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성선해 기자] 평생 선택받는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 배우. 그만큼 고독한 순간도 많다. 허울 좋은 비정규직의 숙명이다. 그럼에도 류현경(33)은 늘 배우로 살았다. 무려 21년 동안이나 말이다. 무엇이 그를 여기까지 이끌었을까.
오는 9일 개봉하는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감독 김경원/제작 영화사 소요, 백그림) 어느 날 눈을 뜨니 세상을 발칵 뒤집은 아티스트로 탄생한 지젤(류현경)과 또 다른 아티스트 재범(박정민)의 살짝 놀라운 비밀을 다룬다. 극 중 류현경은 덴마크 유학파 천재 화가 지젤 역을 맡았다.
지난 1996년 드라마 '곰탕'으로 데뷔한 류현경은 올해 데뷔 21년차다. 서태지 뮤직비디오를 보며 연기를 시작한 꼬마는 어느새 선생님 소리를 들어도 될 법한 연차의 배우가 됐다. 정작 류현경의 실제 나이는 아직 30대 중반에 불과하다. 그는 "방송국에 가면 PD님들이 '저 코흘리개 왔네'라고 하신다. 코흘리개라니! 당시 난 중학생이었다. 워낙 어릴 때부터 활동해서 그런지 여전히 날 그렇게 보시더라"며 웃었다.
혹자는 류현경을 '여자 이경영'이라 부른다. 영화와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다작을 했기 때문이다. 어림잡아 드라마는 20여 편, 영화는 30여 편이다. 언뜻 보면 혀를 내두를 법한 숫자다. 하지만 그가 20년 넘게 활동 중이란 사실을 감안해보면 그리 놀랍진 않다.
시도 때도 없이 대세가 바뀌고, 알던 이름이 잊히는 것도 부지기수인 연예계. 그 난리 법석을 다 겪으며 20년을 버틴다는 건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스타가 아닌 배우를 지향한다면 더욱 그렇다. 막말로 연기로 밥 벌이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류현경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배우란 선택받는 사람들이다. 그렇지 않으면 슬럼프가 온다. 25세에 '신기전'을 촬영하면서 '평생 연기를 해야지' 마음 먹었다. 근데 그때 딱 일이 없더라. 1년 동안 그랬다. 물론 많이 힘들었다. 그래도 일말의 믿음이 생겼다. '나는 또 다른 작품을 할 수 있을 거야'라고나 할까. 스스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다른 작품 대본을 받아서 연습도 많이 했다. 모든 게 내 잘못 같더라. 그래서 나를 굉장히 못살게 굴었다."
혹자는 그런 류현경에게 '꾸미는 법을 익혀라'고 충고했다. '사람들에게 멋진 모습도 보여줘야 하지 않느냐'란 의미였다. 처음엔 그게 혼란스러웠다고. 류현경은 "평소 자연스럽게 하고 다니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넌 신비롭지 않다'고 하더라. 그런 이야기를 한꺼번에 굉장히 많이 들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처음에는 '왜 그래야 되는 걸까' 싶더라. 근데 한편으론 수긍도 갔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 좋은 작품을 할 가능성도 높아지지 않나. 그래서 그렇게 해볼까 도전도 했다. 예쁘게 보이려 꾸미기도 해봤다. 근데 안되더라. 평소 생활습관과 정말 안 맞더라.(웃음)"
당시 류현경의 고민은 '나는 나대로 살자'란 결론으로 끝났다. 조금 느리더라도 치열하고 정직하게 사는 편이 더 마음이 편한 법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는 "그때는 그게 고민이었다. 하지만 그런 말들은 언젠가는 지나가는 것이었다. 물론 그 분들의 말도 일리가 있다. 그래도 나는 나만의 방식대로 살고 싶다. 내 진심을 사람들이 언젠가는 알아봐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조금 외로울 때도 있었지만 착실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온 류현경.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존재는 물론 팬이다. 한 줄씩 추가되는 필모그래피만큼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조금씩 늘었다. 류현경은 "팬들에겐 항상 죄송스러운 마음 뿐"이라고 했다. 뭐가 그리 죄송하냐 물으니 "내 기를 살려준다고 해주시는 일이 너무 많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어떤 분은 내 인터뷰 기사를 보고 팬이 되었다고 한 경우도 있다. 그 이후에 작품을 찾아봤다더라. 그분은 방송에도 출연했다. 또 '신기전'(2008) '전국노래자랑'(2013) '시라노 조작단'(2010) 등을 보고 팬카페에 가입한 경우도 있다. 심지어 스무 살에 한 '동해물과 백두산이'(2003)가 계기인 분들도 있다.(웃음) 그분들과 가끔 모임을 가지기도 한다. 큰 곳을 빌려 팬미팅처럼 해야 하는데 나는 그게 부담스럽더라. 그냥 소소하게 서로 뭐하고 지냈나 이야기를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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