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판도라' 박정우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영화 '판도라' 박정우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헤럴드POP=이소담 기자]‘판도라’ 박정우 감독이 시국 물타기 오해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제작 CAC엔터테인먼트)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사고까지 예고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연가시' 박정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4년간의 기획을 거쳤다. 여기에 김남길, 문정희, 정진영, 이경영, 강신일, 김대명, 유승목, 김주현 그리고 김명민이 출연한다.

투자 철회와 개봉 지연으로 인한 외압 의혹까지. ‘판도라’는 숱한 이야깃거리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리고 지난 7일 우여곡절 끝에 개봉한 ‘판도라’. 하지만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졌고,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광화문 거리로 나서기 시작했다. 지진 여파로 인해 개봉을 앞당긴 ‘판도라’. 마침 ‘판도라’ 언론시사회 도중엔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가 진행되기도.

이에 박정우 감독은 최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 인터뷰서 “연배가 있는 중견배우들은 사실 모험보다는 안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차라리 젊은 배우들은 멋도 모르고 덤빈다. 용감하거나 모르거나 인데, ‘판도라’는 거꾸로 중견배우들이 힘을 내고 젊은 배우들이 걱정했다. 인터넷이 발달했으니까. 김남길만 유일하게 ‘이게 심각한 건가?’ 그랬다고 하더라”고 운을 뗐다.

영화 '판도라' 박정우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영화 '판도라' 박정우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이어 박정우 감독은 “김영애, 정진영, 강신일 등 중견배우들은 촬영장에 올 때부터 이미 흥분해 있었다. 이런 영화는 꼭 출연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면서 책임은 감독이 지라고 하더라”고 웃으며 “‘판도라’ 고사를 지내면서 배우, 스태프, 투자사가 처음으로 모여서 상견례를 하는데 다들 목소리가 떨렸다. 결단식을 하는 것처럼 다들 잘하자고 그랬었다. 분위기가 결연했다. 다른 작품에 비해서는 임하는 자세가 달랐다. 갈 데까지 가보자는 느낌이었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판도라’는 캐스팅 단계와 촬영 과정에서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소재라는 점을 숨겼다. 박정우 감독은 “원래 전략은 원전을 절대 언급하지 말고, 블록버스터 재난영화이자 휴먼영화로 포장하는 거였다. 하하. 그리고나서 영화를 보면 이게 원전재난 영화구나 알 수 있도록 말이다”며 “그런데 시국이 이렇게 되니까 지금은 원전은 예사고 시국에 대한 이야기도 막 하게 되더라. 희한한 세상이다. 불과 몇 개월 만에 많은 게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시국 때문에 억울함이 더 크다”고 호소한 박정우 감독은 “영화 제작 과정을 아는 이들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일반 관객들은 삐딱하게 보면서 ‘판도라’를 시류에 편승한 작품이라고 하더라. 그저 순간 흥행하려고 만든 기획영화인 것처럼 보여 질까 걱정했다. 누군가는 ‘판도라’를 두고 ‘지진 나니까 잽싸게 영화를 만들었냐’고 그러더라. 실제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더라. 하하. 지난 4년 동안 숨죽이고 눈치 보면서 만들어왔던 세월이 억울하고 분했다”고 속내를 고백했다.

영화 '판도라' 박정우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영화 '판도라' 박정우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그러면서도 박정우 감독은 “물론 양면이 있다. 시국 덕에 상상도 못했을 만큼 무난하게 개봉할 수 있는 건 고맙지만, 시국 때문에 이 영화의 존재가 묻히거나 반대로 시국이 묻히는 건 속상한 일이다. 4년이란 세월 동안 왜 이런 일이 이 시점에 갑자기 일어난 건지”라고 속상함을 토로했다. “4년 전부터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했다. 내가 원전을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는 건 일가친척만 알았다. 조심스러워서 영화 홍보도 안 했다. 때문에 남들은 내게 요즘 뭐하냐며 왜 놀고 있냐고 그러더라. ‘판도라’가 숨겨놓은 자식도 아니고 말이다. 그러던 중 제작보고회를 하니 본의 아니게 울분이 터져서 블랙리스트 이야기까지 하게 됐다.(웃음) 그러자 배우들도 이런 발언을 해도 되나 보다 싶어서 다 이야기를 하더라. 이러다가는 ‘판도라’의 본질이 시국에 묻히겠구나 싶어서 배우들을 모아놓고 이제부터는 영화 이야기만 하자고, 휩쓸리지 말자고 했다. 그러다 언론시사회를 하는데 성질이 났다. 우리가 행사를 할 때마다 교묘하게 길라임, 비아그라 등 추접한 것들이 영화 이슈를 덮어버리더라.”

“솔직히 감독 입장에선 화가 났다”는 박정우 감독은 “언론시사회 첫 반응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영화 운명이 결정될 수도 있는데, 그날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한다더라. 우리 스케줄을 꿰고 있나 싶었다. 물론 신경도 안 쓰겠지만”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편 어수선한 시국에도 불구하고 ‘판도라’는 지난 7일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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