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본사 DB
사진 : 본사 DB

[헤럴드POP=노윤정 기자] 방송인 이경규의 언행일치가 반갑다.

이경규는 11월 9일 MBC에브리원 ‘PD 이경규가 간다’ 시즌1 마지막 방송을 통해 첫 예능 프로그램 PD 도전을 마무리했다. 이날 방송에서 이경규는 뮤직비디오 제작에 도전했다.

그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상을 언급하며,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서 세계로 나아가자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후 멤버들과 노래를 만들고 뮤직비디오 감독을 섭외해 열정적으로 촬영까지 진행, 뮤직비디오 제작에 성공하며 시즌1을 마무리했다.

이후 이경규는 하고 싶은 것 다 해봤다며 “시즌2만 하면 된다”고 유쾌한 종영 소감을 전했다. 이어 “연출하면서 보람도 느끼고 많은 것을 배웠다”며 ‘출연자일 때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배운 3개월’이었다고 밝혔다.

‘PD이경규가 간다’는 “예능의 끝은 다큐”라고 말했던 이경규의 방송 철학이 담긴 프로그램이었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 PD로 변신해 직접 아이템을 기획하고, 제작과 연출에 참여했다. 그러면서 첫 회 ‘뿌꾸극장’을 통해 반려견 뿌꾸의 새끼들을 찾아나서는 모습을 보여줬고, 홍대에서 역사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으며, 20년 만에 ‘양심냉장고’를 재현해 향수와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는 데 중점을 두어 이경규가 말했던 ‘다큐형 예능’을 선보인 것이다.

이처럼 이경규는 농담처럼 내뱉었던 자신의 말을 하나씩 현실로 만들어가며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불었던 ‘킹경규 열풍’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지난 1월 MBC ‘무한도전’에 게스트로 출연했을 당시, “곧 실버타운에 들어가실 나이다”는 공격에 “누워서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응수했던 바 있다. 이경규가 이 말을 했을 때 현실이 되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있었을까.

하지만 이경규는 3월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입성하며 첫 방송에서 ‘눕방(누워서 하는 방송)’을 창시해 ‘예능 대부’다운 면모를 보였다. 시청자들을 끌어당기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들 사이에서, 누운 자세로 설렁설렁 멘트를 하면서도 1등을 차지한 것은 노련함을 갖춘 이경규이기에 가능한 기록이었다.

또한 “내가 ‘쿡방’의 원조”라고 밝힌 이경규는 MBC 설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 ‘요리원정대’, JTBC ‘한끼줍쇼’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비판했던 현재 ‘쿡방’·‘먹방’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리얼리티적인 면을 강화하면서 색다른 방송을 만들었다. 흔하디 흔해진 ‘먹방’을 하더라도, 도전하는 데 두려워하지 않고 직접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 온 이경규의 철학이 녹아났다.

메인 진행자 모습이 익숙한 이경규가 예능 프로그램 게스트로 출연하기 시작한 것도 올해 들어서다. 이경규는 ‘무한도전’에서 패널, 게스트 출연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바, tvN ‘SNL코리아 시즌7’, SBS ‘런닝맨’, MBC ‘라디오스타’ 등에 출연하며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냈다.

이는 예능계에서 35년 간 잔뼈가 굵은 이경규라서 가능한 일이지 않았을까. 예능계 판도를 파악하는 냉철함과 새로운 콘텐츠에의 도전 정신은 그가 36년차 코미디언으로 후배들의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해줬고, 30년 넘는 세월 동안 쌓인 경륜은 자연스럽게 흐름을 읽는 눈을 더욱 밝아지게 했다. 36년차 방송인 이경규가 보여주는 콘텐츠가 여전히 사람들에게 통하는 이유다.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