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노윤정 기자]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첫 드라마를 마친 오정연에게 소감을 묻자 가장 먼저 한 말이다.
오정연은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반 년 간 방영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MBC 일일드라마 ‘워킹 맘 육아 대디’로 정극 연기에 도전했다. 120부로 편성된 긴 호흡의 드라마로 시청자들과 만나며, 오정연은 ‘아나운서 출신’이라는 수식어를 조금 더 지워냈다. 첫 작품인 만큼 특별했고, 몰입하기 위해 노력을 다했다. 드라마 종영 후 찾아올 공허함이 두려워, 작품이 끝나자마자 여행을 떠났을 정도. 그렇기 때문일까, 아직까지 작품 속 ‘주예은’ 캐릭터를 완전히 떠나보내지는 못한 모습이었다.
“이 작품으로 일 년의 반을 보냈지만 그만큼 보람 있었고, 더 늦기 전에 이런 경험을 하게 돼서 감사할 정도로 소중한 시간들이었어요”
“사실 프로그램을 오래 한 적이 있어서 120부가 그렇게 길까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드라마는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투자해야 하는 게 더 많고, 새로운 역할을 제가 소화해내야 하고, 그 인물로 거의 빙의해서 살아야 하는 거잖아요. ‘6개월이 언제 지나갈까, 겨우 반밖에 안 왔나?’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후반부에는 끝나는 게 너무 아쉬워서 평생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극 중 상황이 실제는 아니지만 배우들이 전부 몰입해서 하니까요. 그 안에서 공동체가 생겼잖아요. 그 공동체가 너무 따뜻하고 좋고, 앞으로 우리한테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한 거예요. 그런데 그게 끊긴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아쉽고, 지금도 아쉽고, 시즌2가 있었으면 싶고 그래요”
오정연이 분한 주예은이라는 캐릭터는 한 마디로 ‘얄미운 캐릭터’다. 계모인 옥수란(이경진 분)에게 항상 날을 세웠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밝은 에너지를 가진 이미소(홍은희 분)를 시기하고 질투했다. 이처럼 오정연은 처음으로 정극 연기를 접하면서 극 중 악역 포지션을 맡아야 했다. 고민과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 자신의 성격과도 너무나 달랐다.
“초반 주예은은 저랑 완전 달랐어요. 그래서 걱정이 많았던 거죠. 저는 남한테 싫은 소리를 못해요. 주예은은 남의 눈치 안 보고 전부 이야기하는 스타일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눈치도 많이 보고, 불만이 있어도 속으로 삭이는 스타일이에요. ‘주예은 캐릭터를 빌려서 나도 한 번 속 시원하게 다 이야기 하면서 살아보자’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연기하면서도 그렇게 행동하게 되고 평소 행동도 조금 변했었어요. 웃음기도 줄어들고요. 주예은은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거든요. 저는 항상 웃었어요. 그게 습관처럼 돼있었는데 그것도 없어지고, 불만이 있을 경우에도 이야기했어요. 그럴 정도로 몰입을 하려고 했고, 그렇게 되다 보니까 통쾌하고 시원한 면도 있었어요”
“후반부에는 주예은이 착해져서 연기하기 편했어요. 많은 분들이 후반부라 안정됐다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제 실제 모습과 비슷해서 그런 면도 있는 것 같아요. 다시 원래 성격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 느꼈을 때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갔다가 악역 대사 해보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너무 안 되더라고요. 내가 작품 할 당시에는 정말 몰입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그때 들었어요”
어찌 보면 자신의 실제 성격과 반대 지점에 있는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오정연은 주예은을 이해하기 위해 고민하고, 주예은의 마음을 헤아려봤다. 삐뚤어진 주예은 캐릭터가 가진 결핍에 공감하고 그걸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무엇보다 캐릭터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주예은이라는 사람은 왜 그렇게 됐을까, 왜 삐뚤어졌을까를 굉장히 많이 고민했어요. 친엄마가 안 계시고, 자기가 가족들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미소(홍은희 분)는 늘 웃고 있고, 자기만 힘든 것 같고. 그래서 미소가 얄미워졌는데 그만큼 능력은 안 됐고. 또, 이 사람을 밟고서라도 회사에서 인정받고 돈을 벌어야 자기 가족을 건사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걸 저는 이해해야만 했어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가엽게 느껴지기도 했고, 후반부로 갈수록 그런 상황이 풀리길 간절히 바랐어요”
무엇보다 비슷한 연령대, 유사한 주변 환경들이 오정연으로 하여금 주예은 캐릭터에 몰입하게 했다. 2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비교적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해, 그녀 역시 ‘아득바득’ 살아왔다. 몸이 아파도 꿋꿋하게 출근을 했고, 모범사원처럼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갖고 있었다. 이렇게 자신의 경험이 주예은 캐릭터에 몰입하는 것을 도왔다.
“극 중 제가 퇴사하는 장면이 있어요. 회사에서 욕심 부렸던 일에 대한 대가로 퇴직을 하게 됐는데, 텅 빈 사무실에 제가 들어가서 혼자 지난 시간들을 반추하면서 짐을 싸고 사무실을 둘러보는 장면이 있었어요. 거기서 혼자 울컥했던 것 같아요. 또, 나지막이 ‘힘내자, 주예은’이라고 하고 나가는데, 그 장면이 저한테는 1부부터 120부까지의 주예은을 함축하는 장면처럼 느껴졌어요. 비뚤어졌던 시기도 있었고, 남편과 언니네 부부를 통해서 그런 것들을 바로잡고 뉘우치기도 하고요. 이제부터는 바르게 살겠다는 의지까지 담긴, 그런 모든 걸 표현하고자 했던 장면이었어요. 그 장면을 찍을 때도 울컥했는데, 보면서도 울었어요. 저희 아버지도 그 장면을 보면서 당신 퇴직하실 때 생각이 나서 눈물을 흘리셨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퇴사할 때 생각도 났어요. 그 사무실 안에서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겠어요. 그런 것들이 필름처럼 싹 지나가면서 더 몰입이 됐고, 한 번도 칭찬을 안 해주시던 감독님께서도 그때는 좋았다고 바로 말씀해주셨어요. 전체 드라마에서 그렇게 중요한 장면은 아닐 수도 있지만, 저한테는 남달랐던 장면이에요”
극 중 인물의 상황에 몰입하고 공감하면서 애정을 갖고 임했던 작품이었다. 오정연에게 ‘워킹 맘 육아 대디’는 남다른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결말 역시 흡족했다. 오정연 개인으로는 주예은이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던 결핍이 채워지고 꼬인 마음이 풀렸다는 점이 좋았다. 또한, ‘워킹 맘 육아 대디’는 사회적으로 계속 문제시 되고 상황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저출산, 육아와 일의 병행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바, 거기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저도 드라마를 하면서 많이 배운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 육아라는 것과 결혼해서 아이을 낳고 키우는 것에 대해서요. 왜 결혼을 안 하느냐, 왜 아이를 안 낳느냐, 둘째는 안 낳느냐고 묻기만 하지, 왜 그렇게 하지 않는지 깊이 고민해주지 않잖아요. 그런데 저희 드라마에서는 그런 것들이 직접적으로 드러났던 것 같아요”
“솔직히 결혼과 육아에 대해 더 고민을 하게 돼요. 그리고 아이를 갖고 키울 계획이 있다면, 더욱 남편과 대화를 많이 하고 공감을 가진 상태에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말이 조심스럽기는 해요. 출산을 장려하고 육아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하자는 작품이잖아요. 그런데 저도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도 저희 드라마가 그런 부분에 있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줬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요”
오정연이라는 이름 앞에 ‘배우’라는 수식어를 처음으로 달아준 작품. ‘워킹 맘 육아 대디’는 오정연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저한테는 가장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일단 연기를 처음 경험하게 해준 작품이고, 처음부터 시나리오가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하게 됐고요. 공익 드라마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건전하고, 유익하고, 착한 드라마였기 때문에 저 같은 경우는 사명감도 생겼었거든요. 정말 그리워질 것 같아요. 아이들도 보고 싶고요”
(사진=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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