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밀정’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맞붙는다. 벌써 네 번째 만남인 송강호 김지운 조합, 배우와 감독으로는 첫 만남인 차승원 강우석 조합의 대결에 영화계 안팎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영화 ‘밀정’(감독 김지운/제작 영화사 그림)과 ‘고산자, 대동여지도’(감독 강우석/제작 시네마서비스)가 7일 개봉해 관객을 만난다. 한날 한시 맞붙게 된 대한민국 대표 감독과 배우의 맞대결이라니. 이토록 결과가 궁금해지는 순간이 또 어디 있을까? 베니스영화제 호평을 등에 업은 ‘밀정’과 대규모 국내 시사회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있는 ‘고산자, 대동여지도’까지. 어느 한쪽도 호락호락하지 않는 상황이다.
● ‘밀정’ 송강호X김지운 ‘밀정’은 1920년대 말, 일제 주요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그린다. 김지운 감독의 6년 만의 한국 영화 연출작으로 조선인 일본 경찰 이정출 역 송강호,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 역 공유의 대립을 중심으로 한지민, 엄태구, 신성록이 출연하며 이병헌, 박희순이 특별출연에 나섰다.
송강호와 김지운 감독은 벌써 네 번째 만남이다. ‘조용한 가족’을 시작으로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이어 ‘밀정’까지. 서로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은 물론이고, 서로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기도 하는 그런 긴밀한 관계가 바로 송강호와 김지운 감독이다.
송강호는 ‘밀정’에서 일제강점시라는 암울한 시기에 현실과 타협한 친일파 이정출을 연기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통역을 맡았던 이정출은 비참한 현실 속에서 신념을 저버리고 친일을 택한 인물. 이에 조선총독부 경무국 경부 자리에까지 오르지만, 조선인이란 태생적 한계 때문에 일본인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겉돌게 된다.
이때 이정출에게 의열단 리더인 김우진(공유)에게 접근하라는 명이 떨어지고, 김우진에 의해 이정출은 흔들리게 된다. 그것도 자신의 의지가 아닌, 예측불가 상황 때문에 말이다. 송강호는 그런 이정출의 복잡한 심리를 말보다 표정으로 연기하며 ‘밀정’을 이끌어간다. 김지운 감독은 송강호를 통해 이정출을 만들어냈고, 이정출을 통해 일제강점기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다.
송강호와 김지운 둘을 현장에서 지켜본 공유는 헤럴드POP과 인터뷰서 “김지운 감독이 기본적으로 테이크를 많이 가는 편인데, 솔직히 사람이니까 힘들거나 지칠 때가 있지 않나. 그런데 송강호 선배는 김지운 감독에겐 내색을 전혀 안 하고 시키는대로 다 한다”고 증언했다. 더 흥미로운 점은 군말 없이 연기해낸 송강호를 보며 김지운 감독은 ‘저 인간의 한계는 대체 어디일까?’란 생각을 하게 됐고, 자신 또한 현실과 타협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영혼의 콤비가 아닐 수 없다.
● ‘고산자, 대동여지도’ 차승원X강우석 제작자 강우석과 차승원의 조합은 있었다. 하지만 배우 차승원과 감독 강우석의 조합은 이번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처음이다. 자신이 제작한 영화에서 주연을 맡아 열연하는 차승원을 보아왔기에 강우석 감독은 자신의 스무 번째 작품인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차승원에게 믿고 맡길 수 있었다고.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시대와 권력에 맞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동여지도를 탄생시킨 지도꾼 김정호의 감춰진 이야기를 그린다. 차승원이 고산자 김정호를 연기하며, 유준상이 흥선대원군 역, 김인권이 조각장이 바우 역, 남지현이 김정호의 딸 순실 역을 맡았다. 강우석 감독의 스무 번째 작품이자 첫 사극 도전작이다.
강우석 감독과 차승원의 만남은 그야말로 우여곡절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거절한 웃지 못할 사연이 숨어 있는 것. 캐스팅 단계에서 ‘고산자, 대동여지도’ 주연배우로 톱배우 4명이 거론됐다. 그 가운데는 차승원도 있었다. 하지만 강우석 감독의 마음 속엔 키도 크고 현대적인 외모를 지닌 차승원은 없었다. 그런 강우석 감독의 마음을 돌린 것이 바로 김정호의 실제 초상이었다. 차승원과 너무나도 닮은 외모를 보고 강우석 감독은 1번도 2번도 3번도 차승원이라며 그를 밀어붙였다.
하지만 이번엔 차승원이 묵묵부답이었다. 시나리오를 보냈지만 3주일 동안 답이 없었던 것. 다른 배우에게 연락을 할까도 생각했다는 강우석 감독은 차승원의 담당 매니저를 닦달했고, 매니저는 어떻게든 차승원을 설득하겠다고 했다. ‘고산자, 대동여지도’ 출연 제의를 받고 굉장히 난감했다는 차승원은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것에 엄청난 부담을 느꼈지만 결국 설득에 넘어가 김정호를 연기하게 됐다.
이를 통해 강우석 감독과 차승원은 한국영화 최초로 스크린에 김정호의 발자취를 담아냈고, 뚜벅뚜벅 시원하게 조선 팔도를 걷는 차승원표 김정호를 만나볼 수 있게 됐다. 특히 첫 사극 도전인 강우석 감독은 특유의 유머를 녹여내는 동시에 차승원만이 해낼 수 있는 진정성을 담아냈고, 차승원은 김정호는 물론이고 강우석 감독에게도 누가 되지 않게 압도적 열연으로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그려냈다.
이에 과연 송강호 김지운의 ‘밀정’과 차승원 강우석의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 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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