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배우 윤여정의 도전, 파격이란 키워드로만 소비되기에는 아깝다.
26일 오후 서울시 성동구 CGV 왕십리에서는 영화 '죽여주는 여자'(감독 이재용/제작 KAFA)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죽여주는 여자'는 가난한 노인들을 상대하며 먹고사는 여자 소영(윤여정)이 사는 게 힘들어 죽고 싶은 고객들을 진짜 '죽여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서 성매매를 하는, 일명 '박카스 아줌마'로 불리는 여성의 이야기다.
영화 속에서 윤여정은 각종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일단 직업이 매춘이니만큼 성매매 장면이 빠질 수 없다. 또한 안락사를 원하는 사람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살해한다. 텍스트만 놓고 보면 정말 자극적이다. 하지만 그 맥락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소영은 성매매를 하지만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6.25 때 월남 이후 공장 생활, 가정부, 양공주 등을 거치면서 혈혈단신으로 남에게 손벌리지 않고 살아왔다. 또한 빠듯한 생활에도 어려운 사람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는 마음씨를 지녔다.
성매매 역시 소영의 생활의 일부다. 물론 불법이지만, 그는 작업(?)에 임하는 순간만큼은 프로의식이 넘친다. 윤여정 특유의 당당함과 쿨한 분위기는 그가 소영 역에 적임자인 이유다.
또한 안락사 역시 나름의 이유가 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닥치는 의례지만, 누구나 인간답게 죽을 권리가 허락되진 않는다. 더욱이 노인 빈곤률과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대한민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소영의 시선을 통해 젊은 시절에는 국가 경제 성장의 동력이었지만, 노년을 가난과 고독 속에서 보내야 하는 노인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재용 감독 역시 "소재는 성매매 노인에서 시작하지만, 나이 들어가는 것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죽여주는 여자'에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 역시 담겼다. 코피노에서부터 트랜스젠더, 장애인 등이 함께 이태원의 허름한 주택에 어우러져 산다. 영화는 이들을 동정의 시선으로 내려다보기 보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 인정하고 그들의 행복을 그린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은 소영 역의 윤여정이다.
'죽여주는 여자'는 데뷔 이래 50년 동안 언제나 '죽여주는' 배우였던 윤여정다운 선택이다. 그는 통념을 깨뜨리는 배역으로 한국 영화 속 여성 캐릭터의 다양성에 기여해왔다. 치정과 복수, 살인의 중심에 선 첫 영화 '화녀'(1971)가 그 시작이다.
이미 '죽여주는 여자'는 베를린 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서 인정받았다. 센 소재보다 그 안에 담긴 메시지에 주목한 것. 성매매와 안락사 등 파격 소재로만 이 영화 속의 윤여정을 기억해는 안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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