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판도라' 박정우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영화 '판도라' 박정우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헤럴드POP=이소담 기자]박정우 감독이 ‘판도라’ 외압 의혹에 대해 입을 열었다.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제작 CAC엔터테인먼트)는 지진으로 인한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라는 사상 초유의 재난을 담은 블록버스터다. 원자력발전소 사업을 지원하던 정부에겐 아마도 ‘판도라’가 눈엣가시였을 지도 모르겠다.

실제 ‘판도라’는 정부 출연금이 포함된 모태펀드의 투자가 철회되기도 했고, 크랭크업 이후 개봉이 1년 넘게 지연돼 외압 의혹에 시달렸다. 이에 ‘판도라’ 박정우 감독은 최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인터뷰를 갖고 이에 대해 해명 혹은 설명하고 나섰다.

박정우 감독은 “이 시점에서 나를 비롯해서 스태프, 관계자들이 대견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 사실 난 ‘판도라’ 시나리오를 쓰기도 전에 관두려 했었다. 뜻 있는 사람에게 적은 돈을 투자받아서 작은 규모로 다큐멘터리나 저예산 영화로 만들면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보여줄 순 있어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상업영화 감독이니까, 이 소재를 상업영화로 만들면 훨씬 많은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적은 예산으론 안 될 것 같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박정우 감독은 “‘판도라’의 경우 어떤 재난영화보다 많은 제작비가 필요한데, 소재 예민함 때문에 누가 투자를 하겠나. 시나리오를 쓰려던 당시가 현 정권이 시작하는 초창기라 훨씬 더 경직돼 있고 서슬 퍼럴 때였다. 이런 시나리오는 써봤자 고생만 한다 싶어서 안 하려다가 자료 조사한 게 아까워서 지금 써놓고 좋은 세상이 오면 그때 만들 수 있겠지 싶어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며 “아마 영화화 안 될 거라 생각하고 써서 오히려 더 마음껏 쓴 듯 하다. 초고는 지금보다 훨씬 더 세고, 공격적이었다”고 털어놨다.

영화 '판도라' 박정우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영화 '판도라' 박정우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박정우 감독의 우려와 달리, ‘판도라’ 투자배급사가 나타난 것. 박 감독은 “투자자들이 의외로 ‘판도라’ 시나리오를 반기더라. ‘내가 세상을 너무 혼자서 우울하게 봤나? 이렇게 용감한 사람이 많았구나’ 싶더라”며 “물론 그들도 나름대로 계산법에 의해서 장사를 하려고 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부담이 있는 프로젝트잖나. 투자사를 거치고 거쳐서 MEW에 안착했다”고 설명했다. “특히나 NEW는 ‘변호인’으로 정부의 세무조사를 겪지 않았나. 한편으론 주춤한 상태였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이런 작품에 대한 노하우가 있잖나.(웃음) 면역주사를 맞았으니 내 입장에선 반갑더라. 스태프들도 다들 으쌰으쌰 하면서 집결이 됐다. 물론 외압 비슷한 느낌은 있었다. 실무적으로 준비할 때 들려오는 이야기, 투자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돌았다. 공간이 필요해서 촬영 협조요청을 했는데 국가 관련 공기업은 거절하는 그런 일들을 실질적으로 겪었다. 우리가 스스로 짓눌려 있었던 것도 있었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외압을 몸소 체험하진 않았다. 이런 시국이 아니라 개봉을 했을 때 극장을 안 열어준다던가 ‘내용 수정 전에는 개봉 못 한다’ 그러면 외압인데 그건 아니잖나. 사실 그런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충분히 그런 세상이잖나. 그림 하나 잘못 그렸다고 끌려가는 세상이니까. 위험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지레 움츠러든 건 있는데, 영화를 하는 사람들이 반골 기질이 있다. 모두들 투사들처럼 ‘감독이 책임질 거니까. 갑시다!’ 하고 나서더라.(웃음)”

영화 '판도라' 박정우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영화 '판도라' 박정우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이어 박정우 감독은 “‘판도라’가 개봉하는 걸 반대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양반들은 분명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자잘한 수치나 지명이나 상황을 가지고 반론을 제기하고 트집을 잡고 허구성을 증명하려고 할 테니 처음부터 아주 철저하게 트집 안 잡힐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를 만들자 싶었다”고 털어놨다. “조사도 계속 했고 지명도 다 빗겨가고 벌어지는 상황도 최대한 과학적으로 현실성 있게 진행했다. 마지막에 원전 전문가들에게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자문도 구했다.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있을 것 같으냐고 물어보고 모든 검증과정을 거친 가운데 시작했다. 시국과 상관없이 청와대를 건드리는 건 예민할 테고, 관객도 여러 가지 생각이 있으니 어떻게 해서든 무난하게 조절해가면서 가자고는 생각했다. 그래도 일단 제일 중요한 건 비켜가지 않고, 피해를 주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러면 안 하느니만 못하니까.”

실제 필리핀 폐원전에서의 촬영을 염두에 뒀었다는 박정우 감독은 “우리나라 고리 원전과 똑같은 모델인 필리핀 원전이 있다 그래서 찾아가 견학했다. 거기도 우리나라 고리원전 1호기와 똑같다. 한국 기술자가 가서 만든 거라서 크기가 조금 작을 뿐, 모두 비슷하다. 다만 필리핀은 원전을 다 지어놓고 가동 직전에 발전소 운영을 안 하겠다고 계획을 바꿨다. 그래서 시설은 모두 있는데 건물만 버려져있다. 그걸 관광지로 개발해서 일반 사람들에게 괜찮은 부분들을 수박 겉핥기로 개방하고 있다. 거길 빌려서 찍으면 제작비가 엄청나게 세이브가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협조요청을 했는데 한국수력원자력의 자매회사라 촬영 허가를 받아야한다고 해서 그냥 됐다고 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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