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위기의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최고 영화제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야말로 풍전등화였다. 이젠 물러설 곳도 없다. 제아무리 예산 삭감 칼바람이 불어 닥쳐도 부산국제영화제가 대한민국 영화인 그리고 영화를 사랑하는 국민이 만들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어수선한 시국 속 부산국제영화제는 스물두 번째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2014년이었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었던 부산광역시. 개막 첫주 주말이 지나고 대부분의 부대행사가 마무리된 10월6일 월요일의 일이었다. 대부분의 영화 담당 기자들은 행사가 집중된 개막식부터 첫주 주말까지 부산에서 취재를 진행한다. 이후 남은 취재진은 폐막식을 준비하며 인터뷰와 GV, 남은 부대행사를 취재하거나 영화제를 즐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주말이 지난 월요일임에도 취재진은 부산을 떠나지 못했다. 2014년 4월16일 있었던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이 첫 상영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다이빙벨' 상영과 GV가 예정돼 있어 센텀CGV를 찾았다. 티켓을 구하지 못한 취재진들이 대다수였고, 사진기자들은 상영관 출입구에 포토라인을 설치하고 분위기를 살폈다. 상영이 시작된 후 빈자리가 있을 경우에만 입장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고 대기 중이었다.
'다이빙벨'은 한국 사회 최악의 비극적인 사고 '4.16 세월호 침몰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한 첫 다큐멘터리로 탑승 476명, 탈출 172명, 사망 294명, 실종 10명을 기록, 사상 최대의 인재로 손꼽히는 4.16 세월호 침몰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한 첫 작품이다.
'다이빙벨'이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으로 선정되자 서병수 부산시장은 상영 철회를 요구했고, 문화체육관광부 측은 '다이빙벨' 상영 시 부산국제영화제 국고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전해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땐 몰랐다. '다이빙벨' 여파가 이렇게 오래 갈 줄은 말이다. 그저 '다이빙벨' 상영관 입장을 대기하면서 세월호 참사 유족과 부산시 측의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사복 경찰이 배치됐다는 수군거림만 들었을 뿐.
당시 '다이빙벨' GV에서 이상호 기자는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고의적 살해다. 국민을 구조 못한 정부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국민을 살해한 정부라고 나는 주장한다. 참사 발생 이후 7시간 동안 컨트롤타워가 없었다. 해경은 심해에서 구조를 해본 사람들이 아니다. 당시 물 밑에 있는 생존자를 살리기 위해선 훈련받은 조직을 투입해야 했었다. 이처럼 현장과 구조 상황을 통제 하지 못하고 아이들을 구조하지 못한 가장 큰 책임자이자 그러한 해경과 해군을 조종한 이가 바로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고 눈물을 보였다.
자리에 함께 있던 세월호 유가족들은 연신 눈물을 쏟았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에, 눈물을 보여선 안 된다는 생각에 연신 노트북 자판만 두드렸던 날이었다. 취재를 마치고 영화의 전당으로 향했다. 노란 리본을 단 영화인들이 1인 시위에 한창이었다. 이들은 철저한 진상규명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영화인 1123인 선언을 위해 거리로 나왔다. 그저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외압이 말이나 되겠나 싶었다. 같은 해 10월23일 개봉한 '다이빙벨'은 최종적으로 5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지만, 상영 초기엔 멀티플렉스의 상영 거부 논란이 불거졌다.
그리고 해를 넘겨 2015년 1월 말부터 감사원의 부산국제영화제 감사가 시작됐다. 그리고 감사원은 그해 9월, 국고보조금부실 집행 혐의 관련자로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고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12월 부산시는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과 사무국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오랜 시간 검찰 조사가 이어졌다.
또다시 해를 넘겼다. 지난해 2월, 서병수 부산시장은 조직위원장을 민간에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같은 달 25일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임기가 종료됐다. 허위로 협찬금 중개계약을 맺은 뒤 중개수수료를 지급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기소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부산국제영화제 예산 삭감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19회 부산국제영화제 지원 예산은 14억6,000만 원이었으나 이듬해 8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지원 예산은 9억5,000만 원이었다. 같은 기간 타 영화제는 예산이 오히려 늘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부산국제영화제가 지원 받은 금액은 15억 원이었다.
예산 삭감 칼바람을 맞은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풍 피해까지 입으면서 해운대 BIFF빌리지에 설치했던 부대시설 파손으로 모든 행사를 영화의 전당에서 진행해야만 했다. 영화계는 부산시와 정부에게 반발하며 보이콧을 단행했다. 레드카펫은 썰렁했고 참여 관객도 줄었다. 그런데 시국이 급변했다.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가 보도됐고,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됐다. 말만 무성했던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리고 지난 17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부산국제영화제 예산을 전액 삭감하도록 문화체육관광부에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다. 특검은 예산심의 규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다이빙벨' 상영을 이유로 예산 삭감을 지시한 것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직권남용을 입증할 확실한 혐의라고 여겼다. 이에 특검은 18일, 블랙리스트 작성을 받고 있는 조윤선 문화부장관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18일,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오는 10월12일 목요일부터 21일 토요일까지 10일간 부산광역시에서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시아 필름마켓은 10월14일 토요일부터 17일 화요일까지 4일간 열린다고.
"정유년 새해, 22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에 보답하기 위해 보다 알찬 프로그램과 관객 이벤트 및 서비스로 찾아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참으로 먼 길을 돌아왔다. 시국이 급변한 지금, '의혹'이라고 불렸던 외압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아시아 최고, 최대의 영화제 죽이기에 나섰던 누군가와 어떻게든 이를 지키려 힘썼던 영화인과 관객들. 스물두 번째 부산국제영화제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계속해서 급변하고 있는 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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