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시국 탓에 극장가도 잠시 주춤한 모양새다. 그 가운데 소신 있는 발언으로 가려운 곳을 긁어준 영화인들이 화제다.
정치 사회 경제 뉴스가 연예 뉴스보다 더 버라이어티한 상황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설마 했던 일들은 현실로 드러나고 있고,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으로 나섰다. 때문에 영화관을 찾는 관객의 발걸음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소신발언으로 시국을 비판한 영화인들이 있다.
먼저 지난 12일 수많은 촛불들이 광화문으로 향한 그날, 영화 ‘가려진 시간’(감독 엄태화/제작 바른손이앤에이)은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무대인사를 가졌다. 강동원의 무대인사라면 초스피드로 매진이 되고, 자리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 이건만 이 날은 조금 달랐다. 곳곳에 빈자리가 있자 강동원은 “오늘 이렇게 무대인사를 하는데 빈자리가 많더라고요”라며 “오늘은 뭐 (자리가)비어도 기분이 나쁘지 않네요”라고 말해 오히려 지지를 받았다. 지난 9일 열린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제작 CAC엔터테인먼트) 제작보고회에서는 각종 소신발언과 의미심장한 일침이 쏟아졌다. 원전재난을 소재로 ‘판도라’를 만든 박정우 감독은 “나도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감독이다. 그걸 지금은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요즘 어떤 사건으로 모든 사회 이슈를 불같이 빨아들이는 시기인데 작품에 관심을 가져 줘서 감사하다”고 뼈 있는 말들을 내뱉었다.
여기에 박정우 감독은 “‘판도라’는 4년 전에 쓴 시나리오인데 지진 등 요즘의 시국과 많이 닮아 있어서 뭔가 싶다. 사실 대통령을 영화 속에 담아내기 정말 힘들다. 과연 '판도라'가 만들어질까 하고 생각하는 불행한 시대에 살고 있는데, 그걸 극복하는 게 창작자의 의무라고 생각했다”고 외압설을 부인하며 “대통령은 멋있게 만들면 비현실적이고 사실적으로 만들면 짜증나는 캐릭터”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판도라’ 주연배우 김남길은 “김남길은 “영화를 찍을 때 이 작품이 개봉할 수 있을까 걱정은 안했는데, 지금이 워낙 복잡하고 답답한 시국이잖나”라며 “'판도라'는 지진으로 재앙이 시작되지만, 인간의 이기심과 자본의 이기심 때문에 재난이 되는 이야기다. 원전이란 소재뿐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14일 열린 영화 ‘마스터’(감독 조의석/제작 영화사 집) 제작보고회에서도 시국을 향한 발언이 나왔다. 희대의 사기꾼 진회장(이병헌)이 연설을 하는 장면을 위해 연설문을 두고 이병헌과 수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는 조의석 감독은 “이병헌의 말이 너무나도 자극이 됐다. 내가 너무 1차원적으로 접근한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며 “연설문을 쓴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불거진 최순실의 대통령 연설문 개입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여기에 이병헌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다. 이 영화가 다루는 지점도 어찌 보면 사회를 반영하는 내용의 이야기다”고 최순실 게이트로 혼란스러운 현 시국을 언급하며 “‘마스터’는 그 것을 해결해가면서 관객들에게 굉장히 큰 카타르시스를 주려고 의도한 지점이 있다. 힘든 현실이지만, 아주 조금이나마 휴식이 될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봉준호 감독의 발언은 더욱 직설적이었다. 지난 10일 프랑스 국무장관으로부터 문화예술공로훈장을 받은 봉준호 감독은 수상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요즘 나라 안팍으로 너무 충격적인 일들이 많아서 훈장을 받고 기뻐 날뛸 수 있는 그런 심리적 상태는 아니다”며 “이제 조만간 최순실 씨랑 도널드 트럼프가 한미 정상회담을 하는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니 굉장히 어지럽다”고 말해 프랑스 통역을 당황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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