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춘몽' 스틸 / 프레인 글로벌, 스톰픽쳐스 코리아 제공
영화 '춘몽' 스틸 / 프레인 글로벌, 스톰픽쳐스 코리아 제공

[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시네아스트 장률(54)의 신작 '춘몽', 한예리였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춘몽'(감독 장률)은 예사롭지 않은 세 남자 익준(양익준), 정범(박정범), 종빈(윤종빈)과 보기만 해도 설레는 그들의 여신, 예리(한예리)가 꿈꾸는 그들이 사는 세상을 담은 영화다. '풍경'(2013) '경주'(2014) '필름시대사랑'(2015)을 연출한 장률 감독의 신작이기도 하다.

최근 한예리는 '극적인 하룻밤'(2015) '최악의 하루'(2016) 등에 출연하며 독립영화계서 맹활약 중이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종횡무진하는 그의 행보는 한예리란 배우의 미덕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춘몽'에서는 세 명의 영화감독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네 명이다. 19일 헤럴드POP과 만난 장률 감독마저도 '한예리 예찬론'을 펼쳤다. 그에게 한예리는 장률 감독의 고향인 연변의 순박한 정취가 느껴지는 귀한 배우였다.

작품에 재중동포 출신이란 자신의 정체성을 녹여내곤 했던 그에게 한예리는 최고의 뮤즈다. 장률 감독은 "요즘 도시의 젊은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날이 서 있다. 가시가 돋친 느낌이다. 물론 그게 그 친구들의 잘못은 아니다. 이 삶이 지속되는 공간이 그들을 그렇게 만든다. 그 반대로 소박하고 포용력이 있는 면은 적은 것 같다. 가끔 그런 친구들이 보인다"라며 한예리 역시 그런 매력이 있다고 극찬했다.

"한국의 시골이나 나의 고향에 가면 아직 소박한 면이 남아있는 친구들이 있다. 한예리의 성장과정을 따로 물어본 적은 없지만 그 친구 역시 그런 게 몸에 배어있더라. 배우로서는 굉장히 소중한 부분이다."

장률 감독 / 이지숙 기자
장률 감독 / 이지숙 기자

사실 '춘몽'의 원제는 '삼인행'이다. 중심축이 익준, 정범, 종빈이었던 것. 하지만 한예리가 합류하게 되면서 전개 방향이 바뀌었고, 모든 이야기를 아우를 수 있는 '춘몽'으로 제목이 변경됐다. 평소 한예리의 팬이었던 장률 감독은 직접 전화를 걸어 출연을 제의할 만큼 섭외에 공을 들였다.

그는 "한예리 입장에서는 다소 황당했을 거다. 얼떨결에 '예라고 했는데 그렇게 된 거지"라며 웃었다. 하루 이틀일 거라던 촬영 기간은 점점 늘어났고, 결국 한예리는 '춘몽'의 얼굴이 되었다.

"처음에는 물론 하루 이틀이었지. 근데 와서 같이 촬영하는데 정말 좋더라. '저 친구가 나랑 긴 호흡으로 작업을 해보는 게 어떨까' 싶었다. 전작 '필름시대사랑'에서 한 번 해봤으니 또 찾은 거지. 좀 도와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는데 어느새 중심이 되었다."

극 중 예리와 익준, 정범, 종빈의 관계는 꽤 미묘하다. 세 명의 남자가 여인 하나를 두고 애정을 갈구한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맥락에 따라 다소 살벌한 치정극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춘몽' 속 남녀 4인의 관계는 시기와 질투보다는 끈끈하고 유대감이 깔려있다. 인생의 동지이자 친구에 가깝다. 영화 속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따스한 정서의 이유다.

장률 감독은 "그들이 원래 서로를 잘 아는 친숙한 사이인 거다. 익준, 정범, 종빈은 다 예리를 좋아하고 아낀다. 예리가 그만큼 실생활에서 매력이 있는 친구니까. 그래서 남자 셋이 예리란 캐릭터의 매력에 빠진 거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남녀가 둘이 있으면 위험(?)하겠지. 하지만 네 명이면 (관계에 대한) 큰 위협이 없다. 서로 자신의 좋은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겠는가. 그 선을 넘지 않게 장치를 한 거다. 실제 경험이냐고? 보통 감독들은 자기가 잘 못하는 부분을 영화로 만들지 않던가. 나는 단순한 사람이다."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