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스틸 / 영화제작전원사 제공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스틸 / 영화제작전원사 제공

[헤럴드POP=성선해 기자] 홍상수 감독의 신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청불 등급을 받았다. 크게 놀랍진 않다. 그의 작품은 언제나 어른들의 이야기였으니까.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는 지난 20일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감독 홍상수/제작 영화제작전원사)에 대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확정했다. 영등위는 "흡연 장면이나 남녀가 술을 마시며 대화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고, 성적 표현의 대사가 몇 차례 사용되고 있어 약물 및 대사의 유해성은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불 등급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영등위는 "남녀의 불륜으로 사랑과 고통, 후회와 방황을 한다는 주제 설정은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청소년이 관람하지 못하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장편영화다. 유부남인 영화감독 상원(문성근)과 불륜에 빠진 여배우 영희(김민희)가 주인공이다. 앞서 지난해 6월 불륜설이 제기된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물론 홍상수 감독은 "자전적 내용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베를린영화제 제공
베를린영화제 제공

최근 이 영화를 향한 관심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주연 김민희가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다. 여기에 스캔들 이후 홍상수 감독이 김민희와 함께한 최신작이란 꼬리표까지 붙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화제가 되는 건 이런 맥락에서다.

하지만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은 늘 19세 미만 관람불가였다.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부터 그랬다. 당시 이 작품은 연소자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그렇다고해서 그의 작품들이 폭력적이거나 수위가 높은 노출이 등장하는 건 아니다. 실제로 '하하하'(2010)는 오랜 친구 사이인 두 남자가 서로 통영에 여행 다녀온 경험을 담았다.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2)은 교수와 제자 사이인 두 남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제자가 꾸는 꿈을 통해 표현했다.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하하하'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포스터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하하하'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포스터

또한 '우리 선희'(2013)는 유학 추천서를 받기 위해 학교에 방문한 주인공 선희가 교수, 옛 남자친구, 선배 영화감독 등 세 명의 남자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사건이 주된 내용이다. 비교적 최근작인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는 영화감독인 주인공이 어느 날 우연히 여자 화가를 만나게 되고, 같이 저녁을 먹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들은 모두 청소년 관람불가다.

그렇다면 영등위는 왜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매번 '19세 미만 관람불가' 딱지를 붙이는 걸까. 그의 작품에 늘 등장하는 클리셰 때문이다. 음주 장면과 유부남과의 불륜 등이 대표적이다. 남녀 애정관계가 빠지지 않는 만큼 관련 신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실제로 '우리 선희'의 경우 일부 장면의 선정성, 음주 흡연 장면이 문제가 됐다. 또한 주제의 이해도 수준이 높다는 점 역시 참작됐다.

결과적으로 '밤의 해변에서 혼자' 역시 소위 말하는 '홍상수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영화일 것으로 보인다. 베를린영화제 공식상영을 통해 공개된 주요 줄거리 역시 이에 대한 심증을 굳힌다. 영화 흥행을 좌우할 진짜 난관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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