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모든 걸 쏟아부었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배우 서예지(26)에게 '다른 길이 있다'는 그런 의미다.
19일 개봉한 영화 '다른 길이 있다' (감독 조창호/배급 영화사 몸, 무브먼트)는 얼굴도 이름도 모른 채 삶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기로 한 두 남녀의 아프지만 아름다운 여정을 그린 영화다. 사는 게 지옥인 경찰 수완(김재욱)과 이벤트 도우미 정원(서예지)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극 중 서예지는 타인에게 말 못할 비밀을 지닌 정원 역을 맡았다. 하루하루가 고통의 반복인 그는 존재 자체가 형벌이다. 지난 2013년 tvN '감자별 2013QR3'로 데뷔한 서예지는 드라마 '야경꾼일지' '무림학교' 영화 '사도' '비밀' 등에 출연하며 단숨에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청순 미녀의 계보를 잇는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미모와 스페인 유학파란 수식어는 서예지를 대표하는 이미지다. 그런 그가 '다른 길이 있다'에는 삶에 지친 여자를 연기한다. 화려해 보이기만 하던 그의 반전이다. 서예지는 "예산의 규모를 떠나 내게는 가장 큰 영화였다"라고 운을 뗐다.
시나리오에서 느껴지던 정원의 무거운 감정은 서예지를 끌어당겼다고. 그는 "이상하게도 그런 게 신비롭게 다가오더라. 그때 내가 좀 우울했었나 보다. 그래서 이게 더 깊어지면 어떨까 싶더라. 이런 아픔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극 중 정원은 낮에는 이벤트 도우미로 웃으며 춤을 추고, 밤에는 어머니를 간호하고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는 이중생활을 한다. 그렇게까지 극단적이진 않겠지만, 배우의 생활과도 통하는 지점이 많다. "정원은 외부와 내부가 굉장히 다른 삶을 산다. 나 역시 집에서 안 좋은 일이 있어도 밖에서는 좋은 표정으로 일을 해야 한다. 어찌 보면 정원은 우리와 비슷하다. '내가 언제 이런 역할을 해볼까' 싶기도 했다."
때문에 서예지는 '다른 길이 있다'에 모든 걸 쏟아부었다. 다소 위험해 보이는 장면도 직접 했다. 그는 "모든 신과 대사 하나하나를 조창호 감독과 의논했다. 극한 상황에서도 서로를 위로하며 버텼다"라며 현장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서예지는 "이 영화는 내게 죽음이자 희망이다. 나를 죽게끔 인도하다가 살게끔 돌아오게 만들기도 했다"라며 "더 고통스럽고 싶었던 적도 있다"라고 했다.
그가 자비를 들여 영화 홍보에 나선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서예지는 "우리가 저예산이다 보니 금전적 여유가 별로 없다. 사실 나는 이 영화를 더 길게 찍어보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사비로 DVD 제작을 하면 어떨까 싶더라. 스태프와 지인들에게 주고 싶었다. 저작권 때문에 감독님에게 말씀을 드렸더니 말을 못 이으시더라"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영화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의 마음에 보답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이라고. 서예지는 "독립영화도 이 정도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라며 '다른 길이 있다'는 자신있게 권하고 싶은 자신의 대표작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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