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소담 기자]안 어울릴 것 같은 이병헌, 공효진 부부 호흡은 어떻게 성사됐을까.
배우 이병헌, 공효진이 영화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제작 퍼펙트스톰필름)로 만났다. 전혀 생각 못 했던 조합이다. 그것도 부부 호흡이다. 물론 다정한 부부의 모습은 등장하지 않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왜 이주영 감독은 이병헌, 공효진을 캐스팅했을까?
22일 개봉한 ‘싱글라이더’는 증권회사 지점장으로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던 한 가장이 부실 채권사건 이후 가족을 찾아 호주로 사라지면서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병헌이 실적 좋은 증권회사 지점장이자 모든 것을 잃고 사라진 한 남자 강재훈 역, 공효진이 새로운 꿈을 찾고 싶은 재훈의 아내 이수진 역, 안소희가 재훈에게 도움을 청하는 호주 워홀러 유진아 역을 맡았다.
공효진에게 아이 엄마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수진 역을 맡긴 이주영 감독은 헤럴드POP과 인터뷰에서 “공효진은 그동안 독특하고 확 드러나는 역할을 해왔다. 본인도 그런 걸 좋아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엔 이병헌처럼 ‘싱글라이더’는 캐릭터에 끌려서 출연하는 게 아니라 글과 감정을 전달하는데 참여하고 싶다고 하더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주영 감독은 “사실 영화 초반에는 공효진이 드러나는 존재는 아니다. 평범해 보이고 전형적인 주부처럼 느껴지는데 어느 지점부터는 수진이란 인물의 진심이 드러난다. 그러면서부터 서로 마음이 엇갈리고 아이러니가 생긴다. 이 여자의 진심을 관객이 알았을 때 그 존재감이 비로소 커진다고 생각했다. 단지 비중이 많고 적고 그런 것보다 수진 역할은 존재감이 나중에 드러나는 게 포인트였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조합인 이병헌, 공효진 부부 호흡에 대해서도 이주영 감독은 “사실 머릿속에 둘의 부부 조합이 안 그려질 건 없다. 굳이 죽어도 안 돼 이런 건 아닌데, 뭔가 보는 사람들은 새로운 조합이라고 칭찬해주더라.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고”라며 “난 사실 조금 낯설음이 있는 이 조합이 좋았다. 그걸 노린 걸 수도 있다. ‘싱글라이더’의 부부관계가 원앙처럼 깨소금 떨어지고 너무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니까. 그냥 현실적인 부부 관계를 그리길 원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주영 감독은 “언젠가 친구가 그러더라. 남편이 너무 꼴 보기 싫다고. 혼자 TV 앞에서 밥 먹고 있는 그 뒤통수가 미워서 때리고 싶다더라. 그 감정은 뭘까 싶었다. 매일 매일 각자 서로 바쁘게 살잖나. 한 집에서 같이 살긴 하지만 속에 있는 말을 진심으로 할 수 있는 게 몇 번이나 될까? 그리고 그 시간이 부족하다는 건 알지만 딱 드러내긴 어려운 것 같다. 나도 부모님과 같이 사는데 내가 힘들거나 속상한 일이 있어도 말 안 한다. 굳이 그렇게 설명하고 싶지 않고. 지금 사는 사람들의 인간관계의 아쉬움이 아닐까?”라고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결과적으로 ‘싱글라이더’ 이병헌, 공효진 캐스팅은 신의 한 수였다. 할리우드에서 자리매김 한 이병헌의 위상 덕에 호주 오페라하우스 촬영지 섭외가 가능했고, 공효진은 그 장면에서 센스 있는 연기로 영화를 빛냈다. 수진이 오디션을 보기 위해 흰 원피스를 입고 오페라하우스 계단을 오르는 장면은 그야말로 벅찬 감동이 느껴질 정도다.
이에 이주영 감독은 “자세히 보면 공효진이 오페라하우스 계단을 올라갈 때 모든 계단을 똑같은 속도로 오르지 않는다. 마지막 몇 계단을 속도 있게 올라간다. 그때 작은 새나 나비가 확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그 장면을 좋아한다”며 “사실 내가 장소 섭외를 직접 하진 않아서 자세히는 모른다. 그래도 오페라하우스를 매체에서 배경으로 촬영하는 게 쉽지 않다. 비용도 섭외도 까다롭다. 에펠탑을 비롯한 각 나라의 랜드마크는 대부분 저작권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래도 시나리오에서 오페라하우스를 썼기 때문에 그걸 꼭 넣고 싶었다”고 공효진 칭찬과 함께 장소 섭외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너무나도 숨 가쁘게 돌아갔던 호주 촬영 스케줄. 이주영 감독은 “이병헌, 공효진 모두 책임감 있는 사람이다”며 “호주 촬영이 너무 빡세서 촬영 외 상황에 대해 감독인 나도 잘 알지 못한다. 눈뜨면 촬영하고 숙소 들어오면 현장편집본 이어 붙이곤 했다. 대부분 촬영장 뒷이야기를 궁금해 하는데 나도 궁금하다. 내 미션을 클리어하기 바빴다. 그래도 좋았던 건 공효진 안소희는 호주에서 조금은 즐기다 간 것 같더라. 스태프들도 그렇고 호주에 장기간 있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니까. 나는 바빠도 니들은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주영 감독은 “이병헌의 오열신 같은 경우도 새벽에 찍으면 좋은데 그게 안 돼서 오후 해 질 때 쯤 촬영했다. 이병헌도 아쉬워했다. 나도 아쉽고. 그래도 오열신은 감정적인 신이라서 시간이 많다고 해서 오래 찍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오열신 촬영이 가까워질 때 이병헌이 몇 번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더라. 나와 스태프에게 어텐션을 줬다. ‘이제 내가 울 건데’ 그러면서 말이다. 사실 오열신이 잘 안됐을 경우 다시 찍자고 했을 텐데 이병헌이 워낙 잘 하니까. 예전에 ‘악마를 보았다’에서도 잘하는 걸 봐서 시간이 부족하면 어떡하나 그런 생각은 안했다”고 오롯이 배우들을 믿고 촬영에 임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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