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뮤즈=김나율 기자]*해당 기사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처음 보는 낯선 이성과 3일 밤 동안 침대에서 소개팅을 한다면 사랑에 빠질까요?”
넷플릭스가 또 하나의 연애 예능 실험을 시작하면서 연애 밸러스게임의 질문이 현실이 됐다. 문제는 그 실험이 생각보다 훨씬 영리했다는 점이다.
지난 17일 첫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 ‘연애실험실’은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 남녀를 던져 놓고 사랑이 탄생하는 과정을 관찰하는 실험형 연애 예능이다. 첫 번째 실험은 ‘침대 소개팅’. 처음 만난 남녀가 침대 위에서만 3박4일을 함께 보내면 정말 사랑이 생길까를 관찰한다.
공개 전만 해도 우려가 적지 않았다. “침대에 같이 누우면 사랑에 빠질까”부터 “각자의 이상형이 엇갈린 상황에서 고립된 참가자들은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까지, 소개된 실험만 보면 자극적인 설정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연출자는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 신드롬을 만든 이진주 PD다. 시즌1과 시즌2를 통해 연애 예능의 판을 바꿨던 인물이다. 이후 ‘남매연애’를 선보였지만 ‘환승연애’만큼의 폭발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 사이 이진주 PD가 빠진 ‘환승연애4’는 오히려 다시 화제성을 회복했다. 그래서였을까. ‘연애실험실’의 침대 소개팅이라는 설정을 처음 접했을 때는 “결국 넷플릭스에서 더 강한 자극을 택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방향은 조금 달랐다. 오히려 ‘연애실험실’은 기존 인기 연애 예능에서 시청자들이 가장 좋아했던 순간들만 영리하게 조합한 연프에 가까웠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넷플릭스 ‘솔로지옥’이었다. 참가자들이 향한 공간도 익숙했다. ‘솔로지옥’에서 천국도로 사용했던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이다. 시청자들이 가장 설레는 순간 역시 늘 천국도였다. 호텔 방에서 둘만 남겨졌을 때, 침대에 나란히 앉아 대화할 때, 수영장에서 미묘한 기류가 흐를 때 감정은 급격히 커졌다.
‘연애실험실’은 아예 그 순간만 떼어내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여행도 없고 단체 생활도 없다. 오직 침대 위에서만 서로를 알아간다. “이래도 안 설레?”라고 묻는 듯한 구성이다.
여기에 ‘환승연애’ 특유의 문법도 그대로 살아 있다. 출연자들의 속마음을 풀어내는 인터뷰 구성과 감정선을 따라가는 편집은 익숙하다.
패널 구성도 의외였다. 기존 연애 예능처럼 연예인 패널을 여러 명 두지 않았다. 몬스타엑스 주헌과 연애 예능 리뷰로 유명한 유튜버 찰스엔터 단 두 명뿐이다.
그렇기에 이 조합이 생각보다 절묘하다. 최근 연애 예능 패널들은 늘 딜레마에 놓인다. 시청자 입장에서 너무 직설적으로 말하면 출연자를 배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반대로 출연자를 지나치게 감싸면 시청자들이 답답해한다.
반면 찰스엔터는 원래 시청자들이 댓글에서 할 법한 이야기를 대신 긁어주는 캐릭터다. 여기에 주헌이 균형을 잡아준다. 둘이 배달 음식을 먹으며 영상을 함께 보는 구성까지 더해져 마치 친구와 같이 연애 예능을 틀어놓고 이야기하는 느낌을 만든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건 속도다. 첫 번째 실험은 단 두 회 만에 끝난다. 기존 연애 예능은 10회 넘게 따라가야 최종 선택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연애실험실’은 3박 4일이 끝나자마자 결과를 공개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환승연애’의 ‘그리고 지금’처럼 현재의 모습까지 이어 보여준다. 현살 커플이 된 사진이 등장하는 순간, 쌓아온 감정과 도파민이 한꺼번에 터졌다.
다음 실험인 ‘고립연애’는 더욱 궁금하다. 고립된 공간에서는 이상형이 아니어도 사랑에 빠질까. 누구나 한 번쯤 밸런스 게임으로 상상했던 질문을 실제 실험으로 옮긴다.
‘연애실험실’은 완전히 새로운 연애 예능은 아니다. 오히려 ‘환승연애’의 감정선, ‘솔로지옥’의 설렘, 연애 유튜브 ‘72시간 소개팅’의 속도감과 감정선, 유튜브 리뷰 콘텐츠의 공감 포인트를 한데 섞었다. 어떻게 보면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건 다 넣었다”는 전략에 가깝다.
그런데 이상하게 얄밉지 않다. 익숙한 맛을 가져왔지만 조합이 새롭기 때문이다. 새로운 장르를 만들기보다 이미 검증된 연애 예능의 가장 맛있는 순간들을 다시 배치하는 것, ‘연애실험실’의 실험은 이제 진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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