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심은경 / 이지숙 기자
배우 심은경 / 이지숙 기자

[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세상에는 숫자와 수치로만 재단할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 있다. 배우 심은경(23)에게 '걷기왕'은 그런 작품이다.

영화 '걷기왕'(감독 백승화/제작 인디스토리)에 출연한 심은경의 홍보 인터뷰가 서울 종로구 팔판길 모처에서 진행됐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걷기왕'은 무조건 빨리, 무조건 열심히를 강요하는 세상에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는 선천적 멀미 증후군 여고생 만복(심은경)이 자신의 삶에 울린 경보를 통해 고군분투하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최연소 흥행퀸' 심은경, 왜 갑자기 저예산 영화를 택했을까.

심은경은 지난 2003년 MBC '대장금'으로 데뷔 후 쉼 없이 달려왔다. 영화 '써니'(2011) '광해, 왕의 된 남자'(2012) '수상한 그녀'(2014)의 성공은 그에게 '흥행퀸'이란 타이틀을 달아줬다. 그건 꽤 달콤하고 그럴듯한 수식어다.

하지만 그를 짓누르는 부담감이기도 했다. 심은경 역시 "한동안 흥행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너무 큰 숫자를 경험하다 보니 '나는 잘 되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사로잡혔었다"라고 했다.

배우 심은경 / 이지숙 기자
배우 심은경 / 이지숙 기자

"사실 흥행은 잘되면 좋은 거고, 아니면 어쩔 수 없는 거다. 근데 '수상한 그녀' 이후 거기에 사로잡혀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급했었다. 커리어를 쌓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다. 그래서 작품 선택에 있어서 예민해 있었다. 빨리 이뤄내야 한다는 거에 초점을 맞췄었다."

결국 그 조급함은 독이 됐다. "오산이었다"라며 과거의 자신을 담담하게 돌아보는 심은경. 지금 그에게 흥행만큼이나 중요한 건 자기만족이다. "결국 관객들도 나의 진심을 다 보는 거니까. 내가 우러나와서 하는 건지 아닌지가 먼저다. 관객 수가 많이 들고 아니고를 떠나서, 내가 후회 없을 정도로 노력을 많이 하면 되는 거라고 본다." 이는 그가 저예산 영화 '걷기왕'을 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그의 나의 겨우 스물셋. 사실 심은경의 이야기는 20대 초반의 배우에게서 나온 말치고는 다소 노숙하다. 애늙은이 같기도 하다. 어떤 평지풍파를 겪으면 이렇게 미래에 대해 달관하게 되는 걸까. 그는 "내가 원래 생각이 좀 많다"라며 웃었다.

"한동안 난 왜 이렇게 걱정과 고민이 많은가 싶더라. 사실 되게 스트레스였지. 근데 이제는 '이게 나의 천성이구나' 받아들이게 됐다. 걱정을 안 하고 고민을 그만두면 오히려 더 힘들더라. 우울할 거면 우울하고, 고민이 되면 고민을 하면 되고. 나 자신을 많이 내려놨다."

영화 '걷기왕' 스틸
영화 '걷기왕' 스틸

말이 그렇지 쉬운 일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달관(?)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그가 보냈을 상념의 시간들이 절로 그려졌다. 심은경은 "그런 내게 힘이 되었던 게 '걷기왕'"이라고 말했다. 뻔하고 식상한 홍보용 멘트라고? 적어도 지금 그에게는 진심이다. 모두가 "빠르게 달려야 한다"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난 걸을래"라고 하는 만복은 그와 닮았다.

" 지난해에 겪은 슬럼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내 가치관이 바뀔 시점에 '걷기왕' 출연을 결심했다. 줄거리가 내게 위로를 건네주는 느낌이었다. 주저 없이 선택한 이유다. 그전부터 일상적인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었다. 만복은 멀미증후군이란 설정을 빼면 평범한 그 나이대 여고생이다. 나의 학창시절 경험과 감정들을 되새기면서 연기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너무 나태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하루하루 만복이 같이 지내고 있다.(웃음)"

배우 심은경 / 이지숙 기자
배우 심은경 /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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