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정우성 김성수 감독이 다시 뭉쳤다. 그것도 더 독하게 말이다.
영화 ‘아수라’(감독 김성수/제작 사나이픽처스)는 악마의 캐스팅이라 불리는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 주지훈 정만식 말고도 주목할 만 한 점이 또 있다. 바로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8) ‘무사’(2001) 이후 15년 만에 재회한 김성수 감독과 정우성 조합이다.
‘아수라’는 지옥 같은 세상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나쁜 놈들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액션영화. 벌써 네 번째 호흡을 맞추게 된 김성수 감독과 정우성은 지난 시간만큼이나 연륜이 쌓였고, 그 안에서 각별한 우정도 더해졌다. 서로를 너무나 잘 알기에 ‘아수라’ 현장은 그만큼 더 독할 수밖에 없었고, 끈끈한 관계 이상의 치열함이 둘 사이를 감싸 안았다.
원래 정우성과 김성수 감독의 첫 만남이 될 뻔 한 영화는 ‘비트’가 아닌 다른 영화였다. 서울극장 근처 호프집으로 정우성을 불러낸 김성수 감독은 할리우드 스타일에 CG작업을 필요로 하는 영화 시나리오를 건넸고, 이를 본 정우성은 아직은 한국 영화계에서 이만한 작품을 찍어낼 수 없다는 판단에 거절했다. 이에 김성수 감독은 “알았어. 이제부터 말 놓을게. 맥주나 한잔 하자”라며 쿨하게 정우성의 거절을 수긍했다. 그리고 나서 정우성에게 “이건 네가 해야 하지 않겠어?”라며 건넨 시나리오가 바로 ‘비트’였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CF모델로 발탁된 후 영화 ‘구미호’(1994)로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정우성은 ‘비트’의 정서가 자신의 10대 후반 모습과 비슷하다 여겼고, 결국 김성수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독하기로 유명한 김성수 감독이지만 한편으론 배우의 의견을 묵살하지 않고 포용해주는 면모에 정우성은 깊은 신뢰감을 느꼈단다. “이건 우성이 아이디어야”라며 스태프들에게 자랑하는 김성수 감독을 정우성이 어찌 싫어할 수 있겠나.
덕분에 정우성은 영화 현장의 치열함 그리고 영화배우로 작품을 만나는 것에 대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20년 넘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배우로 꾸준히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의 정우성을 만든 건 김성수 감독의 역할이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런 두 사람이 다시 만난 ‘아수라’이기에 기대감을 품을 수밖에 없는 것. “원래도 독했는데 더 독해졌다”고 김성수 감독을 평가한 정우성. 하지만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김성수 감독의 이름 하나만으로 출연을 결정한 정우성에게서 김성수 감독에 대한 굳은 신뢰감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그리고 독하디 독한 ‘아수라’ 현장에서 정우성은 대역 없이 액션연기를 소화한 것은 물론이고 충돌의 위험과 부상 걱정에도 불구하고 직접 카체이싱 장면까지 연기해내며 김성수 감독이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비트’ ‘태양은 없다’로 정우성의 잘생긴 얼굴을 스크린에 담아냈던 김성수 감독은 이번 ‘아수라’에서는 그의 잘생김을 망가트리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겨줬다. 아픈 아내의 병원비를 위해 안남시 시장 박성배(황정민)의 수족 노릇을 하는 비리 형사 한도경을 정우성에게 던져놓은 김성수 감독. 촬영장에서 자신도 모르게 이를 악물고 인상을 쓰는 일이 부지기수였다는 정우성은 “‘뭐! 내가 못할 줄 알아?’라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삶에 찌든 ‘아수라’ 한도경의 얼굴은 그렇게 완성됐다. 그리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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