야기하는 혼란과 혼돈의 시대가 아닐까 싶다. 좌절의 시대이기도 하고 말이다. 우리의 삶 자체가 길기도 하고 어찌 보면 짧기도 한데, 긴 역사 가운데 개인의 삶에선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긴 시간이지 않나. 개인에겐 좌절의 시간이 아닐까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송강호는 “일제강점기란 시대를 연기하고 그 시기를 다룬 작품에 출연한다는 건, 다른 작품에 비해선 마음에 차지하는 무게감이 다르다. 가볍지만은 않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영화 '밀정' 송강호/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밀정' 송강호/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YMCA야구단’ 같은 경우는 시대의 공기를 담는 영화라기보다는 그 시대에 일어났던 특정한 시점의 이야기라면, ‘밀정’은 세 작품 중에서 가장 정통적인 사고로 그 시대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나 싶다. 김지운 감독 본인 스스로 이야기를 했듯이, 지금까지 20년 동안 영화 작업을 하면서 수많은 장르적 변주와 작가로서의 테크닉과 연출가로서 야심을 작품에 녹여왔는데, 이번 작품은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러지도 않았다고 하기에 수긍이 가더라. 개인의 야심보단, 서사에 대한 진지한 자세가 필요했다. 대중에게 친절하게 보여주려고 했던 것들이 있는데, 영화를 보니까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작품을 했구나 싶더라.” 그러한 무게감과 중압감에도 불구하고 송강호는 ‘밀정’을 택했다. 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송강호는 “배우로서 수많은 소재와 배경의 이야기, 작품을 접하게 되는데, 우선은 가볍지 않은 시대에 대한 경외감이랄까. 그런 것들이 배우에겐 많이 차지했다. 그것이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경외감이 있기 때문에 부족하지만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밀정’ 촬영을 위해 상해에 갔을 때 첫날, 배우들이 약속도 안 했는데 누구 할 것 없이 뿔뿔이 각개전투로 상해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다녀왔더라. 누가 가라고 하지도 않았고, 강요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거긴 꼭 가봐야 할 것 같았다. 더욱이 일반 관광객들도 상해에 오면 다 들르는 곳이라서 말이다. 최재원 대표와 엄태구랑 같이 그 곳에 갔는데, 돌아보고 나서 방명록에 글을 적었다. 최재원 대표가 어깨너머로 뭐라고 적나 봤더니 ‘누가 되지 않는 최고의 작품을 만들겠다’고 썼더라. 갑자기 겁이 덜컥 났다.”

송강호는 “그 숙연한 좁은 공간에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민족을 생각한 것들을 짠하게 보고 내려왔는데 ‘누가 되지 않는 작품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적다니. 원래 처음엔 뿌듯한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겁이 덜컥 나더라. 왜냐면 그럴 자신이 내게 스스로 있나 싶었기 때문이다”면서도 “물론 나중엔 뿌듯했다. 하지만 처음엔 겁이 덜컥 나고, 이렇게 거창한 이야기를 적을 만큼 우리가 준비가 됐나 싶기도 했다. 그만큼 그 일제강점기란 시대가 주는 무게감과 경외감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 때문에 ‘밀정’은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의 특기 중 하나인 유머를 절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송강호는 “이번엔 유머를 굉장히 절제했다. 솔직히 촬영할 때나 편집할 때, 더 재밌게 할 수도 있었는데 싶기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캐릭터의 일부가 손실된다. 김지운 감독도 몰라서 그런 게 아니라 일부러 절제한 거다. ‘밀정’은 ‘놈놈놈’과는 또 다른 지점이 있기 때문에 잘한 것 같다. 유머가 나오면 그 순간 웃기고 재밌겠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작품이 추구해야하는 지점과 어긋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대신 그러한 이야기 안에서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유머나 상황은 좋은 것 같다”고 영화가 담아낸 진정성을 강조했다.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