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정우성에게 ‘아수라’는 스트레스인 동시에 잃어버린 열정을 되찾게 해준 작품이었다.
배우 정우성은 최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영화 ‘아수라’(감독 김성수/제작 사나이픽처스) 인터뷰를 갖고 비리형사 한도경을 연기하면서 느낀 스트레스를 털어놨다.
‘아수라’는 지옥 같은 세상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나쁜 놈들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액션영화다. '비트' '태양은 없다'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 주지훈 정만식 등이 출연한다.
정우성은 “한도경은 그 자체가 스트레스더라. 한도경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게 있다. 보통 이 시대를 사는 40대 중반을 넘어선 남자 같은 경우 꿈을 잃어가잖나. 불안하고 책임질 건 많고, 선택에 대해서 확신도 없고. 이렇듯 굉장히 극단적인 상황에서 악(惡 )사이에서 살아남으려고 하는 발버둥을 보여주려 했다. 사회 안에서 어쩔 수 없이, 확신도 없이, 내 생각과는 다르지만, 시스템이 그러니까 타협하고 맞춰가는 남성들이 갖고 있을 만한 스트레스가 한도경을 통해 극적으로 묘사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운을 뗐다.
시나리오를 읽고서 한도경이 이해되지 않았다는 정우성은 “그런데 첫 촬영 때 바로 한도경의 심정이 이해가 되더라. 김성수 감독에게 분명한 대답을 원하는 질문을 안 하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캐릭터를 찾아들어가야지. 물론 배우와 감독이 생각한 캐릭터의 접점이 아니다 싶으면 깊은 대화를 나누지만 말이다”며 “첫 촬영 때 이게 한도경이구나 싶었다. 이게 맞구나 싶었다. 내가 생각한 한도경이 맞구나 하고 말이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최종본에서는 편집됐는데, 황반장 장례식 버스 안에서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뭔가 찌든 남자의 얼굴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영정을 본 꼬마 아이가 묘사돼 있었다. 그 꼬마를 아무런 감정 없이 바라보는 한도경. 그 자체가 원하지 않는 사고였잖나. 그걸 태연하게 감추려고 하는 남자. 이 남자의 심리는 엄청난 스트레스였겠구나 싶었다”고 설명하는 정우성이었다.
‘아수라’를 촬영하면서 걱정도 많았다는 정우성은 “그래도 김성수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내 나이로는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구나 싶었다. 김성수 감독은 50대이니까. 내 이해의 기준으로 판단해서 ‘주인공인데 이건 바꿔야 하는 건 아닌가요?’라는 토를 달지 말아야지 싶었다. 김성수 감독이 분명히 표현하고자 하는 세계관 안에서의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믿고 따라갔다. 앞선 두 작품의 경우 ‘무사’는 무협시대물에 대한 멋스러움이 있고, ‘태양은 없다’는 현실에 있을 법한 청춘이었다면 ‘아수라’는 굉장히 어둡고 가상 도시 안남에 추악한 인간을 몰아넣고 이야기를 한다. 보통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삼지 않는, 주인공다운 행동도 거의 안하는 인물이 한도경이다. 그래서 아마 관객도 새로움에 놀란 거죠”라고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아수라’를 통해 정우성은 과거의 열정을 다시 되찾았다고 했다. 영화 자체가 자신에게 힘을 줬다고 말하는 정우성이었다.
“현장이 정말 치열하잖나. 현장에서의 고민과, 서로에 대한 건전한 경쟁. 이런 것들이 결국은 화면에 담긴다. 영화산업이 발전하면서 무수히 많은 영화가 제작되고 있는데, 관습적인 주인공이 너무 많다. 시나리오를 읽어봐도 다들 비슷하고, 어느 영화에서 봤던 주인공을 가져와서 약간 다른 스토리전개를 이어가고. 게다가 치열하게 담지도 못하고 말이다. 최근의 영화들은 새로운 해석의 이해가 아닌, 관습적 행태의 촬영 현장이었다는 게 보인다. 자꾸 그게 당연시 되고 있는 것에 대해 업계 동료로서 우려가 있었다. 반면 김성수 감독과의 작업은 정말 갖고 있는 능력의 한계치를 다 쏟아 부은 현장이었다.”
이어 정우성은 “김성수 감독은 촬영, 조명, 미술 등 모든 스태프들이 그 작품에 오롯이 그냥 미치게 만든다. 그런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하고 싶었다”며 “매일 현장에 가서 촬영하고, 캐릭터에 깊은 이해보다는 그냥 주어진 대사를 읊고 오는 게 작업이 아니다. 고민하고 치열하게 했다”고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던 ‘아수라’ 촬영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정우성은 “‘아수라’ 시사회가 끝나고 관객 반응을 보니까 그 확신은 확실히 이뤄진 것 같더라. 영화를 본 주변 영화인들이 모두 부럽다는 말을 했으니까. 이정재도 그렇고, 후배들도 그렇고”라며 “‘아수라’에서 문선모(주지훈)가 대사를 하잖나. ‘부러우면 지는 거야’라고. 남들이 ‘아수라’를 부러워 하니까 우린 이긴 거죠”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