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현경 / 서보형 기자
배우 류현경 / 서보형 기자

[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익숙함은 호기심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배우 류현경(33)이 그랬다. 어느덧 데뷔 21년 차가 아니던가. 출연한 작품만 해도 수십 편이다. 알만큼 안다고 생각했다. 문득 궁금해진 건 그를 "치열한 사람"이라 평한 파트너 박정민의 한마디 때문이다.

류현경은 지난 1996년 드라마 '곰탕'으로 데뷔했다. 수많은 작품을 거치며 대중과 성장과정을 공유했다. 그게 너무도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생존형 노력을 게을리한 적 없다. 여전히 연기하면 가슴이 뛴다. 심지어 촬영장이 두려울 때도 있다. 매너리즘이란 그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9일 개봉한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이하 '아티스트', 감독 김경원/제작 영화사 소요, 백그림)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치열함이 담겼다. 어찌나 메모를 빼곡하게 해놨던지 파트너 박정민도 놀랐을 정도라고. 류현경은 "사실 2년 전 촬영한 작품이라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꺼내봤더니 뭘 많이 적어놨더라. 그걸 박정민이 봤나 보다"라며 웃었다.

메모로 가득한 대본뿐만이 아니다. 류현경은 아직도 자그마한 연습실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한다. 그는 "아직도 현장에 가면 안정이 안된다. 데뷔한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먼 것 같다"라고 했다.

"그게 나의 큰 고민이다. 여유롭고 싶은데 잘 안된다. 막상 연기를 하면 부족한 게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하면 할수록 그렇다.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많다. 하지만 열심히 해도 채워지지 않는 부분도 분명 있다. 그럴 때마다 '내 연습이 부족했구나' 싶어서 아쉽다."

배우 류현경 / 서보형 기자
배우 류현경 / 서보형 기자

데뷔는 일찍 했지만, 류현경이 연기에 재미를 붙인 건 그보다 한참 뒤였다. "'신기전'(2008)을 찍으면서 그걸 느꼈다. 가슴이 일렁이더라. '이런 순간을 느끼려고 연기를 하는구나' 싶었다. '평생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란 마음이 들었다."

연기에 대한 애정은 류현경을 악몽으로 이끌기도 했다. 지난해 그는 연극 '올모스트 메인'으로 오랜만에 무대에 섰다. 관객과 호흡하는 현장은 배우에겐 행복감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따랐다. 그는 "무대에서 내가 못해서 사람들이 환불해달라는 꿈을 꿨다. 아는 감독님들이 내 연기를 보고 뒤돌아서 나가는 장면도 있었다. 영화 촬영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런 꿈을 엄청 꾼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자꾸 현장에 속하길 원한다니, 대체 배우란 존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많은 경우 배우들은 대중 앞에 홀로 선다. 하지만 그들 뒤에는 현장에서 동고동락한 동료와 스태프들이 있다. 그들을 대표해 나서는 것 역시 배우의 역할이다. 매우 개인적인 분야로 보이지만, 팀워크가 중요한 직업인 이유다. 류현경은 그런 단체생활을 즐긴다고.

"나는 공동작업이 늘 재밌다. 나와 타인의 생각이 다르지 않나. 서로의 의견을 많이 듣고 대화를 한다. 그럼 더 많은 생각과 고민을 담아서 표현할 수 있다. 다채로운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 여건과 상황을 만드는 걸 즐긴다."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스틸 / 콘텐츠 판다 제공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스틸 / 콘텐츠 판다 제공

'아티스트' 역시 그런 현장이었다. 류현경은 "감독님이 자연스러운 걸 주문하시면서 많이 풀어셨다. 박정민과도 대화를 많이 했다. 그런 것 때문에 현장에 가면 신이 난다. 하지만 여전히 가슴은 떨린다"라며 웃었다. 이젠 그 재미와 설렘을 관객과 공유할 차례다.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는 어느 날 눈을 뜨니 세상을 발칵 뒤집은 아티스트로 탄생한 지젤(류현경)과 또 다른 아티스트 재범(박정민)의 살짝 놀라운 비밀을 다룬다. 극 중 류현경은 덴마크 유학파 천재 화가 지젤 역을 맡았다.


pop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