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배우는 배역마다 색을 바꿀 수 있는 무한한 존재다. 그걸 알아보고 활용해줄 연출자를 만난다면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다. 아마도 김대명에게 '해빙' 이수연 감독은 그런 존재가 아니었을까.
1일 개봉한 영화 '해빙'(감독 이수연/제작 위더스필름)은 얼었던 한강이 녹고 시체가 떠오르자, 수면 아래 있었던 비밀과 맞닥뜨린 한 남자 승훈(조진웅)을 둘러싼 심리스릴러 영화다. 장르적 재미에 충실한 전개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또한 선 굵은 이미지의 조진웅이 아닌, 예민하고 피폐한 조진웅 활용법으로 주목받는 영화다.
이 못지 않게 '해빙'의 발견이라 부를만한 배우가 있다. 성근 역의 김대명이다. 승훈이 살고 있는 건물 1층에서 정육점을 운영 중인 사내다. 평범해 보이지만 의뭉스러운 분위기로 계속 승훈의 신경을 긁어대는 인물이기도 하다. 사람 좋은 인상의 김대명이 스릴러 '해빙'의 키플레이어라니. 의외의 캐스팅이라 할 법도 하다.
하지만 이수연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더 테러 라이브'에서 테러범의 목소리를 연기한 김대명을 접하고는 '이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다. 이수연 감독은 "영화를 보면서 '전화하는 저 남자 누구야' 싶었다"라며 당시 충격을 말했다.
"이후 김대명이 나온 작품을 찾아봤다. tvN '미생'에서는 정말 따스한 배역이지 않았느냐. 근데 영화 '개들의 전쟁'(2012)에서는 동네 양아치로 나온다. 맹해 보이는데 살벌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이다. 그걸 보면서 '이 사람이랑 꼭 한 번 작업해야겠다' 싶었다."
그의 선택은 적중했다. 김대명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성근 역을 충실히 해냈다. 극 중 그가 긴장감이나 공포감을 조성하는 주요 배역임을 생각해본다면 이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해빙'이 촌스럽지 않은, 세련된 스릴러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이쯤 되면 김대명, 정말 신의 한 수라 할 만한 캐스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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