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스트 제공, 본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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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박아름 기자]'푸른바다의 전설'엔 전지현 이민호만 있는 게 아니었다.

지난 19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푸른바다의 전설'(극본 박지은/연출 진혁) 19회에서 이지훈은 떠났고 황신혜는 몰락했다. 그렇게 악역을 담당했던 모자(母子)는 처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시청자들이 그토록 바라던 두 사람의 몰락이었지만 체증이 가라앉듯 속 시원하면서도 왠지 짠한 기분도 드는 건 왜일까. 그만큼 두 사람은 극 중 악의 축을 담당하며 활약, 악역도 시청자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SBS '푸른바다의 전설' 캡쳐
SBS '푸른바다의 전설' 캡쳐

이날 허치현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죽음을 맞이하며 퇴장,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했다. 새아버지 허일중(최정우 분)을 살해한 어머니 강서희(황신혜 분)의 살인방조 및 허준재(이민호 분)와 심청(전지현 분)의 살인미수 죄로 체포된 허치현은 악에 받쳐 날뛰다가 이내 모든 걸 포기하고 죽음을 택했다. 특히 허치현은 강서희에게 원망과 애증이 뒤섞인 눈물을 보이며 “어머니가 내 어머니인 게 저주스럽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둬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이를 연기한 이지훈은 마지막까지 폭발적 내면 연기로 쫄깃한 악역의 맛을 살려내며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이지훈은 주인공 이민호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며 극 전개에 있어 빠질 수 없는 기폭제로 활약, 드라마를 더욱 짜릿하고 긴장감 넘치게 하는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호평을 받아왔다. 무엇보다 어머니와 새아버지에 대한 애정결핍으로 흑화하게 된 나름의 사연있던 캐릭터에 그의 섬세한 내면 연기가 더해지며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애처로운 연민까지 자아냈다는 평. "어찌 보면 '푸른바다의 전설'에서 가장 불쌍한 인물이다", "허치현의 죽음이 허무하다. 꼭 죽였어야 했나" 등의 시청자 반응도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이지훈은 2012년 ‘학교 2013’으로 데뷔한 뒤 ‘최고다 이순신’ ‘황금무지개’ ‘블러드’ ‘육룡이 나르샤’ ‘마녀보감’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 등에서 조연으로 활약했다. 때론 밝고 친근한 모습으로, 때론 진지한 모습으로 시청자들과 만나왔던 이지훈은 '푸른바다의 전설' 허치현을 만나 '인생캐'(인생 캐릭터)를 만들며 데뷔 이후 가장 주목받고 있다.

SBS '푸른바다의 전설' 캡쳐
SBS '푸른바다의 전설' 캡쳐

강서희 역 황신혜의 활약도 눈부셨다. 이날 모든 증거가 다 드러나 살인사건 용의자로 현장에서 체포됐음에도 불구하고 강서희는 끝까지 뻔뻔한 태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아들의 죽음은 그녀에게 절망을 안겼다. 강서희는 그토록 끔찍이 대했던 아들 허치현의 충격적인 죽음 앞에 오열했다. 자신의 진짜 얼굴을 숨긴 채 피도 눈물도 없이 여러 사람들을 죽이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희대의 살인마였지만 모성애는 남아 있던 것.

이 과정에서 황신혜의 오열 연기는 시청자들을 멍하게 만들었다. 앞서 시청자들을 소름돋게 만들거나 시청자들의 공분을 자아냈던 그녀였지만, 이날만큼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또한 황신혜는 아들의 죽음 후 모유란(나영희 분)을 보고 광기를 드러내는 강서희의 소름끼치는 모습을 연기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다시 한 번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황신혜는 1983년 MBC 16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첫사랑' '행복한 여자' '야망의 세월' '애인' '신데렐라' '위기의 남자' '천생연분'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한 베테랑 배우다. 이제와서 연기력을 논하기 민망할 정도로 엄청난 경력의 소유자다. 하지만 황신혜는 '컴퓨터 미인'이란 타이틀 탓에 시청자들에게 연기력보다는 미모로 더 부각됐던 게 사실. 특히 최근 10~20대 시청자들에겐 더 그랬지만 최근엔 '푸른바다의 전설' 이후 황신혜를 다시 봤다는 시청자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이제 황신혜는 연기 잘하는 배우로 다시금 인식되기 시작됐다.

이같이 악역의 품격을 선보인 황신혜 이지훈의 열연은 두 사람을 재발견하게 함은 물론,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이끌며 '푸른바다의 전설'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한편 '푸른바다의 전설'은 25일 종영을 앞두고 있다.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