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보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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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이소담 기자]‘우리 손자 베스트’가 현실 풍자 코미디 탄생을 알렸다.

영화 '우리 손자 베스트'(감독 김수현/제작 봉두난발, 인디플러그)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25일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배우 명계남, 구교환, 김상현 그리고 김수현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우리 손자 베스트'는 헬조선을 살아가는 20대 청년 백수 교환(구교환)과 70대 애국 노인 정수(명계남)의 아주 특별한 나라 사랑법을 담은 애국 풍자 코미디다. '나쁜영화' '창피해' '귀여워' 김수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날 김수현 감독은 어버이연합과 일간베스트(일베)를 모티브로 영화를 만든 이유에 대해 “영화에서 구교환이 남들처럼 소박한 연애를 할 수도 있었는데, 약속을 해놓고 혼자 술에 취해 길거리에 쓰러지고 엉뚱한 종로 뒷골목으로 끌려간다. 또 엄마와의 정사 꿈을 꾸고, 비아그라를 잘못 먹고, 박카스 여인과 또다시 정사를 나누고 뛰쳐나가면서 폭탄을 만들어 자신만의 거사를 준비한다. 그 모습이 지금의 20대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동시에 내가 지금의 20대였다면 어땠을까 자문하게 되기도”라고 운을 뗐다.

이어 김수현 감독은 “70대는 주입식 교육의 병폐로 인해 고생한 것 같다. 늘 빨갱이, 종북 좌파에 대해 교육 받은 결과가 이 영화 속 정수 캐릭터에 녹아있다. 주입식 교육 안으로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는 쓸쓸한 삶이 영화의 모티브가 됐다”며 “내가 얼마만큼 현실을 제대로 깊이 반영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상태로 영화 결과를 내놨다”고 밝혔다. “일베를 비롯해 유사한 사이트가 많다. 그 중 일베가 워낙 상징적인 모습과 역할을 했잖나”라고 말한 김수현 감독은 “내가 커뮤니티의 모습에 대해 접한 건 영화를 만들기 1년 전쯤이었다. 이런 친구들이 있고, 이들이 이런 목소리를 내고 있구나 그렇다면 이런 정서를 갖고 있겠거니 추측했다. 실제 일베 유저를 만난 건 아니었다. 다양한 생각을 접하고 놀라고 화가 치밀기도 했다. 재치와 익살, 자기 조롱의 방식이 이들의 무기일 수밖에 없겠구나 싶더라. 20대가 처한 현실에서는 이렇게밖에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돼 내용에는 상관없이 그들의 형식에는 놀랐다. 그러나 나도 불편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김수현 감독은 “그들을 두둔하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상대적으로 하게 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다시 일베 글을 보면 힘들 것 같다. 그런 방식으로 캐릭터와 이야기를 모아가다가, 구교환이 캐스팅됐다. 나보다는 가깝게 커뮤니티의 모습을 접할 수 있는 나이라서 구교환의 도움을 많이 들었다. 구교환 주변에는 그런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친구도 있었던 것 같고 말이다. 그런 유저들도 술자리서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까지는 평소엔 자신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모습이라고 하더라. 정수 캐릭터 또한 나이 들고 극우적인 캐릭터라고 하는데, 그게 극우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들의 삶 또한 힘든 것 같은데, 그들이 함께 막걸리 한잔 하고 집에 가는 모습을 보면 녹음 된 소리를 틀어놓은 것처럼 영혼이 없는 것 같더라. 그런 영혼 없는 목소리의 실체는 무엇일까 싶어서 미디어에 대한 연구도 많이 했다”고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면 왜 김수현 감독은 ‘우리 손자 베스트’ 정수 역에 명계남을 캐스팅했을까? 김수현 감독은 “명계남이 시나리오를 보고서는 ‘대한민국에서 이 역할을 명계남 아니면 누가 하겠냐’고 했었다. 그런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며 “또, 20대에 자신의 삶을 다양한 목소리로 표현할 수 있는 배우는 구교환뿐이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이에 명계남은 “내가 정수 역을 제일 잘할 거란 말이 아니라, 적은 예산의 영화에서 나이 많은 캐릭터를 다른 배우들이 하려고 안 할 거라는 말이었다”며 “난 무슨 시나리오든 하라 그러면 다 한다. 가리지 않는다. 이 영화도 그 중 하나다. 개런티도 관계없다. 예산도 상관없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명계남은 “영화를 찍으면서 추워서 힘들었다. 김수현 감독이 투트랙 구조를 가지고 가면서 묘한 교차를 보여주는 게 좋더라. 그게 촬영을 하면서는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데, 구교환의 연기를 보면서 자극 받으면서 신나게 촬영했다”며 “나도 예전에 영화 제작을 했었다. 제작 형편이 더 좋았다면 김수현 감독이 하고픈 걸 더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감독들이 그러더라. 포기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감독의 능력이라고 말이다. 또 촬영 장소가 파고다공원 뒷골목이라 도둑촬영도 많았고, 그러면서 정말 답답하고 짜증났다. 영화산업이 발달했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촬영 스태프들이 대우를 못 받고 그러는 게 정말 화가 났다”고 전했다. 구교환은 “연기를 하면서 그 역할에 대해 궁금증이 있어야만 한다. 이번 역할도 궁금했었다. 그리고 매 신마다 단순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어렵다면 어려운 역할인데, 시나리오에 충실하려 했다”며 “감독님과는 영화 외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다. 뭔가 정의를 하고 연기를 하면 안 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교환은 “모든 배역이 어렵다. 불편하고 힘들다”고 말했지만, 명계남은 “난 이렇게 쉽게 연기를 하는 배우를 근래에 본 적이 없다. 잘하거나 그냥 확 묻어나오더라. 빨리 감독을 할 건지, 배우를 할 건지 정확히 정해야 한다”고 후배 칭찬에 열을 올렸다. 올해 65살이 된 명계남이 30살이나 어린 35살의 구교환을 극찬하는 훈훈한 현장이었다.

끝으로 영화에서 크레딧에 ‘동방우’라는 이름을 사용한 명계남은 “별 이유는 없다. 내가 비를 좋아한다”면서도 “동방우란 이름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좋을 것 같아서”라고 뼈 있는 한 마디를 남겼다. 그러면서 명계남은 “영화는 그 시대를 담아내야 한다. 자본의 지배를 받는 영화산업에서 그러한 시대상을 담아내는 건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재밌을 수 있다는 걸 알려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 손자 베스트’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엔터테이너의 기능을 상실한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캐스팅해줘서 감사하다. 나를 불편해하지 않고 영화를 봐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 손자 베스트’는 오는 12월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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