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이준익, 나홍진, 박찬욱, 김지운이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해내며 2016년 스크린을 뜨겁게 달궜다.

한국영화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1,000만 관객을 겨냥한 획일화된 영화들이 양산되고 있는 지금의 충무로.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달랐다. 마치 지난 2003년,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장화, 홍련’ ‘바람난 가족’ ‘지구를 지켜라’에 ‘실미도’까지 작품성과 흥행을 갖춘 영화들이 충무로 부흥기를 이끌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올해 한국영화 중심에는 여전한 저력을 과시한 감독들이 있었다.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이들의 활약에 어느 때보다 이야깃거리가 많았던 한해였다.

● ‘동주’ 이준익 감독 영화 ‘소원’ ‘사도’로 완벽한 부활을 알린 이준익 감독. 그런 그의 차기작은 바로 제작비 6억 원의 저예산 흑백영화 ‘동주’였다. 제작비 절감을 위해 일부러 흑백영화를 택한 ‘동주’는 흑백사진 속 윤동주 시인과 그의 벗이자 가족인 송몽규 열사를 스크린으로 불러오며 손익분기점 27만 명을 훌쩍 뛰어넘는 117만 명을 동원했다.

‘동주’를 통해 상대적으로 인지도는 낮지만 연기력만큼은 뒤지지 않는 배우 강하늘, 박정민은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 받는 연기파 배우로 자신의 이름을 각인 시켰다. 늦깎이 신인 박정민은 신인상을 휩쓸며 만개했다. 이준익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 진정성으로 승부수를 띄운 이준익 감독은 ‘동주’로 백상예술대상 대상, 제25회 부일영화상 최우수 감독상, 제36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국제비평가연맹 한국본부상을 수상하며 자신의 건재함을 널리 알렸다.

● ‘곡성’ 나홍진 감독 ‘추격자’(2008)로 가장 강렬한 상업영화 데뷔작을 남긴 나홍진 감독. 차기작인 ‘황해’(2010)로 집요함의 끝을 보여준 나홍진 감독이다. 촬영장에서 늘 누구보다 지독하게 굴기에 그를 둘러싸고 늘 무성한 말들이 떠돌았다. 악마의 재능이라 불릴 정도로 작품을 위해선 악마처럼 구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나홍진 감독의 세 번째 작품 ‘곡성’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낯선 외지인(쿠니무라 준)이 마을에 나타난 후 의문의 연쇄사건이 발생하고, 모든 사건의 원인이 외지인 때문이란 소문과 의심이 퍼져나가면서 딸 효진(김환희)을 구하려는 경찰 종구(곽도원)의 고군분투를 숨 쉴 틈 없는 몰입도로 담아낸 것.

투자배급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곽도원을 주연으로 내세운 나홍진 감독은 일본 배우 쿠니무라 준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독하게 영화를 만들어냈다. 그 결과 전세계 찬사가 쏟아졌다. 687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4년간의 제작과정을 거쳐 빛을 본 ‘곡성’. 영화는 감독 놀음이란 것을 증명한 나홍진 감독이었다. 이에 제69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초청을 시작으로 제 20회 판타지아 영화제 AQCC상 국제 섹션, 제16회 디렉터스컷 시상식 올해의 감독상, 제49회 시체스영화제 포커스아시아-최우수 작품상, 제37회 청룡영화상 감독상,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작품상을 수상한 나홍진 감독이다.

● ‘아가씨’ 박찬욱 감독 지난 2003년 영화 ‘올드보이’로 제57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 이후 ‘친절한 금자씨’ ‘박쥐’ 등을 내놓은 박찬욱 감독은 ‘스토커’로 할리우드 영화 연출까지 맡으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감독이 됐다. 그가 ‘파란만장’(2010)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한국영화 ‘아가씨’는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기어이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로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거장의 품격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세라 워터스의 ‘핑거 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 받은 하녀 숙희(김태리), 아가씨의 후견인 코우즈키(조진웅)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와 하녀의 동성애를 파격적이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내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도 불구하고 428만 관객을 동원했다.

여기에 ‘아가씨’는 제22회 미국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방송영화비평가협회시상식) 외국영화상 후보에 오른 것은 물론이고 2016 뉴욕 비평가협회상 외국어영화상, LA비평가협회상 외국어영화상, 보스턴온라인비평가협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박찬욱의 힘을 입증했다. 여기에 전세계 비평가협회상 외국어영화상 후보를 싹쓸이 중인 것도 모자라 인디애나비평가협회 감독상과 여우주연상(김민희)까지 노미네이트된 상태다. 전세계가 인정한 ‘아가씨’ 그리고 박찬욱 감독이다.

● ‘밀정’ 김지운 감독 할리우드 진출로 한동안 충무로를 비웠던 김지운 감독이 돌아왔다. 워너브러더스의 첫 한국영화 제작 파트너는 바로 김지운 감독이었다. ‘조용한 가족’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함께 한 송강호와 네 번째 협업은 옳았다. 또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악마를 보았다’에 이어 이병헌이 특별출연 그 이상의 활약으로 김지운 감독을 지원사격 했다. 그렇게 스타일리시한 콜드 누아르 영화 ‘밀정’이 탄생했다.

‘밀정’은 1920년대 말, 일제 주요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숨 막히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그린다.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돼 “1온스의 군더더기도 없는 완벽한 작품”이란 극찬을 받은 ‘밀정’은 김지운 감독이 내놓은 또 하나의 인생영화로 등극했다. 애국심에 기대지 않고 탄탄한 완성도로 승부한 ‘밀정’은 아카데미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한국영화 출품작으로 선정되기도. 더불어 제36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할리우드 진출에선 쓴맛을 봤지만 그래도 김지운은 김지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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