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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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박아름 기자]'저주스럽다'는 마지막 대사는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이런 말을 내뱉은 이지훈에게도 충격이었다. 이게 무슨 말일까.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푸른바다의 전설'(극본 박지은/연출 진혁)에서 악역 허치현 역으로 열연을 펼쳤던 배우 이지훈을 만났다.

이지훈은 섬뜩한 악역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극 초반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행동들로 선과 악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그는 본격적인 악역 본색을 드러낸 이후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서늘한 눈빛과 냉소적인 말투, 섬뜩한 행동들로 숨막히는 긴장감을 자아내는 등 로맨틱 코미디를 스릴러로 탈바꿈 시키는 연기를 선보인 것. 또 초반 일부러 10kg 정도 찌웠다가 감정의 변화가 생기면서 '뒤로 갈수록 핼쑥해 보여야겠다'는 생각에 체중을 다시 10kg 가량 감량하는 투혼을 발휘하기도 했다.

SBS '푸른바다의 전설' 캡쳐
SBS '푸른바다의 전설' 캡쳐

선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그가 악역이라니. 얼핏 봤을 땐 안 어울릴 것 같았던 악역이었지만 이지훈은 판에 박힌 악역이 아닌, 자신만의 색깔대로 허치현이란 악역을 연기하며 마지막까지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둔 악역 도전. 그는 처음부터 탐내기 시작하더니 결국 자기 것으로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자신한테 먼저 공격적이지 않은 한 상대한테 공격적이지도 않은 편인데다가 한 번 화가 나면 조용히 있다가 터뜨리는 편이라는 이지훈의 실제 성격이 어찌 보면 허치현과 어느 정도는 닮아있었다.

서보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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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내가 악역을 잘할 것 같단 확신은 아니고 잘할 것 같다는 용기는 있었다"고 운을 띄운 이지훈은 "분명히 나도 어렸을 땐 나쁜 게 있었을 테지만 일반적으로는 그걸 감춰야 한다. 근데 드라마에서는 다 표현할 수 있으니까 악역을 한 번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허치현을 연기하게 됐을 때 흥미를 많이 느꼈다. 아무래도 감정 표현에 있어서 소리를 지르거나 하면 좀 더 쉬웠을텐데 그렇게 하면 다른 악역과 똑같거나 누군가와 교차돼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니까 말이다. 난 화가 나면 조용해지는 스타일이다. 말 안 하고 조용히 있어서 그런 것부터 시작했다. '굳이 눈에 힘주고 그러지 않아도 화났다는 걸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데..'라고 생각했고, 그러면서 그런 종류의 캐릭터가 있는 작품을 장르 가리지 않고 봤다. 비슷한 감정선에 있는 영화나 드라마, 비슷한 색감을 가진 작품을 많이 봤다"고 털어놨다.

서보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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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치현은 '푸른바다의 전설'에서 소위 말하는 '나쁜 X'이었다. 전생에서도 현생에서도 주인공들을 끊임없이 위험에 처하게 했고, 심지어 인어 심청(전지현 분)에게 총을 쏴 생사를 오가게 만들기도 했다. 그래도 허치현을 연기한 연기자로서 그에 대한 남다른 마음을 품고 있지 않을까. 이지훈은 그런 허치현을 '불쌍한 남자'라 칭하며 따뜻하게 품었다.

SBS '푸른바다의 전설' 캡쳐
SBS '푸른바다의 전설' 캡쳐

"치현이는 다들 사이코패스라 하는데 난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착한 애'라 그런다. 세상이, 그리고 환경이 치현이를 파멸로 끌고가게 한 거지 자의적으로 나서서 뭔갈 하지 않았다. 다만 내 아픔이었던 가정사와, 나쁜 짓을 하는 어머니지만 세상에 나 하나밖에 없다고 말해주는 엄마를 공격하고 자극적인 말을 했던 허준재(이민호 분)와 하나뿐이라 생각했던 아버지(최정우 분)마저 진짜 아들인 허준재를 결정적인 순간에 찾아가는 모습을 보고 많이 허탈하고 쓸쓸하고 외로워했다. 그래서 아버지한테 '날 좋아하냐'고 확인하려 했다. 근데 아버지가 끝내 대답을 안한 것이 많이 슬펐다. 그러고 나서 치현이는 마대영(성동일 분)을 만난 뒤 치가 떨리게 싫어하다가도 마지막에 경찰서에 달려가 경찰이 마대영의 소재를 물어볼 때 눈물을 흘리고 약을 먹었다. 그것만 봐도 어떻게 보면 다른 사람이 봤을 때 '나쁜 X'이지만 누구라도 치현이 입장에 처한다 하면 아마 그렇게 될 것 같다. 극단적으로 약을 먹고 호흡기를 빼고 그러진 않겠지만 누가 내 부모를 욕하는데 그 입장이 된다면 화나지 않겠는가. 그래서 치현이는 '나쁜 애'가 아니라 세상의 환경에 내던져진 '불쌍한 아이'란 생각이 들었다. 항상 안타깝고 불쌍했다." 결말에 대해서도 만족한다고 했다. 허치현은 19회에서 죗값 치르기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에 이지훈은 "난 만족한다. '허무하다'가 아니라 '의미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사건과 문제의 원인인 강서희(황신혜 분)라는 인물에 대해 내 죽음으로 깨우치게 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청자 입장에서 그런 걸 느낄 수 있게 해준 장치가 나였기 때문에 의미있다고 생각했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이어 이지훈은 죽음을 앞두고 어머니 강서희 앞에서 했던 허치현의 마지막 대사에 대해선 "‘저주스럽습니다’란 마지막 대사는 너무 충격이었다. 나쁜 의미의 충격이 아니라 '지금까지 4회부터 18회까지 연기한 걸 한 마디로 정리해서 끝낼 수 있겠구나'에 대한 충격이었다. 어떻게 이런 단어를 골랐을까 싶었다. 그래서 종방연 때 박지은 작가님께 '이런 단어를 쓰실 거라곤 생각을 안했는데 정말 좋았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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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작품마다 로맨스가 없었던 이지훈은 이번에서도 이렇다 할 로맨스를 완성시키지 못했다. 이번 작품에선 심청 역 전지현과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듯 보였지만 알쏭달쏭한 느낌만 남긴 채 끝내 불발되고 말았다. 이지훈은 이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허치현은 심청을 좋아했다. '정말 좋다' 이런 것보단 심청이 독특한 행동을 보이니까 치현이로선 '뭐지?'란 생각이 들었고, 두 번째 만남에서 자신을 기억해주는게 좋았던 것 같다. 발톱이 있는 아이였는데 자길 기억해준다는 것이 좋아 더 다가가려 노력했던 것 같다. 호감이다. 그 호감이 러브라인으로 흘러갔다면 사랑이 됐을텐데 내가 너무 궁금해서 작가님께 여쭤봤다. 에필로그를 찍고 댓글을 봤더니 '둘이 잘 어울린다' 이렇게 좋은 말들을 많이 해주셔서 나도 모르게 진짜 삼각관계가 되는 건지 궁금했다. 그랬더니 '80%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니 염두에 두고 연기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거니까 그런 것도 염두에 두고 연기했다. 또 엄마와의 관계, 아빠와의 관계도 염두에 두고, 시청자들과도 '밀당'을 해야된다는 게 있으니까 그런 것들을 다 생각하면서 초반에 연기 분석할 때 너무 고민을 많이 했다. 연기를 어떻게 하느냐보다는 물론 그런 것도 많이 고민했지만 '치현이가 시청자들이 봤을 때 왜 애매하지?' '치현이의 속마음이 뭐지?' 그런 말을 듣고 싶어 초반에 연기를 그렇게 했던 것 같다."(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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