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배우 이병헌(46)이 할리우드 진출 8년 만에 전환기를 맞았다. '매그니피센트7'을 통해 그는 액션에 능한 신비로운 동양인 악역을 넘어, 세계적인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그간 꾸준히 자신의 입지를 키워왔던 이병헌의 할리우드 개척기를 정리했다.
◆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2009), 미국으로 날아간 '뵨사마'
이병헌은 지난 1991년 KBS 14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이래 늘 스타였다. 브라운관에서는 '해피투게더'(1999) '올인'(2003) '아이리스'(2009) '아테나: 전쟁의 여신'(2010) 등을 히트시켰다. 스크린에서는 '공동경비구역 JSA'(20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악마를 보았다'(2010)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등 흥행작을 배출했다. 이에 힘입어 일본에서는 '뵨사마'로 불리며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병헌은 여기서 안주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2009년 영화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에서 스톰 쉐도우 역으로 출연하며 할리우드의 문을 두드렸다. 당시 연출을 맡았던 스티븐 서머스 감독은 이병헌의 일본 도쿄돔 팬미팅 관련 영상을 보고 그를 캐스팅 했다. 배우로서 역량보단 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먼저 고려한 셈이다.
당시 이병헌은 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 등 여러 핸디캡으로 현지 촬영장에서 적응하길 어려워했다고. 게다가 스톰 쉐도우 역은 분량도 많지 않았을뿐더러, 대부분 가면을 쓰고 나와 고민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병헌은 특유의 근성으로 짧지만 강렬한 액션과 연기를 소화해내며 전 세계 영화팬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이후 이병헌은 속편인 '지아이조2'에도 스톰 쉐도우 역으로 출연했다. 전편에 비해 늘어난 비중이 인상적이었다. 영화 속에서 이병헌은 뛰어난 무술실력과 감정연기로 역동적인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다.
◆ '레드2' '테미네이터:제니시스', 할리우드 안착? 성공적!
혈혈단신으로 할리우드의 문을 두드렸던 이병헌. 그는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 이후 '레드: 더 레전드'(2013)와 '터미네이터 제니시스'(2015)에 연이어 출연했다. 인기 프랜차이즈에 비중 있는 캐릭터로 등장한 것.
이병헌은 '레드: 더 레전드'에서는 한국인 킬러 한조배 역을 맡아 브루스 윌리스, 헬렌 미렌, 캐서린 제타존스, 존 말코비치, 안소니 홉킨스 등 전설적인 배우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레드: 더 레전드'는 그가 조연에서 주연급으로 올라선 첫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서는 냉혹한 기계 인간 'T-1000' 역을 맡았다. 수십 년 동안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시리즈에 그가 상징적인 배역으로 등장한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다.
◆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자, 레드 카펫에 선 韓 배우
이에 힘입어 이병헌은 할리우드의 심장부에 당당히 서게 됐다. 제88회 아카데미상 시상자로 선정된 것. 오스카상으로도 불리며, 미국을 대표하는 영화 시상식이다. 그는 미국 드라마 '모던패밀리'의 출연자로 잘 알려진 콜롬비아 출신 섹시스타 소피아 베르가라와 함께 외국어 영화상 부문의 시상자로 올랐다.
당시 이병헌은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의 레드 카펫을 밟았다. 그는 "아시아 배우가 아카데미 시상자로 나선다는 사실이 놀랍고 기쁘다"라며, 능숙한 영어로 행복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병헌은 또한 지난 2012년에는 안성기와 함께 미국 LA 차이니스 극장 앞 명예의 광장에서 '핸드 앤 풋 프린팅'을 하기도 했다. 마릴린 먼로, 찰리 채플린, 엘리자베스 테일러, 클린트 이스트우드, 브래드 피트, 스티븐 스필버그 등 할리우드 대표 영화인들이 자신의 손도장을 남겼던 명소다. 이 또한 아시아 배우로서는 최초였다.
◆ '매그니피센트7', 동양인 꼬리표 벗어던지다
이후 이병헌은 할리우드 데뷔 8년 만에 '매그니피센트7'으로 전환점을 맞게 된다. 그간 그가 맡아온 배역들은 신비로운 분위기의 악역이었다. 이는 동양인 배우가 할리우드에서 주로 맡게 되는 역할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매그니피센트7'에서 이병헌은 이 공식을 깨고 정의로운 암살자 빌리 락스 역을 맡았다. 그는 명사수 굿나잇 로비쇼 역을 맡은 에단 호크와 콤비로 활약한다. 분량 역시 상당하다. 이병헌은 총과 칼을 오가며 강도 높은 액션을 시원시원하게 소화해냈다.
이병헌은 '매그니피센트7' 시사회에서 이에 대한 기쁨을 드러냈다. 그는 "빌리 락스 역은 1960년대 원작에서 가져온 역할이라 굳이 동양인을 캐스팅하지 않아도 되는데, 감독과 제작자 모두가 동의한 가운데 날 캐스팅한 게 만족스러운 성과가 아닐까 싶다"라며 인종을 넘어서 한 사람의 배우로서 인정받은 것에 대한 뿌듯함을 표현했다.
그의 말처럼 '매그니피센트7'에서의 이병헌의 입지는 분명 특별하다. 우선 백인들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었던 서부극에 그가 7인의 멤버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은 분명 괄목할만한 성과다. 또한 전형적인 동양인 캐릭터를 벗어나,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입지에 올랐다는 의미도 된다. '매그니피센트7'이 흥행에 성공한다면 그가 좀 더 다양한 배역에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
이병헌 역시 "새로운 영화를 만나게 되는데 이 작품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그게 무엇이라도 좋은 쪽에 영향을 끼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의 할리우드 진출 전과 후를 나눌 '매그니피센트7', 이병헌에게 새로운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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