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노윤정 기자] 임수향이 악역을 맡아 존재감을 드러냈다. ‘대타 투입’이라는 부담감을 떨치고 이룬 의미 있는 성과다.
임수향은 MBC 주말드라마 ‘불어라 미풍아’(연출 윤재문/극본 김사경)에서 탈북민 박신애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박신애는 김미풍(임지연 분) 가족과 함께 남한으로 넘어온 탈북민이자, 월남 과정에서 김미풍 가족의 재산을 들고 혼자 살아남기 위해 도망친 것도 모자라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악행과 거짓말을 반복하는 인물이다.
‘불어라 미풍아’에 박신애 역할로 캐스팅됐던 배우는 오지은이었다. 극 초반 오지은은 오랜 연습으로 이룬 실감나는 북한 사투리, 표독스러운 눈빛 연기와 말투를 보여줬으며, 사람들 앞에서는 본색을 감추는 박신애의 이중적인 면모를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이를 통해 극의 긴장감을 높이고, 무게감을 더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오지은은 촬영 도중 발목 부상을 당하며 아쉽게 12회를 끝으로 하차하게 됐다.
이 자리를 채운 이가 바로 임수향이었다. ‘대타’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기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임수향은 안정적인 연기로 박신애라는 인물을 자신의 스타일로 구현해내며, 오지은의 그림자를 지워야 하는 숙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했다.
박신애는 월남하면서 김미풍 가족의 전 재산을 들고 사라졌고, 김미풍 가족이 온갖 곤욕을 겪는 동안 자신은 새 신분으로 새 인생을 살려 했다. 그는 조희동(한주완 분)이 엄청난 유상 상속자라는 사실을 알고는 일부러 접근해 유혹했다. 또한 김미풍이 천억원대 자산가 김덕천(변희봉 분)의 손녀라는 것을 알고는 자신이 손녀 행세를 했다. 그 후 자신의 거짓말을 들키지 않기 위해 김미풍 가족과 김덕천이 재회하는 것을 끊임없이 방해했다. 월남 도중 사망한 줄 알았던 김미풍의 아버지 김대훈(한갑수 분)이 살아 돌아오자, 그를 납치까지 해가며 가족 상봉을 막았다.
임수향은 박신애의 이런 독한 면을 십분 살렸다. 그러면서도 언제 악행이 탄로 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뿐만 아니었다. 임수향은 박신애의 여린 면도 섬세한 감정 연기로 그려냈다. 그는 재력만을 보고 접근했던 남편 조희동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됐고, 이후 그에게 사랑받기 위해 애잔하게 노력했다. 딸 유진(이한서 분)에게는 지극한 모성애를 보여줬다. 유진이 자신을 위해 김밥을 훔치는 모습을 보며 오열하는 장면이나 유진에게 “엄마처럼 살지 마라”고 진심으로 말하는 장면은 악역인 박신애에게도 연민이 들게 했다.
이처럼 임수향은 드라마 방영 도중 급하게 합류했으나, 안정적인 연기로 스토리가 힘을 잃지 않게 하는 하나의 원동력이 됐다. 갈수록 자극적으로 수위를 높여가는 박신애의 악행과 거기에 수동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김미풍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답답함을 자아내기도 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임수향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내는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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