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배우 박정민(30)은 고심 중이다. 그의 신작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는 예술가의 삶을 다룬 저예산 영화다. 포장지를 까봐야만 알 수 있는 게 영화라지만, 제목부터 젠체하는 인상이 풍긴다. 아닌데, 그렇게 콧대 높은 이야기가 아닌데. 이걸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9일 개봉하는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이하 '아티스트', 감독 김경원/제작 영화사 소요, 백그림)는 어느 날 눈을 뜨니 세상을 발칵 뒤집은 아티스트로 탄생한 지젤(류현경)과 또 다른 아티스트 재범(박정민)의 살짝 놀라운 비밀을 다룬다.
극 중 박정민은 상업화랑 대표 재범 역을 맡았다. 젊은 나이에 관장이 된 입지적 인물이다. 하지만 허울만 좋지 일상은 찌들어있다. 사모님 비위 맞추랴 돈 되는 작품 찾아내랴 정신이 없다. 우아한 백조도 가라앉지 않으려면 발장구를 쉼 없이 쳐대야 하니까. 먹고살기가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아티스트'가 뜬구름 잡는 예술 영화가 아닌 이유다.
오히려 '아티스트'는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어느 모임에나 한 명씩 있는, 팔짱을 끼고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다가 적재적소에 시니컬한 농담을 끼워 넣는 인사 같달까. '아티스트' 속 재범의 웃음의 타율은 꽤 높다. 정작 박정민은 시사회 후 반응을 보고 안도했다고. 그는 "걱정한 것보다 반응이 나쁘진 않더라"고 했다. "아무래도 예산이 작은 영화니까 회차가 많을 수가 없다. 그 안에서 해결을 해야 한다. 주어진 시간도 부족하다. 물론 그건 크게 문제가 되진 않는다. 우리가 밤새워서라도 찍으면 되니까. 가장 힘들었던 건 재범과 지젤 사이의 일을 어떻게 진짜처럼 보이느냐였다. 아무래도 일상적인 소재는 아니지 않나.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싶진 않았다."
아, 그러고 보니 박정민은 독립영화계의 아이돌이었다. '파수꾼'(2010)을 시작으로 '들개'(2013) '동주'(2015) 등 필모그래피의 분기점은 늘 그랬다. 정작 그는 "내가 출연한다고 하면 '또 저예산 영화겠지'라고 할까 두렵다"라고 손을 내젓긴 했지만.
"난 저예산 영화를 꽤 찍어봤다. 항상 난관에 봉착한다. '어떻게 하지'는 기본이다. 찍기 시작하면 '이게 아니었나' 멘탈 붕괴가 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티스트'에선 감독님이 배우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해주셨다. 처음엔 '그게 될까?' 싶었지. 근데 영화적으로 유효한 경우가 많았다. 물론 우리 마음대로 했는데 편집된 것도 많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명장면이 재범과 지젤의 술자리신이다. 성공하고 싶지만 겁도 많은 재범, 자기 주관과 패기로 똘똘 뭉친 시한폭탄 지젤. 극과 극인 두 사람이 만나면 예측불허의 재미가 탄생한다. 언론시사회 당시 엄숙한 분위기를 무너뜨린 장면이기도 하다. 박정민은 "그건 류현경이 내 파트너라 가능했던 일"이라고 했다.
"진짜 술 먹고 찍었다. 많이 마시진 않았고, 기분 좋을 정도로만. 영화는 테이크가 많으니 여러 가지를 해보지 않나. 사실 나는 말도 안 되는 애드리브를 많이 한다. 영화에 쓸 수 없을 정도라고 해야 하나. 근데 류현경은 안 받아주는 게 없더라. 감독님도 날 믿고 맡겨줬으니. 행복한 현장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아티스트'를 세상에 내놓은 박정민. 그가 가장 걱정하는 건 편견이다. 저예산 영화에 예술이 소재라니. 그들만의 리그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사람들의 반응이 눈에 선하니까. 하지만 '아티스트는' 그렇게 거만하고 불친절한 영화가 아니다. 보편적 메시지를 담은 블랙코미디다. 그것도 아주 웃긴. 박정민 역시 이에 동의했다.
"나도 그게 좀 걱정이다. 그래서 라디오나 예능 출연을 하면 '그런 게 아니다'라고 말하고 다닌다. 어쩔 수 없이 그런 편견이 생긴다는 걸 안다. 완전히 극복할 수도 없겠지. 그래도 그분들이 생각하시는 어려운 영화가 아니라고 난 확신한다.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다면 좋을 텐데. 결국 내가 바라는 건 '아티스트'를 본 관객들이 재미와 함께 나름의 느낌을 갖고 돌아가시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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