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배우로서 기쁜 순간은 맞는 옷을 만났을 때가 아닐까. 메서드 연기로 폭넓은 배역을 소화하는 건 모든 연기자들의 꿈이지만, 적절한 시기에 자신의 매력을 십분 드러낼 수 있는 캐릭터와의 만남 역시 복이다.
그런 점에서 배우 남주혁(22)에게 MBC 수목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극본 양희승 김수진/연출 오현종)는 잊을 수 없는 작품이지 않을까. 지난 11월 첫 방송한 이 드라마는 바벨만 들던 스물한 살 역도선수 김복주(이성경)에게 닥친 폭풍 같은 첫사랑을 그렸다.
극 중 남주혁은 한얼체대 2학년 정준형 역을 맡았다. 물이 공기보다 편한 타고난 수영 천재다. 여기에 훈훈한 외모까지 갖췄다. 그렇지만 주인공 김복주에게는 '초딩' 같은 친구다. 잊고 싶었던 어린 시절 별명인 '뚱'을 불러대며 귀찮게 쫓아다닌다. 키만 자랐지 마음은 못 자랐다는 건 정준형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는 김복주가 정준형을 이성으로 보지 않는 이유다. 눈에 안 보여도 그만, 보여도 그만, 어쩔 때는 성가시기까지 하다. 하지만 남녀상열지사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법. 이 '초딩'이 어느 순간 그럴듯한 남자로 보일 때가 있다. 이른바 '남자사람 친구(남사친)' 판타지다.
'역도요정 김복주'에는 크게 두 가지 타입의 남자가 등장한다. 흠잡을 데 없이 근사하지만, 가까이하기엔 먼 존재인 정재이(이재윤)와 못볼 꼴까지 다 보여줘도 상관없는 정준형이다. 김복주는 정재이에게 첫눈에 반해 그가 운영하는 비만클리닉을 드나들지만, '역도하는 여자'란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는데 지쳐 홀로 이별을 고했다.
반면 정준형의 경우는 다르다. 김복주는 정준형 앞에서는 울고 웃으며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 새벽 운동과 소시지를 좋아하고, 역도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다혈질이기에 때로는 욱하는 김복주를 온전히 이해하는 사람은 그뿐이다. 때문에 두 사람이 함께하는 장면은 그리 근사한 설정은 없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연애세포를 깨우는 힘이 있다.
그리고 이런 '남사친 판타지'는 남주혁을 만나 200% 강력해진다. 그의 연기력은 보는 이를 압도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성장통 한 스푼에 장난기 두 스푼을 더한, 딱 그 나이대 남자애를 그리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이름 앞에 '청량함' '사이다'란 수식어가 붙곤 하는 그는 청춘들의 이야기 속에서 훨훨 날아다닌다.
이는 비교적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많은 시청자들이 '역도요정 김복주'를 응원하는 이유다. 대학생들의 로맨스와 성장을 그리며 청춘물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그러면서도 현실적인 판타지를 보여준다. 재벌남이나 완벽남이 보여주는 것과는 다른 종류다. 그 나이대에만 발산할 수 있는 '한정판 매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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