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 게이(Gay). 늘 음지에만 틀어박혀있길 강요받던 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나섰다. 유쾌하고 솔직한 노래와 함께.
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위켄즈'(감독 이동하)는 국내 최초 게이 코러스인 'G-Voice' 단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10주년 기념 공연을 앞두고 이들이 겪는 일들을 담았다.
'G-Voice'는 게이들로만 구성된 합창단이다. 창단 멤버는 어느새 중년이 됐고, 스무 살의 신입단원을 받을 만큼 역사가 오래됐다. 합창단이야 많고 많지만, 이들이 특별한 이유는 역시나 멤버들의 정체성 덕이다. 이렇게 많은 게이들이 맨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선 일이 있던가.
사실 'G-Voice'의 멤버들의 일상은 대중이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성 소수자들과는 다르다. 자신을 숨기고 도망치기보다는 당당하게 드러낸다. 음침함이나 우울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성애자들과 똑같다. 아니, '평범'하다. 소개팅에 나온 상대방의 얼굴이 사진과 다르게 생겨서 실망한다거나, 나이를 속였다고 한탄한다. 때되면 술상과 함께 찾아오는 친구들의 연애상담과 별반 다르지 않다. 충분히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G-Voice'의 일상은 에너지가 넘친다.
고민 많은 청춘인 것 역시 마찬가지다. '미대 오빠'로 불리는 한 멤버는 백화점에서 빵을 팔다가 장바구니가 없어 명품백을 사들고 온 고객을 보고 박탈감을 느꼈다고. 'G-Voice'는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노래를 만들었다. 비록 팔천 원짜리 빵은 이천 원짜리가 되었지만, 혼자서 품고 있던 상처가 함께 부르는 노래가 되니 묘한 위로가 된다.
이처럼 'G-Voice'의 노래에는 그들의 청춘과 사랑 그리고 삶의 희로애락이 담겼다. 'G-Voice'는 자신들을 향한 편견을 유머를 담아 음악으로 승화시켰다. 그들이 성적 소수자라서 특별할 건 없다. 물론 '난 정말 게이가 맞을까' 고민하고 방황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한 이들은 아름답게 쌓은 화음으로 꿈꾸며 손잡고 연대한다.
'위켄즈'는 성적 소수자 역시 사랑받고 싶고, 사랑할 권리가 있는 사람이란 걸 보여준다. 타고난 정체성 때문에 이유 없는 혐오와 삿대질에 시달려도 "괜찮아, 우린 행복해. 동요하지마"라고 서로 손잡고 위로할 수 있는 이유다. 이를 인정받아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다큐멘터리 부문에 초청돼 한국영화 최초로 관객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은 결국 인권문제와도 이어진다. 'G-Voice'는 LGBT 행사뿐만 아니라, 세월호 팽목항 추모 집회와 쌍용자동차 고공 농성장 등 위로가 필요한 곳은 어디든 찾아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한다. '함께 살자, 희망을 만들자'는 메시지를 노래로 전한다. 이들이 '인권 운동계'의 아이돌로 불리는 연유다.
게이 합창단은 자긍심과 진솔함을 무기로 편견에 도전하고, 약자들과 연대한다. 함께하는 노래는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이들을 더욱 강인하게 만든다. '내겐 사랑과 좋은 친구들이 있다'고 말하는 'G-Voice'의 경쾌한 노래는 이들 역시 다수의 이성애자들과 함께 평등한 사회를 일궈나가야 할 동료임을 깨닫게 한다. 사회적 메시지를 떠나 이들의 합창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96분의 러닝타임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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