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노윤정 기자]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원로 배우의 품격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여전히 현역 배우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 나들이에 나선 배우 이순재의 이야기다.
4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는 ‘라스를 향해 날려~ 하이킥 하이킥!’ 특집으로 꾸며져, 10년 전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출연진 이순재, 최민용, 신지, 김혜성이 출연했다. 10여년 만에 방송에 복귀한 최민용과 남다른 입담의 소유자 신지, 변함없는 동안 외모와 어수룩한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던 김혜성 등 전 출연진이 고르게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젊은 후배들 사이에서 건재함을 과시한 이순재의 존재감은 단연 빛났다.
이순재의 입담은 초반부터 유쾌했고, 거침없었다. 그는 김국진에게 강수지와 빨리 ‘합칠 것’을 제안하면서 “합친다는 게 합방이다. 합방 안 하면 뭐 하러 합치냐”고 돌직구로 말했고, “그 나이에 무슨 연애를 더 하냐. 잘못하면 놓친다. 보니까 아주 좋은 색시더라”고 조언했다.
또한 이순재는 ‘거침없이 하이킥’ 당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야동 순재’ 에피소드에 대한 소회도 유쾌한 입담으로 전했다. 그는 “김병욱 감독에게 재미있는 게 많은 데 저걸 꼭 해야겠냐고 했다. 물론 재미있다. 당하는 놈은 난처하지만 보는 사람은 재미있는 장면이다”며, “욕먹을 줄 알았다. 동창들 중에 점잖은 친구들이 있다. 그거까지 해야겠냐고 하더라”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또한 최민용에게 팬클럽을 동원해 ‘야동 순재’ 이야기를 그만하라는 내용의 댓글을 달라고 부탁했던 사실이 밝혀져 웃음을 더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입담만 뽐낸 것은 아니었다. 이순재는 83세의 나이에도 ‘현역’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공개했다. 특히 배우에게는 대본 암기가 중요한 바, 스스로의 암기력을 확인하기 위한 방법으로 미국 대통령 이름을 1대부터 44대까지 막힘없이 외운다고 말해 후배들을 감탄케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외우는 정도가 아니라 한 대통령의 이름을 말하면 그 다음 대통령이 누구인지 바로 말할 정도로 완벽하게 암기했으며, 간간히 해당 인물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날 함께 출연한 후배 배우들 모두 이순재가 얼마나 꼼꼼하게 대본을 분석해 오는지 한 목소리로 극찬했다. 나이를 무색케 하는 그의 연기 열정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열정과 단호함은 후배들을 교육하는 모습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대학 강단에 서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이순재는 “내 수업은 한 작품을 정해서 한 학기 동안 한 작품을 가지고 연습을 한다. 그 친구들은 매일 나와서 공부한다. 한 달 내내 주말도 없다. 내가 비는 시간마다 가서 작품을 연습하고 공연시킴으로써 끝난다. 그때 한지혜 양이 그 학년에 해당이 됐다. 그런데 드라마 ‘자이언트’에 캐스팅됐다. 시간을 낼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인정한다. 대신 학점은 C다. 얘들은 두 달 반 동안 매일 나와서 공부를 하는데 너는 못 나오지 않느냐. 대신 너 돈 벌지 않나. 친구들 열심히 할 수 있게 빵 좀 사서 와라’고 했다. 그걸 딱 지키더라”고 한지혜를 칭찬했다. 반면 불성실했던 다른 학생의 일화를 이야기하며 “학점을 D를 줬다. 내보내려고 했다. 다른 학생들한테 악영향을 끼친다. 그랬더니 전화가 왔더라. 나 때문에 학교에서 쫓겨나게 생겼다고 하더라. 내가 무슨 최순실도 아닌데, B학점을 달라고 하더라. ‘야 이 도둑놈아, 뭐 이런 자식이 다 있느냐’고 했다. 그래서 결국 쫓겨났다”고 거침없이 말하며 그이기에 가능한 소신 발언을 했다.
연기 인생 60년인 이순재는 여전한 현역이다. 서울대학교 철학과 출신인 그는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 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가’로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드라마와 영화, 연극 무대 등을 가리지 않고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배우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여전히 연구를 거듭했고,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 진정성 있는 모습을 알고 있기에 이순재가 하는 모든 말들이 묵직하게 다가왔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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