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한 사람이 어른이 된다는 건 누군가에게 소중한 타인이 되는 법을 익혔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누구나 어른이 될 수는 없다. 평생 자기만 알다 가는 이도 있다. 반면 비교적 늦게 철이 드는 사람도 있다. '아주 긴 변명'은 그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 '아주 긴 변명'(배급 영화사 진진)은 아내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망한 뒤 변해가는 한 소설가의 삶을 그렸다. 갑작스러운 이별의 슬픔을 마주한 한 남자의 상실과 사랑 그리고 성장까지 로맨틱하게 담아낸 멜로드라마다. '유레루' '우리 의사 선생님' 등으로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영화적으로 그려내는 감독으로 이름을 알린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신작이다.
주인공 키누가사 사치오(모토키 마사히로)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내를 잃었다. 그럼에도 그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유명인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자신을 모조품이라 칭하는 사치오는 자존감이 바닥인 사람이다. 타인에게 마음을 여는 건 위험하고 손해를 보는 일이다. 여기엔 아내마저 포함된다.
아내가 떠난 사치오의 일상. 빈자리는 쌓인 설거지거리와 너저분한 집안 정도다. 하지만 아내와 함께 사망한 친구의 남편 오미야 요이치(타케하라 피스톨)와 두 아이를 만나면서 그의 인생은 달라진다. 그는 아내와 어머니를 잃고 무너진 이들 가족의 구원자가 되겠다고 자처하고 나선다.
사실 이는 순수한 호의와는 거리가 멀다. 매너리즘에 빠진 사치오는 '좋은 글감이 될 것'이란 출판사 직원의 말을 듣고 이들에게 접근했다. 트럭을 몰고 전국을 도는 요이치를 대신해 그는 두 아이들을 돌본다. 처음에는 귀찮은 일이었지만, 어느새 그들에게 진심이 된다. 아이들이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생각해준다는 게 기쁘기만 하다.
하지만 행복한 시절은 오래가지 않는다.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사치오는 상실을 겪는다. 아이들과의 관계를 통해 느낀 박탈감과 슬픔은 그를 성장통으로 이끈다. "인생은 결국 타인으로 사는 것"을 깨달으면서 그는 진짜 어른이 된다.
연출자 니시카와 미와 감독은 절제됐지만 세련된 연출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사치오의 성장은 아내가 떠난 겨울과 불현듯 낯선 가족을 돌보게 된 봄, 아내의 속마음을 알게 된 여름, 소외감이란 감정을 알게 된 가을 등 사계절을 관통한다. 이 영화의 제목이 '아주 긴 변명'인 이유다. 상실을 통해 조금씩 변해가는 한 남자의 사계절이다. 오는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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