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정 기자] "'팬텀싱어' 우승자 고훈정과 함께 하는 '어쩌면 해피엔딩'." 그러나 그것뿐만이 아니다.

로봇을 주인공으로 만든 사랑 이야기가 이토록 가슴 저밀 줄이야. 뒷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작품이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연출 김동연)은 미래를 배경으로 펼쳐진 SF(Science Fiction)영역에서 로봇들의 순수한 사랑의 아름다움을 획기적으로 담아냈다.

멀지 않은 미래, 21세기 후반 정도의 서울 메트로폴리탄 외각에는 낡은 로봇 전용 아파트가 존재한다. 주인 없는 구형 로봇들이 모여 사는 이곳에는 주인공 올리버와 클레어가 살고 있다. 헬퍼봇5인 올리버는 오래된 레코드플레이어, 재즈 잡지, 종이지도 등 아날로그 감성 가득한 것들을 좋아하는 남자 로봇이다. 주인의 "고맙다"는 말에 자동 반사적으로 "천만에요"를 외치는 그는 인간에게 적대심 없는 긍정적인 품성으로, 주인을 그리며 돈을 모으고 있다.

여자 로봇인 클레어는 헬퍼봇6으로 5버전에는 없는 '사회적 기술'을 갖추고 있다. 겉보기에는 활발한 성격이지만 사람에 대한 상처를 가지고 있다. 클레어는 갑자기 망가진 충전기를 빌리러 아파트를 전전한다. 하지만, 문을 두드려도 돌아오는 것은 무관심뿐, 어떤 로봇도 쉽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

올리버 또한 마찬가지였다. 정해진 스케줄을 지켜가며 자신이 만든 루트 안에서 벗어나기 싫어하는 성격인 그는 "충전기가 고장 났다"는 클레어에 말에도 현관문을 닫는다. 그러나 밖에서 들리는 전원off의 소리를 무시할 수 없었던 그는 결국 충전기 코드를 고쳐가며 그녀를 돕는다.

이들 로봇의 이야기 속에는 인간스러움이 가득 담겨있다. 공동생활 속 외면, 혼자 사는 이의 라이프 스타일과 어느 정도의 쓸쓸함, 장난스러운 종이컵 전화. 이런 요소들은 스토리의 공감도를 높이면서 인간 모습의 로봇에 친숙함을 느끼게 한다. 또한, 미래로 정해둔 시점이지만 무대 위에는 빈티지한 소품들을 배치하며 낯섦을 배제하고 공존의 의미를 더하며 관객 집중도를 높인다.

본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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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도 보고, 주인도 만나자"는 클레어의 조언에 고민하던 올리버는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다. 서로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없는 로봇이지만, 올리버와 클레어 사이에서는 어느새 연정이 싹튼다. 하지만 '짧은 행복의 시간'은 로봇에게도 예외가 없었다. 오히려 로봇이기에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사랑의 기쁨과 행복은 그 끝이 인간다워 더 가슴 아팠는지도 모른다.

애프터 서비스가 끊기고, 주인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로봇은 점점 망가지고 고칠 길이 없다. 잔인하게도 자신에게 남은 수명까지 정확히 파악한다. 그 가운데 이제 막 애정을 싹틔운 올리버와 클레어는, 사랑의 아픔을 끊어내고자 서로의 기억을 지우기로 한다.

약속을 지킨 클레어와 약속을 어긴 올리버. 사랑 앞에서는 정답이 없듯, 누구도 비겁하지 않았고 틀린 선택을 하지 않았다. 기억을 잃은 클레어는 다시 밝은 미소를 지었고, 모든 기억을 안고 지키며 살아가는 올리버는 애틋한 추억과 현재를 품은채 남은 수명을 살아낼 것이다. 두 로봇이 선택한 사랑은 다른 이가 판단할 수 없는 가치기에 '어쩌면 해피엔딩'일지도.

'어쩌면해피엔딩' 트위터
'어쩌면해피엔딩' 트위터

올리버와 클레어의 순수하고, 아름다우며, 따뜻한 이야기에 관객석에는 한바탕 눈물 바람이 지나간다.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의 사랑을 그린 이 작품에서 배우들의 모습은 이질적이지 않다. 목 뒤에 불빛 화려한 충전기를 꼽고, 가슴 한쪽에서 '아이언맨'을 연상시키는 에너지 불빛이 들어오는 정도의 설정은 있지만 감정 이입에는 전혀 방해되지 않는다.

캐릭터로서 '로봇'을 드러내는 것은 온전히 배우의 몫이었다. '어쩌면 해피엔딩'에서 유감없이 애드리브를 선보이고 있는 배우 김재범(올리버 역)은 노련하게 올리버를 귀엽고 사랑스러운 로봇으로 탄생시켰다. 그는 프로그래밍 된 듯한 활기찬 말투를 살짝 하이톤으로 발성했다. 로봇은 인간처럼 극단적인 기분 표현을 하지 않기 때문에 목소리의 높낮이 변화보다는 행동과 표정으로 감정을 드러냈다. 피아노와 현악 6중주 또한 이를 뒷받침했다.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배우 전미도(클레어 역)는 극에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충전이 모자라 멈춰 서거나, 오래된 고철이 고장 나는 등 로봇으로서 표현하는 횟수가 많았던 클레어지만, 분주하게 움직거나 친구들을 부르는 등 그녀가 가진 똑부러진 성격을 드러내며 좁은 무대를 더 활동적으로 만들었다.

제임스를 대표 캐릭터로 설정했지만, 우체부, 클레어의 친구, 숙소 주인, 내레이션 등 다양한 역할로 무대를 풍성하게 만든 고훈정은 단연 '신스틸러'다. 그는 직접 피아노 연주를 선보이기도 하고, 김재범과의 애드리브로 예상치 못한 웃음을 선사하기도 하며 커튼콜까지 극을 책임진다.

헬퍼봇들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감성 자극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에는 올리버 역에 배우 김재범·정문성·정욱진, 클레어 역에 전미도·이지숙, 제임스 역에 고훈정·성종완이 출연한다. 오는 3월 5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