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바뀌진 않았지만, 점점 찾는 이가 많아진다. 알아보는 사람도 많으냐고? 글쎄, 아직은 아니란다. 지난해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의 주인공 배우 박정민(30)을 만났다.
9일 개봉하는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이하 '아티스트', 감독 김경원/제작 영화사 소요, 백그림)는 어느 날 눈을 뜨니 세상을 발칵 뒤집은 아티스트로 탄생한 지젤(류현경)과 또 다른 아티스트 재범(박정민)의 살짝 놀라운 비밀을 다룬다. 박정민은 미술계에서 가장 핫한 갤러리 대표를 연기한다.
2016년은 박정민에게 가장 뜨거운 한해였다. '파수꾼'(2010)을 시작으로 '들개'(2013) '오피스'(2014) 등으로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는 '동주'(2015)의 송몽규 역을 맡아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섰다. 제37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 제52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 신인연기상 등 주요 시상식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생각만 해도 신난다. 이 얼마나 기다리던 순간인가.
하지만 박정민은 "이제야 풀린다고 여기진 않는다. 많이 달라진 건 없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나는 크게 느끼는 게 없다. 아직도 길거리에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못 알아본다. 영화관도 자유롭게 간다. 심지어 지하철을 타려다 내가 모델로 나온 광고판 앞에 선 적이 있었는데, 아무도 모르더라"며 웃었다.
한 번쯤은 호들갑 떨어도 될 법한데. 번쩍거리는 트로피들도 신중하고 조심성이 많은 그의 성격을 바꾸진 못했나 보다. 박정민은 "운이 좋아서 지금 순간을 누리고 있는 거라고 본다. 그간 작품들도 내가 골라서 한 게 아니다. 하고 싶어서 정중하게 찾아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실 배우를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꾸준히 기회가 오더라"며 감사할 따름이라 했다.
요즘도 박정민은 "큰 코 다치기 전에 방심하지 말자"를 되뇐다. 그는 "어차피 내가 하는 건 연기지 않나. 쓸데없는 일 말고 거기에만 신경 쓰고 싶다"라고 했다. 이토록 무덤덤한 반응이라니. 너무 노련한 대처에 짓궂은 마음이 들어 '그럼 야망이 없나'라고 물었다. "물론 있다"란 답이 돌아온다.
"좋아하는 선배들처럼 되고 싶다. 물론 '아니 난 다른 길을 갈 거야'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그렇다. 내가 올해 서른하나다. 그 분들의 서른한 살과 나의 서른한 살은 시스템과 환경의 차이가 있다. 그래도 진심은 어느정도 통한다고 본다. 내가 좀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라 그런 걸수도 있지만, 그들이 걸어간 발자국을 밟고 걸어가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며 지금까지 버텼다."
좀 늦더라도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싶다는 박정민. 그는 자신의 에세이 '언희'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도광양회(韜光養晦)를 언급한 적이 있다. 때가 올 때까지 몸을 낮추고 힘을 기른다는 뜻이다. 기회가 오면 한방에 베어버리겠다는 약간의 패기도 담겨있다. 그렇다면 박정민의 한 방은 언제쯤일까.
"아직 '다 죽여버리겠어' 이런 시기는 아니다. 지금은 집에서 칼을 갈면서 '두고 보자 이것들아'에 해당하는 순간이다.(웃음) 아마 죽을 때까지 열심히 해야겠지만. 사실 그 사자성어는 나도 어디서 주워듣고 적어놓은 거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사실 나의 가장 큰 바람은 나이가 들어서도 연기를 좋아하고 즐기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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