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바람' 공식 포스터
'검은 바람' 공식 포스터

[헤럴드POP=김은정 기자] 모든 것을 파괴하는 바람 '검은 바람.' 영화의 타이틀이 담고 있는 의미만큼 폐막작의 무게감은 묵직했다.

15일 공개된 부산국제영화제의 폐막작 '검은 바람(The Dark Wind)'은 지고지순한 사랑과 전통적 가치관, 종교관 사이의 갈등과 충돌을 그린 영화로 이라크의 쿠르디스탄 지역에서 저명한 배우이자 작가로 활동 중인 후세인 하싼 감독의 세 번째 장편 극영화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공개된 작품이다.

행복한 기운으로 가득했던 마을을 IS가 침략한다. 총소리와 함께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된 이라크 싱갈 지역의 야즈디족. 미처 도망치지 못하고 숨어있던 페로와 여성들은 IS에 의해 납치되고, 노예시장에 팔려간다. 페로의 약혼자인 레코는 가족들의 안전을 확인한 후 페로를 찾아 나선다. IS와 결탁하여 납치해간 소녀를 돈 받고 가족에게 되파는 조직을 찾아 페로의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결론은 알 수 없다는 절망적인 대답. 포기를 모르는 레코는 국경을 넘어 페로를 만나게 되고, 천신만고 끝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다.

간절히 "살려달라"고 외쳤것만 간신히 살아 돌아온 현실 또한 지옥이었다. IS에 납치되어 팔려간 소녀들의 몸은 이미 더럽혀졌다 생각하는 난민 캠프 사람들의 차가운 눈빛과 약혼자 레코의 가족들조차 페로를 외면하며 페로는 견딜 수 없는 수치심과 외로움에 몇 번이고 바다로 향한다. 강간으로 인한 임신 사실이 알려지자 가문의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버지까지 페로를 차갑게 외면하고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극에 달한 페로는 레코와 어머니의 극진한 보살핌에도 삶에 대한 의욕을 잃어간다.

'검은 바람' 스틸컷
'검은 바람' 스틸컷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이야기를 통해 후세인 하싼 감독은 "IS에서 탈출한 사람들은 진정 자유를 얻는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약 3500명의 야즈디족 여성들이 납치를 당한다. 그리고 몇몇은 어떤 경로를 통하건 집으로 돌아온다. 영원히 가족을 만날 수 없는 이들에 비하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던 사람들은 그들이 말하는 신의 가호를 받은 것일지도 모른다.

극 중 레코는 차가운 눈초리를 받는 페로를 보며 "신께서도 페로를 용서하셨는데, 어째서 저 사람들은 용서하지 못하는 것이냐"며 안타까움과 분노의 마음을 드러냈다. 그들은 분명 신을 신성시하며 절대적인 힘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신께 용서를 빌고 죄를 씻은 피해당한 여성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였다.

페로의 아픔이 심각한 이유는 자신이 당한 신체적 고통을 넘어 모든 것을 잃어버린 상실감 큰 피난캠프 속에서 받아내야 하는 증오라는 정신적 고통일 것이다. 페로를 연기한 배우 디만 잔디는 "페로를 연기하며 신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았다. 특히 이런 상황에 처한 여자가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에 많은 생각을 하면서 연기했다. 그래서 정신적 고통이 더 컸다"고 전했다. 실제 디만 잔디는 탈출에 성공한 야즈디족 여성들을 직접 만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아픔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레코 역을 연기한 기자 출신 배우 라케시 사바즈는 "학살이 일어난 뒤 일주일 후 가족을 잃은 지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이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풀어야 하는지 영화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면서 '검은바람'을 만들면서 신중했던 자세를 드러냈다.

페로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절벽에 앉아있는 모습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에 대해 후세인 하싼 감독은 "엔딩이 주는 의미가 해피인지 새드인지는 관객의 선택으로 남기고 싶다"고 밝혔다.

'검은 바람'의 폐막작 선정에 대해 메흐멧 악타스 프로듀서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 피해자들이 겪은 어려움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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