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가씨' '굿바이 싱글' '덕혜옹주' '죽여주는 여자' '최악의 하루' '미씽: 사라진 여자' 포스터 /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CGV 아트하우스, 메가박스 플러스엠 제공
영화 '아가씨' '굿바이 싱글' '덕혜옹주' '죽여주는 여자' '최악의 하루' '미씽: 사라진 여자' 포스터 /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CGV 아트하우스, 메가박스 플러스엠 제공

[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언니들이 간다!"

2016년 영화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는 여풍(女風)이다. 여성 주연작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충무로.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상반기 개봉한 김민희 김태리 주연의 '아가씨'를 시작으로 김혜수, 손예진, 윤여정, 한예리, 공효진, 엄지원 등 한국 대표 여성 배우들이 힘을 모은 작품들이 순차적으로 개봉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아우르는 의미 있는 수확이었다. 여성 배우의 힘을 보여줬던 흥행작들은 무엇일까.

영화 '아가씨' 스틸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아가씨' 스틸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아가씨' 김민희-김태리 올해 충무로 여풍 첫 타자는 '아가씨'(감독 박찬욱/제작 모호필름, 용필름)였다. 지난 6월 1일 개봉한 이 작품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 받은 하녀 숙희(김태리), 아가씨의 후견인 코우즈키(조진웅)의 이야기다.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모습을 그렸다. 영국 작가 세라 워터스의 역사 스릴러 '핑거 스미스(Fingersmith)'가 원작이다.

'아가씨'는 칸 영화제가 사랑하는 '깐느박' 박찬욱 감독의 신작으로 개봉 전부터 예비 관객들의 높은 기대감을 형성했다. 또한 주연 배우 선발 오디션 공고에 '노출 수위 협의 불가'란 문구가 들어가면서, 또 하나의 파격적인 작품의 탄생을 예고했다.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건 만 26세의 김태리였다. 숙희 역의 그는 히데코를 연기한 김민희와 동성애를 그린 것은 물론, 높은 수위의 베드신까지 소화했다. 신예 김태리의 발견은 '아가씨'의 최대 수확 중 하나다.

과거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던 김민희 역시 예전의 발연기를 잊게 할 만큼 놀라운 배역 소화력으로 극찬 받았다. 여기에 박찬욱 감독 특유의 블랙 코미디, 류성희 미술 감독의 탁월한 미장센이 더해지면서, '아가씨'는 누적 관객 수 약 429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비록 개봉 후 20여 일 만에 김민희가 불륜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흥행세가 주춤해지긴 했지만,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과다. 뿐만 아니라 개봉에 앞서 지난 5월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기도 했다.

영화 '굿바이 싱글' 스틸 / 쇼박스 제공
영화 '굿바이 싱글' 스틸 / 쇼박스 제공

◆ '굿바이 싱글' 김혜수 뒤이어 충무로의 여왕 김혜수가 '굿바이 싱글'(감독 김태곤/제작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로 관객몰이에 나섰다. 왕년의 스타 고주연(김혜수)이 내 맘 같지 않은 인기와 남자친구의 배신으로 충격받고, 내 편 찾기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김혜수는 '굿바이 싱글'에서 데뷔 30년 만에 처음으로 여배우 역을 맡았다. 소신 발언과 개념 행보로 사랑받아온 김혜수와 입만 열면 깨는 천방지축 고주연은 정반대에 선 인물이다. 하지만 화려하지만 공허한 일상을 산다는 점에서는 닮은 구석이 있다고.

한동안 코미디 연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행보를 보였던 김혜수. 하지만 '굿바이 싱글'에서는 거침없이 망가졌다. 필러 주사를 맞아 퉁퉁 부은 입술을 내밀고 임신스캔들을 벌이는 고주연은 분명 철없다. 하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는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다. 김혜수의 열연에 힘입어 '굿바이 싱글'은 누적 관객 수 210만 명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덕혜옹주' 스틸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덕혜옹주' 스틸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덕혜옹주' 손예진 올해 여배우 주연 영화로서 가장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둔 작품은 단연 '덕혜옹주'(감독 허진호/제작 호필름)다. 지난 8월 3일 개봉한 이 영화는 일본에 끌려가 평생 조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손예진/아역 김소현)의 이야기를 그렸다. 믿고 보는 배우 손예진이 타이틀 롤로 나섰다.

사실 '덕혜옹주'는 개봉 전부터 역사왜곡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덕혜옹주가 독립운동에 가담한 기록이 없음에도, 그렇게 오인할 수 있도록 연출을 했다는 반응 때문이다. 우려와는 달리 '덕혜옹주'는 망국의 옹주 이덕혜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호평받았다.

특히나 손예진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제작비가 부족한 '덕혜옹주'를 위해 선뜻 10억 원을 투자하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완성도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뿐만 아니라 그는 비극적인 인생을 살다간 이덕혜에 완벽하게 녹아들어, 또다시 인생 연기를 경신했다.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 스틸 /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 스틸 /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이에 힘입어 '덕혜옹주'는 누적 관객 수 약 56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인천상륙작전'과 '터널' 등 쟁쟁한 경쟁작들 사이에서 여배우 원톱물이 거둔 성과이기에 더욱 값진 수치다. ◆ '미씽: 사라진 여자' 공효진-엄지원 여배우들의 도전은 2016년 끝자락에도 현재 진행 중이다. 공효진과 엄지원이 뭉친 '미씽: 사라진 여자'(감독 이언희/제작 다이스필름/이하 '미씽')는 지난달 30일 개봉해 개봉 12일 만에 누적관객 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미씽'은 딸 다은과 함께 감쪽같이 사라진 보모 한매(공효진)의 이름과 나이 모든 것이 거짓이었단 충격적 진실과 마주한 지선(엄지원)이 5일간의 추적을 벌이는 이야기를 그렸다. 외피는 스릴러지만, 좋은 엄마와 유능한 직장인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과정에서 착취당하고 차별받는 워킹맘의 고충을 사실적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상업영화의 탄생 과정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고. 이언희 감독은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주인공을 남자로 바꾸고 다른 여성 캐릭터를 집어넣어 치정극 쪽으로 수정하란 이야기도 들었다"며 여성 캐릭터 주연 영화에 각박한 충무로의 현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공효진과 엄지원이라는 연기파 배우들이 캐스팅 되면서 '미씽'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최악의 하루' 스틸 / CGV 아트하우스 제공
'최악의 하루' 스틸 / CGV 아트하우스 제공

◆ '최악의 하루' 한예리 - '죽여주는 여자' 윤여정 상업영화뿐만 아니라 독립영화계에서도 여풍은 거셌다. 올해 독립영화 대표 흥행작은 여배우들이 이끌었다. '최악의 하루'(감독 김종관/ 제작 인디스토리)와 '죽여주는 여자'(감독 이재용/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KAFA))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8월 25일 개봉한 '최악의 하루'는 배우 지망생 은희(한예리)의 이야기다. 늘 최선을 다하지만 최악이 되어버린 그녀와 세 남자의 늦여름 하루의 데이트를 담았다. 뻔한 로맨스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면이 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춘 전개가 인상적이다.

'죽여주는 여자' 스틸 / CGV 아트하우스 제공
'죽여주는 여자' 스틸 / CGV 아트하우스 제공

'촌철살인'(2011) ''필름시대사랑'(2015) '극적인 하룻밤'(2015) 등 꾸준히 독립영화에 출연해온 한예리는 '최악의 하루'에서 은희의 다양한 얼굴을 담담히 그리면서 호평받았다. 결국 '최악의 하루'는 누적 관객 수 8만여 명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뒤이어 윤여정이 주연한 '죽여주는 여자'가 10월 6일 관객을 찾았다. 가난한 노인들을 상대하며 먹고사는 여자 소영(윤여정)이 사는 게 힘들어 죽고 싶은 고객들을 진짜 '죽여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윤여정은 70세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열연을 펼쳤다. 일명 '서비스'로 불리는 성매매신부터, 조력 살인까지 파격적인 설정을 소화하면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임을 입증했다. 덕분에 '죽여주는 여자'는 노인 빈곤과 안락사 등 사회적으로 터부시된 주제들을 그릴 수 있었다. 이 영화는 12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그야말로 초대박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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