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다윗/사진=서보형 기자
배우 이다윗/사진=서보형 기자

[헤럴드POP=이소담 기자]이다윗은 어떻게 ‘스플릿’의 볼링천재 자폐아 영훈을 완성시켰을까.

배우 이다윗은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인터뷰를 갖고 영화 ‘스플릿’(감독 최국희/제작 오퍼스픽쳐스) 자폐 성향을 지닌 영훈을 연기하려 준비한 과정에 얽힌 뒷이야기를 전했다.

‘스플릿’은 도박 볼링 세계에 뛰어든 밑바닥 인생들의 한판 승부를 그린 작품. 유지태가 한물 간 전직 볼링 선수 철종 역, 이정현이 허당 매력의 생계형 브로커 희진 역, 이다윗이 자폐 기질과 천재적 볼링 실력을 동시에 지닌 영훈 역, 정성화가 철종과 악연으로 이어진 악역 두꺼비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이날 이다윗은 “최국희 감독이 시나리오를 줘서 봤는데, 볼링 영화는 처음이라 재밌었다. 그런데 시나리오는 엄청 천천히 읽혔다. 원래 재밌는 시나리오는 빨리 읽히는데 ‘스플릿’은 재밌는데도 내가 영훈을 연기하게 된다면 어떨까 생각면서 보니까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너무 어렵더라. 영훈을 생각하느라 되게 부담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다윗이 자폐 성향을 지닌 볼링천재 영훈을 연기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이미 그보다 훨씬 잘해낸 선배 배우들이 있었기 때문. 그 중에서도 ‘말아톤’ 조승우는 독보적이라 할 수 있었다.

배우 이다윗/사진=서보형 기자
배우 이다윗/사진=서보형 기자

조승우의 연기를 보고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는 이다윗은 “‘스플릿’ 영훈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무게였다. 정말 어렵더라. 주변에서도 이미 이런 연기는 잘해낸 선배가 많으니까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욕먹는다고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그래서 겁먹고 못하겠다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이다윗이 ‘스플릿’ 영훈을 놓을 수 없었던 이유는 도전정신 때문이었다. 그리고 쪽팔리기 싫었다고. “그때 마침 톰 하디 주연의 ‘레전드’라는 영화를 봤고, 톰 하디의 연기에 엄청 감동 받았다. 어떻게 이런 도전을 했을까 싶었다. 더구나 1인2역을 본인이 직접 제안했다고 하더라. 그건 정말 자기 자신에 대한 상당한 자신감과 믿음이 있단 것 아닌가. 그것 자체가 도전이니까 정말 멋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내 자신이 초라해지고 부끄러웠다.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난 해보지도 않고 도망치려 했다는 게 쪽팔렸다. 그래서 ‘스플릿’ 영훈을 하겠다고 했다.”

자폐 성향을 지닌 영훈 캐릭터를 만들어가기 위해 이다윗은 한강 잠수교를 찾아 혼자 연기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이다윗은 “한강에서 그러고 있는데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더라. 간혹 길 잃어버렸냐고 말도 걸고. 그런 걸 보면서 한편으론 이게 먹히네 싶더라”고 웃음을 터트렸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걸 깨고 싶었다. 나는 정상적인 사람인데 자폐 성향을 지닌 인물을 연기하려고 하면 어색하잖나. 그걸 빨리 깨고 내 몸에 익히고 싶었다. 그래서 그냥 평소에 사람들 있을 때 연습을 하면서 익숙해지려고 했다. 사실 큰 의미를 두고 한강을 찾아간 건 아니고 집이랑 가까워서 평소에도 자주 가는 곳이다. 연기연습 뿐만 아니라 노래도 한다. 감성이 올라오면 그곳을 찾아가죠.” 이어 이다윗은 “처음엔 연기 연습에 집중하느라 사람들이 쳐다보는 줄도 몰랐다. 이렇게 걸을까? 손을 이렇게 할까? 한참 하다가 ‘휴’ 한숨을 내쉬고 주변을 보면 사람과 눈이 마주친다. 그럼 3초 동안 민망해가지고 어쩔 줄 모른다. 그런데 그때 그런 생각이 들더라. 영훈은 이렇게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구나 하고 말이다. 영훈은 겉으로 표현은 잘 안하는데 분명 알건 다 아는 애다. 생각도 하고 느끼는 게 있지만, 작은 아이만의 세상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밖으로 표출이 안 될 뿐이란 걸 알았다. 그래서 주변 눈치를 안 봐야지 하는 마음에서 시작해서 나만의 ‘영훈이 월드’를 만들어야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닿았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다윗은 정신과 심리상담의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며 자문을 구했다. 자폐아인 영훈을 그저 우스꽝스럽게, 오락적인 캐릭터로만 그려내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배우 이다윗/사진=서보형 기자
배우 이다윗/사진=서보형 기자

“자폐 연기는 마냥 쉽게 해낼 수 있는 게 아니잖나. 정보도 필요하고 조심스러운 역할이다.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버리면 안 된다고 봤다. 희화화 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래서 조금 더 정확하게 신중하게 연기를 하려고 정신과를 찾아갔다. 그 선생님이 지적장애인을 상담하는 분이라 이것 저것 알려주더라. 보통은 상담실에 들어와서 앉으면 ‘오늘 하루 어땠어요? 뭐했어요?’ 그러면 ‘오늘 뭐 했어요’ 하는 식으로 대화를 하듯 상담을 한다더라. 그러면서 자폐를 가진 이들을 분류해서 알려줬다. 모두 부류가 다르고, 이런 부류는 이런 특징을 갖고 있다고 말이다. 되게 많고 다양하더라.” 이다윗은 “자폐 환자들의 특징과 성향을 모두 모아놓고 ‘스플릿’의 영훈이는 어떨까 최국희 감독님과 이야기를 정말 많이 나눴다. 영훈이는 심한 자폐 증상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증상이 없는 것도 아니라고 해서 기존 특징 중 몇 개를 골라서 영훈의 틀을 만들었다. 사람을 피하거나 뭐 하나에 꽂혀있고, 틱이 있는 등의 특징도 모두 그 안에서 나온 거다”고 밝혔다.

이어 이다윗은 “영훈이가 이름을 부르면 격하게 반응하면서 손을 마구 움직이는데, 그 것도 영화를 보면 왜 그런 동작을 하는지 이유가 나온다. 다만 그 부분이 정확히 표현되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쉽긴 하다”며 연기 호평에도 여전히 자신의 연기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편 이다윗의 압도적 연기를 엿볼 수 있는 ‘스플릿’은 지난 9일 개봉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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