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올해 인생연기를 펼친 두 명의 여배우가 있다. 그런데 한 명은 사라졌다. 그것도 불륜설이라는 고약한 풍문으로 말이다.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 예상했기에 숨어버린 한 명이 아쉽다. 인생연기 후 3주 천하를 누리고 사라진 김민희와 인생연기 이후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모조리 예약한 손예진의 엇갈린 운명이 참으로 얄궂다.

배우 김민희가 홍상수 감독과의 불륜설 보도 이후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 어떤 변명도, 해명도 하지 않고 있는 김민희. 지난 6월1일 개봉한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에서 일본인 아가씨 히데코 역을 맡은 김민희는 압도적인 감정 연기와 일본어 대사, 파격적인 동성 베드신까지 소화하며 인생연기를 펼쳤다.

개봉에 앞서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아가씨’는 현지에서도 극찬을 받았다. 김민희는 여우주연상 유력 후보로 손꼽히기도 했다. 레드카펫에서 미소 짓는 김민희의 모습과 스크린 속 히데코의 매력에 관객은 열광했고, 아이돌급 인기를 누렸다. 무대인사에는 구름떼 같은 팬들이 따라 붙었고, 김민희의 두 손이 부족할 정도로 선물과 편지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는 단 3주뿐이었다. ‘아가씨’ 무대인사를 끝으로 공식일정을 마친 김민희는 해외로 출국했다. 홍상수 감독과 불륜설이 보도됐고, 어떤 말도 하지 않는 김민희에게 배신감을 느낀 팬들은 응원 대신 원성을 쏟아냈다.

영화 '아가씨' 김민희 스틸
영화 '아가씨' 김민희 스틸

이후 8월 열린 디렉터스컷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은 김민희에게 돌아갔지만, 정작 주인공인 김민희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시상자 이현승 감독은 “연기와 영화적 열정에 다른 것 생각하지 않고 투표했다”며 “민희야 감독들은 널 사랑한단다”라고 공개적으로 지지를 보냈지만 싸늘해진 대중의 시선을 되돌릴 순 없었다. 김민희가 스스로 입을 열기 전까진 말이다. 반면 똑같이 인생연기를 펼쳤다는 평을 받은 손예진은 김민희와 달리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올해 ‘비밀은 없다’(감독 이경미), ‘덕혜옹주’(감독 허진호) 두 편을 통해 인생연기, 인생작이란 찬사를 받은 손예진은 벌써 여우주연상 트로피만 두 개를 챙겼다. 그리고 남은 시상식에서도 유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영화 ‘덕혜옹주’가 손예진에게 559만 명이라는 흥행 성공의 기쁨을 안겼다면, ‘비밀은 없다’는 흥행은 25만 명으로 저조했지만 양손에 트로피를 안긴 작품이 됐다. 손예진은 ‘비밀은 없다’에서 실종된 딸을 찾는 엄마를 연기, 전형적이지 않은 모성애와 광기를 보여주며 제25회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어 오는 11월8일 열리는 제36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야말로 손예진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간 충무로에선 여배우가 주연을 맡은 작품은 흥행이 안 된다는 선입견이 팽배했다. 하지만 그 것을 깨부순 이가 바로 김민희 손예진이다. 여배우에게 제대로 된 역할 하나 쥐어주지 않아놓고 여배우 기근이라는 둥, 여배우들은 망가지기 싫어한다는 등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였던 영화 제작자들에게 한방 먹인 것. 때문에 김민희의 부재가 더욱 아쉽고, 반면 손예진이 있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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