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황수연 기자]2016년 한국 영화계는 신인 감독들의 맹활약이 돋보이는 한 해였다. 10월까지 개봉한 작품들 중 흥행 1·2위를 기록한 '부산행'과 '검사외전'이 모두 신인 감독들의 작품이었고, 11월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가려진 시간' 역시 신예 감독의 영화다.
독특한 소재, 탄탄한 스토리, 상업영화의 미덕이라고 불리는 관객 동원력까지 어느 하나 부족한 점이 없다. '검사외전' 이일형 감독, '부산행' 연상호 감독, '걷기왕' 백승화 감독, '가려진 시간에' 엄태화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검사외전' 이일형 감독
영화 '검사외전'은 살인누명을 쓰고 수감된 검사(황정민)가 감옥에서 만난 전과 9범 꽃미남 사기꾼(강동원)과 손잡고 누명을 벗으려는 내용의 범죄오락영화다.
"이 영화는 성공할 줄 알았다"는 강동원의 말처럼, '검사외전'은 철저한 자본 논리를 따른 상업영화다. 개봉 당시 배급사의 스크린 독과점으로 흥행에 성공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황정민, 강동원이라는 최고의 흥행카드에 사회 풍자 스토리까지 관객의 구미를 끌어당기는 포인트가 많았다.
누적관객수 970만 6,696명을 기록하며 역대 17위, 올해 2위 흥행작에 오른 이 영화는 이일형이라는 신인 감독의 손에서 탄생했다. 이 감독은 영화 '비스티보이즈' '군도:민란의 시대' 윤종빈 감독의 연출부 출신으로, 10년여 동안 충무로 생활을 버텨낸 잔뼈 굵은 영화인이다.
보통의 신인 감독들이 독립 영화에서 시작, 예술과 작품성에 강한 의욕을 드러내지만 이일형 감독은 조금 다르다. 대중이 좋아할 만한 영화, 지루하지 않은 즐거운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낸다. 충무로 최고의 배우들을 한 번에 캐스팅할 만큼 자신감도 크다. '재미'가 최우선인 그의 차기작이 기대되는 이유다. ◆'부산행' 연상호 감독
영화 '부산행'은 전대미문 재난이 대한민국을 뒤덮은 가운데 서울역을 출발한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생존을 건 사투를 그린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다. 배우 공유 정유미 마동석 최우식 안소희 김의성 김수안 등이 출연했다.
'부산행'은 좀비를 기차에 태운다는 독특한 소재와 상상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첫날 87만 명을 동원하며 역대 오프닝 신기록을 갈아치웠고, 총누적관객수 1,156만 5,386명으로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유일하게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역대 흥행작 9위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으로 첫 실사영화 데뷔를 마쳤다.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두 편의 장편 영화를 연출한 경력이 있지만, 실사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분명 다르다. 연 감독에 따르면 '부산행'은 '애니메이션 '서울역'을 준비하던 도중 투자배급사에서 실사로 리메이크를 제안하면서 만들어지게 됐다.
연상호 감독은 장르 영화에 강점을 발휘하며 '부산행'과 '서울역'이라는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오가는 독특한 영화를 창조해냈다. 재난 영화라는 클리셰를 사용하면서 한국 영화에 없었던 좀비라는 소재로 뻔하지 않은 스토리를 그려냈다. 차기작은 초능력자의 이야기를 그린 '염력'이다. 류승룡이 주연을 맡는다.
◆'걷기왕' 백승화 감독 영화 '걷기왕'은 무조건 빨리, 무조건 열심히를 강요하는 세상에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는 선천적 멀미 증후군 여고생 만복(심은경)이 자신의 삶에 울린 '경보'를 통해 고군분투하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 영화는 '검사외전' '부산행'에 비해 흥행에서는 실패한 영화로 분류된다. 유일한 흥행카드는 전작 '수상한 그녀'로 최연소 흥행퀸 수식어를 얻은 배우 심은경 뿐이다. 감초 배우 몇몇과 신인 배우들로 캐스팅된 저예산 영화며, 소재는 극적인 반전 없는 소소한 감동을 주는 한 여고생의 성장 스토리다.
하지만 '노잼'일 것만 같은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꿀잼'을 선사한다.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심은경의 열연에 백승화 감독의 센스 있는 연출력이 더해졌다. 영화에 사용된 '타이타닉' OST 리코더 연주는 '미쳤다' 싶을 정도. 재기 발랄한 엔딩곡은 백승화 감독이 직접 작사하고, 심은경이 불렀다.
'걷기왕'은 애초 기대작으로 분류되지 않아 많은 상영관을 확보하지는 못 했다. 하지만 영화를 관람한 소수의 관객들은 '걷기왕'의 높은 완성도에 엄지를 치켜세운다. "이 영화의 엔딩을 보고 출연을 결심했다"는 심은경의 말처럼 관객들에게 힐링과 소소한 감동을 전해준다. 백승화 감독의 차기작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가려진 시간' 엄태화 감독 11월은 충무로 대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한국 영화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중 가장 큰 기대를 받는 작품은 오는 16일 개봉을 앞둔 '가려진 시간'이다. 이 영화의 개봉일을 두고 몇몇 영화들이 개봉일을 조정하며 맞대결을 피했을 정도.
'가려진 시간'는 화노도에서 일어난 의문의 실종사건 후 단 며칠 만에 어른이 되어 나타난 성민(강동원)과 유일하게 그를 믿어준 단 한 소녀 수린(신은수)의 특별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가려진 시간'은 한국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판타지 장르다. 엄태화 감독에 따르면 시간이 뒤틀린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시간을 멈추는 이 영화의 독특한 설정을 기획했다.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소재에 최고의 흥행카드 강동원이 만났다. 관객들이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엄태화 감독에 대한 관심도 크다. '가려진 시간'은 그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지만,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 연출부를 거치며 독립영화 '잉투기'로 '한국 영화계 가장 기대되는 신예 감독'이라는 평을 받았다. '밀정'으로 주목받은 배우 엄태구의 친형이기도 하다.
올해 충무로는 베테랑 감독들과 신예 감독들이 골고루 사랑을 받은 한 해였다. '아가씨'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곡성' 나홍진 감독, '밀정' 김지운 감독 등이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좋은 결과를 얻었다. 위에 언급했듯이 신인 감독들의 활약은 베테랑 감독들 못지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2016년을 빛낸 감독들의 '열일'이 어떤 반가운 영화를 만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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