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남길/사진=NEW 제공
배우 김남길/사진=NEW 제공

[헤럴드POP=이소담 기자]김남길이 155억 대작 ‘판도라’ 주연배우의 부담감을 털어놨다.

배우 김남길은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제작 CAC엔터테인먼트) 인터뷰를 갖고 155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 영화 주연으로 느낀 책임감과 부담감을 전했다.

‘판도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사고까지 예고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연가시' 박정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4년간의 기획을 거쳤다. 여기에 김남길, 문정희, 정진영, 이경영, 강신일, 김대명, 유승목, 김주현 그리고 김명민이 출연한다.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는 김남길은 “영화가 만들어지고 나서 오랜 시간을 갖고 개봉하게 됐다. 박정우 감독과 스태프들이 고생했단 생각이 먼저 들더라. 만들어지고 나서 바로 개봉했으면 이런 느낌이 아닐 텐데, 오랜 기간 뒤에 개봉하다 보니 남의 영화 같은 기분이다”고 운을 뗐다.

“‘판도라’는 후시 녹음도 여러 번 진행됐다. 후반작업에서 CG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CG팀이 괴로워했다. 그래도 난 전작 ‘해적’을 해봐서 웬만한 후시는 괜찮더라. ‘해적’에선 ‘상어다!’ 이렇게 3일 동안 소리를 질렀는데, ‘판도라’는 하루 만에 후시녹음이 끝났다. 그래서 이번엔 그리 힘들지 않았다.(웃음) 다만 일반 영화와는 다르게 ‘판도라’는 극 중 인물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그 상태로 대사를 전달하는 게 효과적일지, 아닐지 고민했다.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고 나서는 현실감을 주기 위해서 이명 소리를 집어넣는 게 어떻겠냐고 그러더라. 사실적인 걸 많이 요구했는데, 피로감이 올 수 있을 것 같아서 고민했다. 그래서 녹음을 해서 필터를 입혀서 들어봤다.”

이어 김남길은 “현장에선 배우들끼리도 서로 대사가 안 들렸다. 흔히들 드라마 영화에서 나이트클럽 신을 찍을 때 노래는 안 나오더라도 크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대화하지 않나. ‘판도라’도 그랬다. 그런 상황이 아니면 배우들과 주거니 받거니 연기호흡이 될 텐데 재난 현장이다 보니 워낙 시끄럽고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감정적인 전달은 후시녹음으로 미뤄졌다. 그 부분이 아쉬웠다. 촬영 할 때도 많이 길어졌다. 상대 배우가 대사가 끝났는지 안 끝났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말이 안 들려서 다시 촬영한 부분도 많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재난 영화인 만큼, ‘판도라’는 현장 또한 재난 상황 같았다고 한다. 김남길은 “어떤 재난영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재난 상황과 환경을 노출시켜서 보여줘야 했다. 분진은 물론이고 건물이 무너진 상황들을 다 보여주려다 보니 정서적인 걸 보여주기 힘들었다. 현실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배우 입장에선 정서적인 부분을 전달하길 원했다. 그런 부분에서 감독과 배우의 의견차가 있었다. 할리우드 재난물을 보면 그 안에서도 쿨하고 멋있는 부분이 있잖나. 그런데 ‘판도라’는 너무 소리 지르고 그러잖나. 왜 그럴까 싶었는데 박정우 감독이 진짜 그런 상황이 닥쳤다고 생각해보라고 하더라. 그런 상황에서 할리우드 영화처럼 윙크 하면서 ‘다녀올게’ 이러진 않을 거라고 말이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렇다면 왜 김남길은 ‘판도라’에 출연하기로 마음먹었을까? 그는 “영화 출연 결정 계기는 바로 ‘판도라’가 히어로물이 아닌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현실적인 재난이 닥쳤을 때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게 좋았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재혁이 소시민 영웅이란 생각을 했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나서잖나. 거창하게 나라나 세계를 구하겠다는 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자며 나서는 이야기가 ‘판도라’다. 물론 겉으론 소시민 영웅이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선 재혁이 등 떠밀린 입장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영웅으로 미화되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심이 컸다. 그래서 재혁이 울면서 무섭다고 말하는 게 그 부분을 희석시켜준다는 생각은 했다.”

후반부에 신파라는 지적에도 김남길은 “물론 말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신파적일 수도 있지만, 정서적으로 접근하자고 하더라. 개인적으로 그런 상황에 몰렸으면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울분을 토해내며 살고 싶다고 외칠 것 같긴 하다. 대사가 길다 보니 호흡으로 받아들이는 게 길게 느껴졌다. 때문에 클라이맥스에서 감정이 해소되는 부분에서 논란의 여지가 없을 순 없겠지만 난 괜찮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가족애, 인간애, 동료애는 비슷한 부분이다. 재혁이 가족에 대해 어필하고, 가족들 데리고 먼저 떠나라고 하는 건 자신이 피폭된 상황에서 동료들을 구하려 했기 때문이다. 인간애를 어떻게 표현할지 다른 시각을 두고 봤다. 솔직히 이기적인 부분이 있을 수 있잖나. 스태프들이 ‘남길이 넌 누굴 먼저 구할 것 같아?’라고 물어보곤 했다. 사실 나 살기도 바쁜데 누굴 먼저 구하겠나.(웃음) 내가 보기엔 재혁은 동료애도 없는 애다. 원전으로 인해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인물인데, 결국엔 혼자 도망칠 수 없는 사람을 구하려다가 등 떠밀려 영웅이 된 느낌이다. 타의로 인해서 등 떠밀려 시작한 재혁이기 때문에 내 주변 사람과 동료를 구하자는 것에 중점을 많이 뒀다.”

‘판도라’는 재난 현장을 그린 만큼, 많은 제작비가 투입됐다. 순제작비만도 125억 원에 달한다. 총제작비는 155억원이다. 이에 김남길은 “부담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면서도 “요즘은 멀티캐스팅이 유행이라 한 영화를 이끌 수 있는 배우들이 모여서 각자의 롤을 나누잖나. ‘판도라’도 마찬가지다. 내가 다 이끌고 가는 게 아니다. 피난민과 청와대, 원자력발전소 세 부류로 나뉜다”고 다른 배우들의 힘을 강조했다.

이어 김남길은 “박정우 감독이 그러더라. 자기 영화는 주인공이 많이 안 나오는데 많이 나오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고. 그래서 ‘그럼 나 할래!’ 이랬다. 하하. 인물들의 줄기가 따로 있기 때문에 부담이 줄었다. 그래서 내가 100억 원이 넘는 대작을 이끈다는 부담감은 아직 실감이 잘 안 난다. 다 같이 끌고 가는 거니까”라고 전했다.

한편 ‘판도라’는 지난 7일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흥행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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