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조선 최고의 권력자와 지도에 미친 사나이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 '고산자, 대동여지도' 속 유준상(48)과 차승원(46)의 이야기다.
지난 5일 오후 유준상은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감독 강우석/제작 시네마서비스) 홍보 인터뷰를 진행했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시대와 권력에 맞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동여지도를 탄생시킨 지도꾼 김정호의 감춰진 이야기를 그린다. 차승원이 고산자 김정호를 연기하며, 유준상이 흥선대원군 역, 김인권이 조각장이 바우 역, 남지현이 김정호의 딸 순실 역을 맡았다.
극 중 유준상은 대동여지도를 두고 김정호와 대립한다. 지도의 쓰임새를 두고 상반된 가치관을 두 사람은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든든한 이야기 축이다. 시대를 읽는 방법이 다르지만, 나름의 명분이 확실하기 때문. 흥선대원군과 김정호가 직접 대면하는 장면이 많이 없음에도 이야기의 긴장감이 유지되는 이유다.
인터뷰 내내 유준상은 차승원을 '차승원 군'이라 불렀다. 연유를 들어보니 두 사람은 중학교 선후배 사이라고. "내게 차승원은 이유 없이 좋은 후배다. 우리는 학연이라 서로 주고받을만한 건 없었지만, 그럼에도 저렇게 듬직한 친구가 내 후배구나 싶어서 좋더라."
이어 유준상은 "배우들이 정말 열심히 했다. 몰입해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차승원과는 김정호 선생님을 만난 기분이었다. 재밌더라"라며 "나 역시 수염을 붙이고 사극 복장을 입는 순간 이미 흥선대원군이 돼 있었다. 거울을 보면 내가 아닌 것 같더라. 푹 빠져서 연기하다 보니 다른 생각이 안 들었다"라고 흡족함을 드러냈다.
사실 '고산자, 대동여지도' 속 흥선대원군은 그간 매체를 통해 다뤄진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명성황후와 대립하던 노년기가 아닌, 고종이 즉위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다. 유준상은 흥선대원군이 중장년기였을 때를 그린다.
유준상은 흥선대원군의 거칠 것 없는 자신감을 그려내는데 초점을 맞췄다. 오랫동안 몰락한 왕족의 취급을 받다가 제1의 권력자로 올라섰으니 그 얼마나 위풍당당했을까. 그는 "왕족은 6벌이나 겹쳐 입더라. 의상을 입는 순간 허리부터 펴졌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가 꼽는 명장면은 안동 김씨 가문의 실세 김성일(태인호)을 따귀로 응징하는 장면이다. 그간 왕족을 탄압해왔던 것에 대한 복수심이 담긴 신이다. 인물의 성격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짧은 신이었지만 내겐 좋은 느낌이었다. 따귀신은 그동안 많은 드라마로 단련이 됐다. 상대방이 안 아프게 빨리 끝낼 자신이 있었다. 그래도 상대방을 생각해서 한 번에 가야 했다. 근데 첫 신에서 소리가 너무 커서 한 번 더 찍게 됐다. 너무 소리가 찰져서 감독님이 좀 줄여달라더라. (웃음)"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유준상에게 초심을 되찾는 계기이기도 했다. 흥선대원군의 흔적을 쫓아다니던 지난 몇개월은 그에게 배우로서의 책임감을 일깨워줬다.
"역사적 인물을 연기하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흥선대원군의 자취를 찾아다녔다. 각종 사료를 보면서 대단한 분이란 걸 느꼈다. 그런 과정에서 내 개인적으로도 느낀 게 많았다. 내가 '토지'를 할 때도 박경리 선생님을 만났었다. 그분은 글과 삶이 일치하더라. 나도 내 생활 속에서 좋은 배우로 성장하기 위해 훈련을 계속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배우로서 이런 이야기를 알리는 전달자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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