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박아름 기자]KBS 2TV '마음의 소리'에서 '동네 형' 같이 친근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김대명이 이번엔 무서운 정육점 사장으로 스크린을 찾았다. 영화 ‘해빙’을 통해서다.
배우 김대명을 지난 달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해빙’에서 살인사건의 공포에 빠진 내과의사 승훈(조진웅)이 사는 건물 주인이자 정육점을 운영하는 성근으로 분해 친절함 뒤에 숨겨진 차가운 모습으로 의심과 공포를 극대화시킨 김대명에게서 '해빙'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1일 개봉해 1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는 ‘해빙’은 얼었던 한강이 녹고 시체가 떠오르자, 수면 아래 있었던 비밀과 맞닥뜨린 한 남자를 둘러싼 심리스릴러 영화다.
"대본이 가진 힘이 굉장히 묘했다. 구성 자체가 상상인지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렸다. 굉장히 투박하게 나열되다가 어느 지점부터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시간적 구성으로 달려가는 게 아니고 이런 구성을 가진 대본의 힘이 컸다. 새롭기도 했다. 근데 이걸 또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 압축된 밀도 안에서 미묘한 몇 mm 차이를 계산해야 되는 연기를 잘할 수 있을지, 또 이걸 잘하고 싶단 욕심 아닌 도전 같은 게 있었다. 욕심을 부려서 작품을 선택하는 건 별로 잘 안하는 선택이다. 내가 죽어도 못할 것 같은데 이건 좀 내가 잘해보고 싶단 용기가 있었다."
'해빙'을 선택한 이유를 밝힌 김대명은 이번 작품에서도 무서운 모습으로 등장한다. 왜 자꾸 무서운 역할을 맡을까. 이에 그는 "찾아주시니까 그런 것도 있고, 사실 배우가 선택해서 '나 무서운 거 해야지?' 하는 타입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시나리오가 되게 매력 있어서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에도 얘기했는데 선역과 악역 기준에 대해 정해놓고 캐릭터를 만나는 편이 아니라 이야기나 인물이 되게 재밌었다. 그래서 선택하게 됐다. '특종' 때도 그랬다"고 솔직한 생각을 말했다.
김대명은 상대 배우와 호흡에 대해선 "잘 가고 있는 방향에서 그게 나오면 좋죠. 그 재미가 배우한텐 중독성이 크다. 쑥 들어올 때와 상대방이 그걸 받아쳐서 튀어오르고 하는 재미가 큰데 그게 만약 다른 방향으로 가면 두렵다. 어떻게 다시 선을 잡아갈지. '해빙' 하면서는 전자의 의미가 컸다. 파열음이 빵 터지면서 튀어올라가는 게 좋았다. 우리 극 자체가 2인극에 가까운 장면들이 많다. 커다란 액션이나 CG가 있는게 아니라 몸끼리 부딪혀서 호흡과 대사들로 잡아가는 게 많아 쾌감이 많았다. 배우로서 참 행복한 현장이었다"고 전했다.
'해빙'에서 김대명이 연기한 성근은 과하게 친절한 나머지 어딘가 모르게 의뭉스럽고 미스터리한 모습이다. 한 마디 한 마디 하는데 여운이 남기도 한다. 연기하는데 있어 감정연기가 쉽지 않았을 터. 이에 대해 김대명은 "누구의 시선으로 바라보느냔데 내가 보는 시선과 남이 바라보는 시선의 경계를 정확히 하는게 중요했다. 예민했고, 선을 잡아가는게 중요했다. 중간에 조금이라도 틀어버리면 극 자체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되니까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또 김대명은 "항상 연기할 때 생각하는 건데 '나쁜 사람처럼'이라든가, '악당처럼'이라든가, '착한 사람처럼'이라든가 그런 지점에서 연기하는 걸 굉장히 피하려고 한다. 결과적으로 그 부분에 치우치다 보면 왜 그런지 알맹이를 잃어버리게 된다. 이번에도 고민을 많이했던 게 어떻게 보여지느냔데, 결과적으로 힘을 실고 달려갈 수 있었던 건 이 캐릭터가 이야기하려는 목적과 정확하게 부합해 가면 끝에 가서 정확하게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런가하면 "난 사실 승훈을 처음부터 끝까지 불편하게 해야 하는 인물이었다. 사이 사이 중간을 잡고 가야 되는 인물이라서 그걸 촬영 내내 유지하는 게 힘들었다. 평상시 생활은 풀어져있다 가서 아무렇지 않게 하고 가는 그 정도 내공은 아니라서 평상시 예민하게 되더라. 그렇다고 소리지르는 편은 아니다.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촬영하고 나면 그 다음에 다 털어내고 가고 그랬다"고 촬영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생각으로 그림을 같이 만드는 건데 머릿 속 퍼즐이 중요했다. 그걸 잘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커다란 퍼즐인데 쉽진 않더라. 처음엔 그림으로 그려지기 쉽지 않았다. 더 디테일하게 파고들어가니까 확 오더라. 나 같은 경우 그래프를 만드는 편인데 큰 그림을 그리면 그걸로 디테일을 나눠가는 과정이 수월해진다. 근데 이번엔 쉽지 않더라. 중심을 잡아나가는게 어려웠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다작하는 김대명은 최근 선역과 악역을 오가며 연기했다. '부작용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진 않은 것 같다. 평상시엔 다 내려놓고 사는 편이다. 캐릭터에 대한 건 좀 있는 것 같다. 좋고 나쁘고의 감정은 아니고 '미생' 땐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있으면 너무 편하게 '김대리 한 잔해' 그러는 일들이 있었고, '특종' 때는 힘들게 봐주시는 게 있다. 그러다 '마음의 소리' 때는 맞지만 않으면 다행이었다. 다들 편하게 생각하시더라"고 솔직하게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김대명은 "그 부분에 대한 답으로는 연기를 잘해야겠단 생각밖에 없다"며 극과극 캐릭터에 대한 고민은 없다고 강조했다.
김대명이 직접 꼽은 인생작, 인생 캐릭터도 궁금해졌다.
"결과적으로 다 나한테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우선순위라고 말하기가 힘들다. 결과적으로 그게 쌓이고 쌓이면 다 재산이 돼 날 끌고 나갈 것이기 때문에 나 말고 보시는 분들은 아마 그게 있을텐데 난 그게 없다."
작품 선택 기준에 대해 묻자 "오랜 시간 고민한다기보단 계속 몇 번 생각한다. 대본을 보고 또 본다. 어떻게 보면 예전엔 큰 역할이 아닌 작은 부분이이나 책임감이 나한테만 있어도 되는 입장이었다. 내가 잘하면 되는 입장이었는데 지금은 내 어깨에 같이 하는 사람의 꿈도, 미래도 얹혀있을 수 있고 많은 것들이 있어 이걸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잘했는지는 나중에 생각하겠지만 좋은 선택이었는지, 욕심이었는지 계속 고민한다. 아직까지는 좋은 선택이라 생각한다"고 배우로서 소신을 밝히기도.
한편 김대명은 편한 주변 사람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전했다.
"배역들이 어이없이 밝거나 완전히 어둡거나 이런 캐릭터로 정신 사납게 왔다갔다 하는데 그래도 아직은 단정내리지 않고 받아주시는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한다. 배우로 보여지기보단 주변에 있는 편한 누구로 봐줬으면 좋겠다. 나왔을 때 내 머리에 물음표가 떠 있었으면 좋겟다.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걸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모든 역할들이 다 내가 같이 가야하는 친구같은 존재인 것 같다."
끝으로 김대명은 "우리 영화가 가진 색깔이 새롭다고 해야 하나? 기존 스릴러라고 해 놓은 장르랑은 다르지 않나 싶다. 기존 스릴러라고 하는 장르는 복수를 해야할 것 같고 범인을 잡고 끝내야 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는데 우리 영화가 갖고 있는 재밌는 미덕은 보고 나면 머리 뒤, 앞이 섞여서 맞춰보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하나의 소설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재미로 또 하나의 선물같이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작품에 대해 소개해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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