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배우 유해진(46)이 해냈다. 원톱 주연작 '럭키'가 28일 누적 관객 수 500만 돌파가 확실시 되며 흥행 홈런을 날린 것. 데뷔 20년 만의 일이다.
유해진의 브랜드이자 장기인 코믹 연기는 영화 '럭키'(감독 이계벽/제작 용필름) 흥행 일등 공신이다. 코미디란 웃기지만 우습진 않아야 하는 장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까다롭다. '럭키'의 500만 명 돌파는 그간 다양한 작품으로 쌓아온 그의 노련함이 빛을 발한 결과다. 감초 조연에서 명실상부한 원톱 주연까지, 관객의 마음을 훔쳤던 유해진표 코미디 대표작들을 모았다.
◆ 전우치 (2009)
영화 '전우치'(감독 최동훈)는 유해진의 폭넓은 코믹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고전소설 '전우치전'이 모티브이며, 현대 서울에 갑자기 나타난 전우치(강동원)의 모험담을 다뤘다.
유해진은 '전우치'에서 전우치의 친구 초랭이 역을 맡았다. 겉모습은 사람이지만 정체는 개인 일명 '개인간'이다. 전우치가 부리는 도술에 따라 말로 변하기도 한다. 동물과 인간 사이를 오가는 캐릭터다. 이런 독특한 설정을 표현하기 위해 유해진은 개 특유의 행동을 관찰했다. 영화 속에서 발로 목을 긁거나 털을 터느라 온몸을 떠는 행동이 등장하는 건 이 때문이다.
그의 섬세한 디테일이 돋보이는 연기는 특유의 넉살과 더해지면서 관객의 웃음을 책임졌다. 여기에 강동원의 능청스러움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전우치'는 누적 관객 수 600만 명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 해적: 바다로 간 산적 (2014)
유해진의 코믹 연기가 '하드캐리' 한 작품은 단연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감독 이석훈/이하 '해적')이다. 고래 뱃속으로 들어간 조선의 국새를 산적과 해적 일당이 쫓는 이야기로 860만 명을 동원했다. 극 중 그는 해적 출신이었으나 산적이 된 철봉 역을 맡았다.
철봉은 태생적으로 코믹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였다. 바다에서 평생을 보내는 해적이건만 뱃멀미를 달고 사는 그의 역설적인 면모는 신스틸러급 활약으로 이어졌다. 더욱이 바다에 한 번도 가 본적이 없던 산적들의 처지를 알기에 그들 앞에서 허세를 부리는 철봉의 모습은 관객의 웃음을 유발했다. 자신이 해적인지 산적인지 고심하는 그의 진짜 정체성 찾기 역시 마찬가지다.
유해진은 '해적'에서 보여준 활약을 인정받아 대종상과 백상예술대상, 황금촬영상 등 그해 주요 영화제 남자 조연상을 휩쓸었다. '해적' 속 철봉은 유해진표 감초 연기의 결정판이었다.
◆ 럭키 (2016)
그리고 마침내 원톱 주연 유해진의 시대가 왔다. 오랜 기다림 끝에 그는 '럭키'로 흥행 단맛을 봤다. 일본 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으로, 카리스마 킬러 형욱(유해진)과 무명배우 재성(이준)의 운명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느와르나 스릴러에 비해 흥행 타율이 떨어지는 코미디. 더욱이 명품 조연배우의 주연 영화는 흥행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팽배했었다. 때문에 '럭키' 역시 운이 따라준다면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선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럭키'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연일 기록 경신 중이다. 물론 이는 유해진의 무르익은 코미디 내공 덕이다.
'럭키'는 그간 유해진이 보여준 모습과는 궤를 달리한다. 웃음 유발을 위해 대놓고 멍석을 깔아놨던 전작들과는 달리, 이 영화 속 그는 시종일관 진지하다. 오버스러움을 지양한 유해진의 절제된 연기는 당사자는 심각하지만 보는 이는 숨넘어가게 웃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자연스럽게 보이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 연기 중 가장 어렵다는 단계까지 이른 것이다. 오랜만에 고급스러운 웃음으로 무장한 제대로 된 코미디 영화가 등장했다.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