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박아름 기자]"카메오인줄 알고 출연했는데.."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금토드라마 '더 케이투'(THE K2/극본 장혁린/연출 곽정한)에서 특별출연 그 이상의 활약을 펼쳐냈던 배우 이정진을 만났다.
이정진은 '더 케이투'에서 선인과 악인의 사이를 넘나드는 젊은 대기업 회장 최성원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야누스적 매력을 선보였다. 특히 15회, 최종회에서는 이복누나 최유진(송윤아 분)과 '클라우드나인'에서 숨막히는 기싸움을 펼쳐 시청자들마저 숨죽이고 지켜보게 만들었다. 가장 놀라운 점은 끝까지 그 누구보다 임팩트 있는 활약을 펼쳐냈던 이정진이 특별출연이었다는 점이다.
"곽정한PD가 원래 '몇 회 나올지 몰라' 이랬는데 이렇게 많이 나올 줄 몰랐다. 곽정한PD랑 워낙 잘 아는 사이라 대본도 안 보고 출연을 결정한 거다. 제목도 '케이투'라 그래서 산악 드라마인줄 알았다.(웃음) 촬영 들어가는데 무슨 역할이냐 물었더니 '잘 몰라. 몇 회 안나오는데 몇 회 나올지 몰라. 부탁 좀 들어달라'고 해서 '알았다' 하고 첫 리딩에 참석했다. 총 4회까지 리딩했는데 내가 딱 한 신 읽으니 다들 '쟤 왜 왔지?' 했을 거다."
이정진은 공교롭게도 올 초 JTBC 금토드라마 '욱씨남정기', 영화 '대결'에 이어 또 한 번 특별출연으로 시청자들과 만나게 됐다.
"'욱씨남정기'에서도 4회 나왔다.(웃음) 오랜 지인들과 함께 일을 한 것 같다. 영화 '대결'도 그랬다. '하루 이틀만 찍어요' 그랬는데 8회차 찍고 그랬다. 워낙 콘텐츠가 많아졌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다양하게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려 하고 있다. 그래도 내년엔 더 좋은 작품에서 시청자들, 관객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렇게 악역으로 특별출연 나들이에 나선 이정진은 '더케이투' 촬영을 즐겁게 마쳤다고 후기를 전했다. 특히 송윤아와의 호흡에 대해선 "워낙 상대방 기운이 좋아 즐겁게 촬영했다. 송윤아는 연기에 대해선 얘기할 게 없는 배우다. 그냥 믿고 하는 거다. 연기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주고받는 건데 거기서 받는 기운이 좋아 잘 어우러졌던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욕심많고 비열한 모습으로 마지막까지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최성원은 결국 죽음을 맞이하며 비참하게 퇴장했다. 재벌 회장이었던 그의 죽음은 다소 허망했다. 자신이 총으로 다리를 쐈던 김실장(신동미 분)에게 역시 총으로 보복당한 것. 하지만 이정진은 "그 정도 했으면 죽어야지.. 현실에서 그런 분들은 불사조로 끝까지 사시겠지만 말이다. 최성원은 깔끔하게 확 끝났던 것 같다"며 이같은 결말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최성원이 정말 악질이라 느낀 순간을 묻자 "누나(송윤아 분)한테 총 쏜 거다. 다른 사람한테 그래도 다리를 쐈는데 누나는 배를 맞았다"고 재치있게 답하기도.
이정진은 선과 악이 공존했던 최성원에 대해선 "누구나 그런 반대되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이번에 최성원이 그게 좀 더 부각되는, 도드라지는 역할이었다. 그래야지 사람들이 볼 때 더 관심을 가질거라 본다. '난 악역이야' 이러면서 모든 사람에게 다 악하게 할 필욘 없지 않나? 시청자들, 관객들 눈도 높아졌고 이런 것들이 오히려 훨씬 더 임팩트 있게 가는 거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저 사람 실제로도 있을 것 같아'라는 느낌 말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느덧 데뷔한지 20년이 다 돼 가는 베테랑 연기자이지만 여전히 1:1 연기 코치를 받는다는 '준비된 배우' 이정진은 "나도 '가볍게 가자'는 것에 딱 공감했다. 재벌2세 나쁜 놈은 다 무겁지 않나? 컬러로 따지면 블랙이다. 블랙도 톤에 따라서 묽어질 수도, 짙어질 수도 있는데 같은 블랙에서도 그렇게 움직이자고 설정했다"고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최성원은 대기업 회장답지 않은 건들거리는 말투와 행동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이정진은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다. 뭔가 얘기가 나올 때마다 궁금증을 주고 싶었고, '쟤가 나오면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데'란 생각을 하게 만들고 싶었다. 작은 것도 과하게 표현할 수 있는 거고 무거운 건 가볍게 툭 던지기도 하고 그랬다. 코믹하기보단 예측도 잘 안되는 것 같고 그런 지점을 좀 생각하며 힘의 분배에 신경을 많이 썼다. 가볍게 갈 건 훅 던지고 그랬다"고 밝혔다.
'인생캐릭터'라 불릴 정도로 그간 많이 경험해보지 못한 악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 호평받은 이정진은 정작 자신이 직접 연기했던 최성원이란 인물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졌다. 최성원은 정재계를 자기 맘대로 좌지우지했던 인물이다. 그는 "요즘 뉴스에 나오는 거 보면 최성원이 별로 나쁜 것 같지도 않다. 그게 안타깝기도 하다. 보신 분들이 진짜 권력층과 재벌들 암투가 많아 '진짜 저럴까? 우리가 모르는 세상 이면엔 저런게 있을까? 드라마니까 픽션을 가했겠지' 이래야 되는데 요즘 뉴스에서 나오는 걸 보면 우리 드라마는 어떻게 볼 때 '아 그래?' 이런 수준이다"고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 그러면서 "실제로 명예욕, 권력욕 같은 게 있었으면 뉴스에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난 아직도 부족해서 할 게 참 많은데 명예욕, 권력욕이라니.. 그런 건 없다"며 웃었다.
한편 '더 케이투'는 이정진을 비롯해 송윤아, 조성하, 김갑수 등 유독 나쁜 사람들이 참 많이 나온 드라마였다. 그래서 이정진에게 '가장 나쁜 사람이 누구인 것 같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더니 상당히 의미심장한 답변이 돌아왔다.
"'우리 누나(송윤아 분)랑 내가 제일 했다.(웃음) 찍을 땐 박관수(김갑수 분)가 제일 나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 시국이 안티가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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