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영 감독 / 이지숙 기자
홍지영 감독 / 이지숙 기자

[헤럴드POP=성선해 기자] 하나의 영화가 관객에게 선을 보이기 전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노력이 투입된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는 천운까지 더해졌다.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감독 홍지영/제작 수필름)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10개의 알약을 얻게 된 남자 수현(김윤석)이 30년 전의 자신(변요한)과 만나 평생 후회하고 있던 과거의 한 사건을 바꾸려 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기욤 뮈소의 소설이 원작이다.

◆ "기욤 뮈소와 밥 딜런 그리고 존 레넌, 뻔하지 않았으면…"

홍 감독의 말에 따르면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하늘이 도운 작품이다. 사상 최초로 기욤 뮈소에게서 영화화 허락을 받아낸 것부터 그랬다. 탄탄한 이야기는 물론, 시간여행이란 장르적 재미까지 갖춘 원작에 끌린 홍 감독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기욤 뮈소를 설득했다.

"판권 접촉부터 2년이 걸렸다. 기욤 뮈소로부터 너무 답이 없어서 기다린 시간이 길었다. 그래서 정확히 할 수 있다고 결정이 됐을 때 정말 기뻤다. 물론 부담감이 있긴 했다. 그래도 어차피 소설과 영화는 다르니까.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킨 이야기가 원작이라 좋았다. 소설을 사랑한 분들에게도 만족스러운 영화이길 바란다."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스틸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스틸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속 최초는 기욤 뮈소의 소설뿐만이 아니다. 밥 딜런의 'Knocking on heaven's door'와 존 레넌 노래 'Love'가 한국 영화로서는 처음으로 OST로 수록됐다. 익숙한 곡들은 영화 속에 적절하게 등장하면서 새로운 느낌을 준다.

"우리는 인물 집중적인 영화다. 화면에 넣을 수 있는 블록버스터급 그림은 사실 없다. 그래서 영화 내적으로 내실을 다지기 위해 음악을 활용하기로 했다. 쉽진 않았다. 해외 음반을 사용하는 건 조건이 굉장히 까다롭다. 밥 딜런과 존 레논의 경우 러브송으로 너무 유명했기에, 뻔하지 않은 방식으로 활용하려고 노력했다."

때마침 밥 딜런은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개봉 시기와 맞물려 팝 아티스트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쯤 되면 정말 천운이 따랐다고 할 수밖에. 홍 감독은 "그 전에 연락을 했다. 그것도 운이 좋았다"라며 웃었다.

◆ "촬영 덕에 좋은 인연까지…하늘이 도운 작품"

사실 판권과 저작권 문제는 홍 감독이 넘어야 했던 산 중 극히 일부였다. 그를 비롯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제작진과 배우들은 해외 촬영에서부터 난관과 직면했다. 배경이 되어야 할 캄보디아는 촬영 자체가 불가한 국가였던 것. 비교적 영화 제작 인프라가 갖춰진 태국으로 방향을 돌린 이유다.

"가장 캄보디아와 비슷한 치앙마이에서 촬영했다. 그래도 어렵긴 하더라. 일단 내가 해외 촬영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소통 과정이 복잡했다. 바로 전달이 되는 게 아니라, 연출부와 조감독, 그리고 태국 조감독까지 거쳐야 했다. 평상시 작업시간의 3배는 잡아야 했다."

게다가 조건 역시 까다로웠다. 85세의 장신인 노인과 구순구개열을 앓는 5개월 된 아기, 코끼리, 헬기 촬영 등이 필요했다. 듣기만 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다. 그야말로 '미션 임파서블'이다. 하지만 누가 돕기라도 한 건지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고.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스틸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스틸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홍 감독은 "노인과 수현의 대사가 우리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근데 운이 좋게도 굉장히 꼿꼿한 85세의 노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극 중 장님 설정인데, 특수분장용 렌즈가 필요 없을 정도로 투명한 눈을 가졌더라. 시선만 고정하면 연기가 가능했다"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또한 촬영 일주일 전에 실제로 구순구개열 환자인 아기를 섭외할 수 있었다고.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에 홍 감독은 촬영 이후 아이의 어머니와 SNS 친구를 맺었다. 홍 감독은 "촬영 덕분에 좋은 인연까지 얻었다. 정말 하늘이 도왔다. 그 아이는 촬영 후 치료를 받았다"라며 활짝 웃었다.

홍 감독은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가 추운 겨울 따뜻한 손이 될 수 있는 영화이길 바란다. 그는 "촬영 여건이 녹록지 않았던 작품이다. 12월 시장에서 이런 장르가 관객과 만날 수 있다는 것 역시 행운이라고 본다"라며 "나 역시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다양한 선택지가 있길 원한다. 그걸 내가 만든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나를 비롯한 감독들은 늘 예상치 못한 관객과 만나길 기대한다"라며 혹여나 넘어질까 지지해주는 손 같은 영화로 기억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홍지영 감독 / 이지숙 기자
홍지영 감독 / 이지숙 기자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