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판도라' 박정우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영화 '판도라' 박정우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헤럴드POP=이소담 기자]‘판도라’ 박정우 감독은 왜 원전재난을 영화에 담아냈을까.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제작 CAC엔터테인먼트)가 지난 7일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국내 최초로 원전 재난을 다룬 블록버스터 영화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박정우 감독은 최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인터뷰를 갖고 “영화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마음을 쓸어내리고 있다. 제작비(155억 원)가 많이 들어간 영화니까 기본은 해줘야한다는 게 전제상황이다. 4년 동안 들인 공이 있잖나. 그걸 비춰보면 잘되고 있어서 보상을 받는 것 같기도 하다. 되도록 많은 사람이 봐줘야 이 영화를 맨 처음에 기획할 때 생각했던 의미가 살지 않을까”라고 운을 뗐다.

이어 박정우 감독은 “현실적으로 영화 한편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원자력발전소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이 생기고 이에 대해 참여도 하게 되면서 원전에 관련된 논의가 되길 바란다. 단순히 제작비를 많이 들여서 얼마를 벌었다는 것보다 그게 더 가치 있지 않겠냐”며 “어쨌거나 4년이나 걸렸지만, ‘판도라’가 개봉을 한 것 자체로도 고마운 일이다. 어쩌면 올해 안에는 개봉 못하고 정권이 바뀌거나 좋은 세상이 오면 개봉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으니 말이다. 또 기다려야 할 수도 있어서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하고 영화를 준비를 했다. 우선 완성하는 게 목표였다”고 털어놨다.

“개봉이 내년 1월에서 올해 12월로 조금 당겨진 건, 결정적으로 실제 경주에서 큰 지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를 쓸 땐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가능성이 있는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진을 영화적으로 설정했는데, 진짜 5.8 규모의 큰 지진이 나니까 덜컥 겁이 났다. 만든 입장에서는 ‘판도라’가 깜짝쇼처럼 겁을 주기 위해서 만든 영화는 아니기에 그 부분이 걱정 됐다. 이런 현실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그걸 무섭다고 피하거나 외면하면 안 되고 눈 부릅뜨고 확인해야 하며 이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각자 고민하자는 뜻이었다. 다만 개봉 전 모니터를 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겁내고 충격 받은 것 같더라. 그래서 기회가 닿을 때마다 너무 무섭고 두렵고 힘들다고 눈을 돌리고 감거나 외면하지 말라고, 현실을 직시하고 판단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영화 '판도라' 박정우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영화 '판도라' 박정우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이어 박정우 감독은 “원전 사고가 이웃나라 일본에서 발생했는데, 우리나라 원전 현실에 빗대서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걱정되지 않겠나. 물론 시나리오를 쓰기로 결심한 시점에선 원전 재난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당시엔 우리나라 원전은 안전하다고 계속 주입을 시키더라”며 “다행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영화를 만들어서 대중에게 보여주는 거잖나. 책임감과 조심스러움이 있지만 있는 현실을 그대로 잘 전달해서 국민이 원전에 대해 모르고 있는 사실을 영화로 확인시켜주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개봉 이후 대중이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하는지에 대해 강요할 순 없지만 말이다”고 말했다. “각자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조금만 시간을 할애해서 원전 정보를 찾아보면 내가 영화에서 표현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실을 알게 되고 심각성을 실감할 거다. 확신 있게 이야기할 순 없지만, 상식적으로 우리나라 원전 30%가 지은 지 30년이 넘었다. 건설 당시가 1980년대잖나. 지금보다 건축기술이 훨씬 낙후돼 있고, 토건비리가 심했을 때다. 불량부품 유통 이야기도 많았다. 더구나 오래 돼 부식이 된데다가 설계대로도 안 지어졌을 것 같은데, 그럼 사고가 났을 때 확인이 안 된다. 원전 외관은 지진에 견딜 수 있다. 그런데 원전 안에 들어가 보면 보일러실처럼 배관이 얽혀있다. 그건 땅이 흔들리면 망가진다. 때문에 원전은 100% 안전하다고 할 순 없다. 진도7 이하면 괜찮다고 확신 못 한다. 그걸 믿으라고 강요하는 현실이 문제다. 직접 들어와서 실험도 해보고 확인해봐라. 지금은 안 하고 있잖나.”

이와 함께 박정우 감독은 “전작 ‘연가시’도 재난이 소재이다 보니 다른 재난의 레퍼런스를 접했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재난영화가 만들어진다면, 남은 건 블랙아웃과 원전재난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고민을 해봐야지 싶었는데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 사고가 일어났다. 때문에 그 재난이 내겐 누구보다 와 닿았다. 다행스럽게도 ‘연가시’ 흥행 결과가 좋아서 큰 제작비의 영화를 연출할 기회가 마련됐다”고 ‘연가시’ 자료조사와 흥행 성공이 ‘판도라’ 탄생에도 많은 도움이 됐음을 밝혔다.

이에 차기작도 재난 영화가 되는 것인지 물었다. 박정우 감독은 “감독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처럼 미리 시나리오를 써놓고 ‘다음에 연출해야지’ 하고 사는 게 아니다. 아이템을 생각해서 시나리오를 써놓으면 빛바래니까.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시기에 당시 사회에서 가장 관심 있거나 꼭 다뤄야하는 이야기가 눈에 보이면, 그걸 영화로 만들려고 한다”며 “사실 ‘판도라’ 이후에 뭘 할지 아직 모르겠다. 이렇게 살면 거지꼴을 면하기 힘든데, 많이 지쳐있으니까 조금 쉴 생각이다. 물론 성격상 오래 쉬진 못할 거다”고 전했다.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