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추석 극장가를 점령한 '밀정'의 오프닝에는 낯익은 로고가 등장한다. 할리우드 메이저 6대 스튜디오 중 하나인 워너브러더스다. 이 이질적인 풍경의 주인공은 최재원 워너브러더스 대표다.
지난 개봉한 영화 '밀정'(감독 김지운/제작 영화사 그림)은 1920년대 말, 일제 주요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그린다. 김지운 감독의 6년 만의 한국 영화 연출작으로 조선인 일본 경찰 이정출 역 송강호,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 역 공유의 대립을 중심으로 한지민, 엄태구, 신성록이 출연하며 이병헌, 박희순이 특별출연에 나섰다.
특히나 '밀정'은 미국의 영화 제작 겸 배급사 워너브러더스의 첫 한국 진출작으로도 관심을 받았다. 지난 1990년 설립된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는 2015년 한국영화 제작사업에 진출을 선언했다. 20세기 폭스코리아에 이어 두 번째다.
사실 표피만 낯설 뿐이지 워너브러더스의 최재원 대표는 한국영화판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그는 아이픽쳐스, 바른손, NEW, 위더스필름의 대표를 지냈다. 또한 '결혼은 미친 짓이다'(2001)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변호인'(2013) 등을 제작했다.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자마자 명함부터 건네는 최재원 대표에게서는 노련한 비지니스맨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는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로의 합류는 러브콜 때문"이라고 말했다.
"'변호인'을 제작하고 나니 '다음에 난 뭐하지'란 부담감이 들더라. 이후 거의 1년을 아무 것도 못했다. 그사이 워너브러더스가 내게 강한 러브콜을 보내더라. 처음에는 거절했다. 내가 영어를 잘하는 사람도 아니고. (웃음) 하지만 채용조건을 보니 마음이 바뀌더라. 그들은 한국어를 쓰고 10년 이상 영화계 경력이 있는, 한국영화를 잘 만드는 사람을 찾고 있었다."
여기에는 한국영화계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싶다는 최재원 대표의 생각도 작용했다. "내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제작했을 때 워너브러더스의 '다크 나이트'도 개봉했었다. 그걸 보고 자괴감과 함께 자본의 힘을 느꼈다."
최재원 대표는 "막막한 감정과 동시에 왜 그들이 1등인지가 궁금하더라. 이너서클에 들어가 시스템과 관점을 배우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월급쟁이로 바뀐 건데, 나쁘진 않다. 그들은 나를 정말 많이 믿어준다"라며 웃었다.
이어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는 현지 시장의 룰을 존중한다. 기본적으로 창작자들에 대한 존중과 신뢰가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등 한 번 작업한 감독과는 계속 인연을 이어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는 좋은 영화를 발굴하는 것은 물론, 한국영화의 트렌드를 주도할 루키를 키워내고 싶다"라고 말했다.
"보통 한국영화는 흥행배우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고착화되고 고이는 인상이 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는 엉뚱한 시도를 해보려 한다. 여배우가 원톱인 영화를 제작한다던지, 이제는 무덤처럼 되어버린 로맨틱 코미디를 부활시킨다던지. 그런 것들이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의 강점은 사무실에 앉아있지 않고,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일을 한다는 것이다. 장르적 시도를 통해 의미있는 작품을 꾸준히 만들겠다. 지켜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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