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단지 세상의 끝' 포스터 / 엣나인 필름 제공
영화 '단지 세상의 끝' 포스터 / 엣나인 필름 제공

[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세계가 주목하는 젊은 거장 자비에 돌란 감독이 2년 만에 돌아왔다. 그의 여섯 번째 영화 '단지 세상의 끝'과 함께. 일상성 속에서 비범함을 발휘하는 그의 세계는 더욱 진화했다.

영화 '단지 세상의 끝'(감독 자비에 돌란/배급 엣나인필름)이 9일 오후 서울시 동대문구 메가박스에서 열린 언론 배급 시사회에서 베일을 벗었다.

'단지 세상의 끝'은 프랑스 최고의 스타 배우인 가스파르 울리엘, 마리옹 꼬띠아르, 레아 세이두, 뱅상 카셀, 나탈리 베이가 스타감독 자비에 돌란과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불치병에 걸린 작가 루이(가스파르 울리엘)가 자신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12년 만에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재회하는 이야기다. 프랑스의 극작가 겸 연출가 장 뤽 라갸리스의 동명 희곡을 자비에 돌란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새로운 소재의 발굴은 영화감독을 포함한 모든 스토리텔러의 꿈이다. 하지만 익숙한 풍경을 특별하게 바꾸는 것 역시 이야기꾼의 역량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단지 세상의 끝'의 소재는 익숙하지만, 접근 방식은 매우 낯설다. 영화는 '집은 항구가 아니라 마음을 다치는 곳'이란 가사의 노래로 시작된다. 음악과 함께 주인공 루이의 여정은 막이 오른다. 죽음을 앞둔 자의 귀소본능으로 시작된 한 가족의 이야기다.

영화 '단지 세상의 끝' 스틸 / 엣나인 필름 제공
영화 '단지 세상의 끝' 스틸 / 엣나인 필름 제공

12년의 세월은 루이와 가족들 사이에 단단하고 높은 벽을 만들었다. 루이는 가족들의 생일을 꼬박꼬박 챙기는 아들이지만, 그게 의무감 때문인지 애정이 담긴 행위인지는 알 수 없다. 루이를 중심으로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들을 위해 정성껏 요리를 준비한 어머니(나탈리 베이), 오빠에 대한 환상과 기대로 치장한 여동생 쉬잔(레아 세이두), 못마땅한 표정으로 동생을 맞이하는 형 앙투안(뱅상 카셀), 처음으로 루이와 대면한 형수 카트린(마리옹 꼬띠아르)까지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시끌벅적한 재회의 기쁨도 잠시다. 빠르게 오가는 말로 근황을 확인하고 하나 마나 한 말들이 반복되고 나면 그리움은 서운함으로 바뀐다. 그리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서로에게 날선 독설을 쏟아낸다.

가족이란 이름 아래 모였지만, 이들은 서로 이해하지 못한다. 사실 이런 광경은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지 않다. 명절이면 늘 반복되는 일이 아니던가. 칸이 사랑한 천재 감독 자비에 돌란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최고의 배우들이 판을 벌인 '아트버스터'가 문득 친숙하게 느껴지는 지점이다.

영화 '단지 세상의 끝' 스틸 / 엣나인필름 제공
영화 '단지 세상의 끝' 스틸 / 엣나인필름 제공

자비에 돌란은 '단지 세상의 끝'에서 일상적 풍경을 강렬하게 바꾸는 재주를 발휘한다. 좁은 집이란 한정된 공간이 영화의 주 무대이지만, 배우들이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대사는 폭죽처럼 터지며 화면을 수놓는다. 또한 인물의 표정과 눈빛 등 찰나를 부각시켜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는 연출은 탁월하다. 대화와 표정만으로 이해와 오해 사이에 선 가족들의 관계와 갈등, 심리를 성공적으로 그려냈다.

이를 통해 자비에 돌란은 사랑한다면서도 모진 말과 행동으로 서로를 할퀴는 가족의 아이러니를 포착했다. 세월이 만든 균열과 소통의 부재로 생긴 애증이란 이런 것일 테니까. '단지 세상의 끝'이 감독의 전작 '아이 킬드 마이 마더'(2009)와 '마미'(2014)의 연장선이자, 확장된 세계인 이유다. 오는 1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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