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마스터’는 영화보다 더한 시국을 넘어설 수 있을까.

영화 ‘마스터’(감독 조의석/제작 영화사 집)가 21일 개봉해 관객을 만난다. 하지만 시절이 하수상하다. 여전히 광화문에는 매주 토요일마다 촛불이 모여들고 있다. 건국 이래 최대 게이트라는 ‘마스터’의 홍보 문구가 무색하게도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진 지금이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서 가결됐고, 헌법재판소는 오는 22일 탄핵심판 준비절차기일을 확정했다. 이에 국회 소추위원단과 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단, 헌법재판소 3자가 첫 대면에 나설 예정이다. 청문회 또한 이어지고 있다. 과연 ‘마스터’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아니 영화보다 더한 시국 가운데 관객을 끌어 모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마스터’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조 단위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와 희대의 사기범, 그리고 그의 브레인까지 속고 속이는 추격을 그린 범죄오락액션영화다. '감시자들' 조의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희대의 사기범 진회장 역 이병헌,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 역 강동원, 타고난 브레인 박장군 역 김우빈에 엄지원, 오달수, 진경 등이 출연한다.

조희팔 사기사건을 모티프로 한 ‘마스터’는 희대의 사기꾼 진현필의 이름을 조희팔의 초성에서 따왔다. 여기에 유병언, 이영복 등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도 꽤나 등장한다. 정치권력과의 유착도 ‘마스터’에서는 흔한 일이고, 살인 교사 또한 서슴지 않는다. 그런 진회장을 잡아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움직이는 김재명의 추격전이 이 영화의 큰 줄기다.

유사 사건을 참고한 만큼 ‘마스터’의 사기 스케일은 조 단위다. 3조 원을 끌어 모아 달아난 진회장은 필리핀에서 이를 6조 원으로 불려 국가적 사기를 모의한다. 오직 돈만이 최고라 믿는 진현필의 피도 눈물도 없는 사기극은 이병헌의 애드리브와 필리핀식 영어, 흰머리와 악어의 눈물 등으로 잘 포장돼 영화적 재미를 선사한다. 여기에 통쾌한 결말까지. 그러나 스케일이 커졌을 뿐, 그동안 봐왔던 범죄 오락 영화의 기본 공식에 충실한 ‘마스터’는 143분의 러닝타임을 기민하게 끌고 가진 못한다. 초반 압도적 몰입도를 선사해야 할 진회장의 프로모션 신부터 다소 삐걱거린 ‘마스터’다. ‘감시자들’을 공동 연출했던 조의석 감독은 김병서 감독 없이 홀로서기에 나섰지만, 예의 긴박함과 빠른 전개, 기승전결의 완벽함과도 홀로서기를 선언한 것인지 아쉬운 부분이 많다. ‘감시자들’에서 보여준 연출은 그저 원작 ‘천공의 눈’이라는 훌륭한 참고서가 존재했기 때문이라 여겨질 정도다.

여기에 시국까지 겹쳤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건국 이래 최대 게이트’라 자부했던 홍보 카피가 머쓱해진 것. 이에 캐릭터 포스터에선 존재했던 이 카피는 ‘마스터’ 메인 포스터에선 빠졌다. 물론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측은 “시국을 의식한 것은 아니다. 홍보 초반 사용했던 카피가 중간에 제외되는 경우도 있다. ‘마스터’도 이 같은 경우다”고 해명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마스터’는 볼거리 많은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초호화 캐스팅에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다. 이병헌은 역시 이병헌이었으며, 정의로운 강동원의 액션도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말맛 제대로 살린 박쥐 김우빈, 압도적 카리스마를 선사한 진경도 눈부시게 빛난다. 그러나 시국이 곧 경쟁자다. 건국 이래 최대 게이트는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금, 답답한 시국에 지친 관객들에게 ‘마스터’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지 궁금해진다.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